올여름 마음까지 시원하게... 이게 최고죠

[포토에세이] 휴식과 노동

등록 2014.06.12 14:13수정 2014.06.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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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애기수영 충남 병천에 있는 아힘나평화학교 잔디밭에서 담았다. 작아도 갖출 것 다 갖주고 있는 꽃이다. '자 봐라! 꽃이지?'하며 접사로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주자, 그저 잡초인줄로만 알았노라며 '참, 예쁜 세상이다!' 감탄을 한다.

애기수영 충남 병천에 있는 아힘나평화학교 잔디밭에서 담았다. 작아도 갖출 것 다 갖주고 있는 꽃이다. '자 봐라! 꽃이지?'하며 접사로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보여주자, 그저 잡초인줄로만 알았노라며 '참, 예쁜 세상이다!' 감탄을 한다. ⓒ 김민수


a 직박구리 아힘나평화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는 수많은 새들이 살고 있었다. 귀와 눈으로 확인한 새들을 다 담을 수 있는 행운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숲에 기대어 사는 것들을 만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날이었지만, 숲그늘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직박구리 아힘나평화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는 수많은 새들이 살고 있었다. 귀와 눈으로 확인한 새들을 다 담을 수 있는 행운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숲에 기대어 사는 것들을 만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날이었지만, 숲그늘과 간간히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줬다. ⓒ 김민수


a 딱따구리 나무구멍에 있는 곤충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딱따구리, 여기저기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양식을 구하고 있다. 그들은 먹이를 잡거나 둥지를 짓는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 소리, 노동하는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본다. 인간의 역사도 노동의 역사이며, 노동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딱따구리 나무구멍에 있는 곤충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딱따구리, 여기저기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양식을 구하고 있다. 그들은 먹이를 잡거나 둥지를 짓는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 소리, 노동하는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본다. 인간의 역사도 노동의 역사이며, 노동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 김민수


a 박새 자그마한 박새, 어떤 것들은 경계심 없이 사람 사는 곳 가까이에도 둥지를 짓는데, 또 어떤 것들은 사람을 지극히 경계하는 것 같다. 하루 주어진 시간에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낀 하루였다.

박새 자그마한 박새, 어떤 것들은 경계심 없이 사람 사는 곳 가까이에도 둥지를 짓는데, 또 어떤 것들은 사람을 지극히 경계하는 것 같다. 하루 주어진 시간에 내가 어디에 서있는가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낀 하루였다. ⓒ 김민수


a 박새 몸단장을 하고 있는 박새, 자연에 기대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그들은 일용할 양식으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하고, 소유한 댓가를 치르기 위해 삶을 저당잡히는 인간의 삶이 저 새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박새 몸단장을 하고 있는 박새, 자연에 기대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그들은 일용할 양식으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하고, 소유한 댓가를 치르기 위해 삶을 저당잡히는 인간의 삶이 저 새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 김민수


a 노동 잡풀을 베어내고 있는 친구, 사실 잡풀은 없지만, 인간이 땀흘려 개간한 땅에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뿌리를 내리는 것들은 뽑아내거나 제거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농사란 혹은 흙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이면서도 늘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게 흙과 땅을 딛고 그들과 씨름하며 땀흘리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노동 잡풀을 베어내고 있는 친구, 사실 잡풀은 없지만, 인간이 땀흘려 개간한 땅에 인간의 의도와 상관없이 뿌리를 내리는 것들은 뽑아내거나 제거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농사란 혹은 흙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이면서도 늘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게 흙과 땅을 딛고 그들과 씨름하며 땀흘리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 김민수


a 노동 후에 땀흘린 노동 후에야 물 한 모금, 산들바람, 아주 작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노동 한 뒤, 땀에 젖고 흙투성이 몸을 씻는 행위는 종교적인 회개행위와 다를 것이 있겠는가?

노동 후에 땀흘린 노동 후에야 물 한 모금, 산들바람, 아주 작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절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노동 한 뒤, 땀에 젖고 흙투성이 몸을 씻는 행위는 종교적인 회개행위와 다를 것이 있겠는가? ⓒ 김민수


a 등목 시원하다. 그런데 등목하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봤다. 펌프질을 해서 올린 물과 우물에서 길어올린 물로 등목을 하며 더위를 식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때, 경제적으로는 혹은과학적으로는 조금 어렵고 불편했을지라도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을 살았는데, 요즘은 너무 각박하다.

등목 시원하다. 그런데 등목하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봤다. 펌프질을 해서 올린 물과 우물에서 길어올린 물로 등목을 하며 더위를 식히던 그 시절이 그립다. 그때, 경제적으로는 혹은과학적으로는 조금 어렵고 불편했을지라도 사람 냄새가 나는 삶을 살았는데, 요즘은 너무 각박하다. ⓒ 김민수


a 등목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놀이와 노동을 마친 아힘나평화학교 아이들을 김종수 교장이 손수 등목을 시켜주고 있다. 일과 놀이와 공부와 따스함이 어우러진 학교를 우리는 회복할 수 있을까?

등목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놀이와 노동을 마친 아힘나평화학교 아이들을 김종수 교장이 손수 등목을 시켜주고 있다. 일과 놀이와 공부와 따스함이 어우러진 학교를 우리는 회복할 수 있을까? ⓒ 김민수


a 등목 나는 숲그늘에 앉아 새들과 놀고, 나무그늘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며 사진 정도만 담았기에 등목을 할 정도로 땀이 나질 않았다. 역시 노동 중 최고의 노동은 육체노동이다.

등목 나는 숲그늘에 앉아 새들과 놀고, 나무그늘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며 사진 정도만 담았기에 등목을 할 정도로 땀이 나질 않았다. 역시 노동 중 최고의 노동은 육체노동이다. ⓒ 김민수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목적지인 병천 아우 내까지 100km가 조금 넘는다고 안내된다. 친구와 만날 일이 있으면 그 먼 곳에서 달려왔고, 늦은 밤 또 그렇게 돌아간 친구를 생각하니 미안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나는 직장에 매여있는 몸이고, 친구는 대안학교(아힘나평화학교)를 운영하면서 나름 자기의 시간을 나보다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늘 그렇게 직장에 매여있는 친구들 때문에 만남의 장소는 서울이었던 것이다.

말년 휴가, 말이 휴가지 이미 휴직상태고 사무실에서 모든 짐을 정리해서 나왔으므로 실직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을 하나둘 진행하다 보니 출퇴근할 때보다 더 바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바쁨은 자발적 바쁨이므로, 느릿느릿과 통하고 그래서 행복하다.

출퇴근을 쉰 지 10여 일이 지났으니 예의상 그곳에 한 번 갈 때가 되었다. 친구는 수업 중이었고, 나는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숲으로 들어가 숲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참을 산들바람의 시원함을 느끼며 앉아있으니 이런저런 산새들이 경계를 풀고 다가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딱딱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던 김 부장, 이젠 그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에 앉아있다. 그러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하루 일과 중에서 학생들이 노동의 소중함을 나누는 시간이 있단다. 학생들이 가꾸는 텃밭을 정리하고 잡초도 뽑는다. 친구는 제초기를 들고 주변의 잡풀을 정리한다. 생소한 모습이다. 저 모습은 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모습인데, 친구에도 잘 어울린다.


그렇게 노동이 끝난 뒤, 등목한다. 등목, 그래 참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그랬다. 사무실을 숲으로 옮기고 나니 오랜만에 보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노동 #직박구리 #박새 #등목 #아힘나평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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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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