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가족이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염치없이 합석해 북한의 민간음식을 맛봤다.
신은미
한쪽에서는 갓 대학생이 돼 보이는 여학생(목사님의 후손)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맥주를 권하자 수줍어하며 한 잔 받는다. 흐뭇한 모습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래야 한다. 가족이 모여 왁자지껄 식사도 함께하고, 가능하면 친척의 집에서 잠도 자고.
▲ 재미동포-북한주민 간 이산가족 상봉 영상 지난해 9월 북한 호텔에서 찍은 영상. 시애틀에서 온 재미동포 목사 부부가 북한의 친척들을 만나고 있는 모습이다. ⓒ 신은미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남녘의 이산가족들이 떠오른다. 가뭄에 콩 나듯 1년에, 어떤 때는 몇 년에 한두 번, 고작해야 100여 명씩 만난다. 이래서 언제 그 많은 이산가족들이 살아생전 헤어진 가족과 상봉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지금 남과 북이 금강산에서 한다는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흥정이나 제스처다.
헤어진 가족을 못 만나게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의 하나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행위이며,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남과 북의 정부에 호소한다. 우선,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남한이 먼저 '북에 가족이 있는 이산가족은 원하면 누구나 북에 가서 가족을 만나도 좋다'고 선언하기를. 그리고 북한은 '북에 가족이 있는 남의 이산가족은 누구나 북에 와서 헤어진 가족과 상봉을 해도 좋다'고 선언하기를. 이 선언이야말로 남과 북의 정부가 민족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북한 주민은 데니스 로드맨을 어떻게 바라볼까레스토랑을 나와 커피숍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데 한 유럽인 관광객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 호텔에 미국 유명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머무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해준다. 나는 가끔 데니스 로드맨을 보면서 '혹시 그가 미국 정부로부터 모종의 임무를 받고 북한을 들락날락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데니스 로드맨이 북한에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데니스 로드맨의 북한 방문을 주선한 회사는 '바이스 텔레비전'(Vice Television)이라는 영상물 제작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의 사장인 세인 스미스(Shane Smith)는 북한에 관광객으로 가장하고 들어가 북한 비방 영상물을 만든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북한으로부터 입국금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바이스 텔레비전'이 데니스 로드맨의 방북, 그것도 북한 최고 지도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게 됐을까.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코트 위의 악동'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데니스 로드맨의 차림새는 북한동포들의 정서와는 무척이나 동떨어져 있다. 귀걸이에 코걸이까지 한 모습은 미국에서조차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림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동포들은 데니스 로드맨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마침 옆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북한주민들이 있었다. 넉살 좋은 남편이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다.
"저…, 혹시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미국 농구선수를 아시나요?""네. 잘 알고 있습니다.""근데…, 그 사람…, 하고 다니는 차림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도 미국 살지만 그런 차림새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그야, 뭐, 우리 인민들 정서와는 전혀 맞지가 않습니다. 우리 인민들이야 그렇게 하고 다니라고 해도 그렇게 할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기런데 기렇게 하고 다니는 건 그 사람 자유 아니겠습니까? 이곳 호텔에 많은 구라파(유럽) 관광객들이 있지만 옷차림이라든가 아니면 공개된 장소에서 남녀가 하는 행동이 우리 인민들에게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다. 기렇지만 그들의 문화가 기러니 누가 뭐라겠습니까? 어떤 관광객은 다 헤져서 무르팍과 허벅지가 훤히 보이는 청바지를 입고 온단 말입니다. 외국 관광을 다닐 정도면 자기 나라에서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일 텐데 바지나 하나 새로 사 입고 오지 원…, 참 내…, 다 찢어진 바지를 입고 오다니. 선생님께서도 미국에서 오셨다 했습니까?""네, 그렇습니다.""아, 재미동포시군요. 반갑습니다. 사실, 저…, 선생님의 머리 모냥도 여자 단발머리 같은 데다 옷도 울긋불긋한 게 우리 인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란 말입니다. 기렇지만 기걸 갖고 우리 인민들이 뭐라 합니까? 서로 다르니 리해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