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의 결혼, 여전히 반대하십니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투쟁, 동성혼 소송의 의미와 법적 쟁점

등록 2014.06.20 18:28수정 2014.06.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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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1일, 매우 안타깝고 슬픈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40년 동안 동거해온 두 여성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사였다. 두 여성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40년간 동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이 암 질병으로 입원하고 치료를 받게 되자, 법률상 가족이 아닌 일방은 상대방 조카와의 갈등으로 인하여 간병도 못하게 되었고,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났으며, 절도죄로 고발당하는 등 온갖 수모를 당했다.

결국, 60대 여성은 평생 동거해 온 상대방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채 지내다가 뒤늦게 상대방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들은 기사에서 '여고 동창' 관계라고 명명되었으나 그녀들이 단순한 여고 동창 관계를 넘어, 훨씬 깊은 인생의 동반자 관계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인정도, 보호도 받지 못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부스 지난 7일 서울 신촌에서 있었던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부스가 열리고 있다. ⓒ 공익인권법재단


한국에서 동성커플은 이성커플과 달리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해서 여러 가지 차별과 불이익을 겪어 왔다. 파트너가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더라도 병원에서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아서 응급상황에서도 혈연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파트너가 사망하면 법정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께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장례절차에서 유가족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배제당하는 일도 있었다.

사소(?)하게는 파트너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하는 자리에서 그 관계를 설명해주는 적합한 언어가 없어 매 순간 잠시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에게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제도밖에 보이지 않는 삶으로 남아있으라는 강요는 암묵적으로 이성애, 이성 간의 결혼만을 정상적이고 동성애, 동성애자는 비정상적이라는 편견을 강화시키는 낙인이 되기도 한다.

LGBTI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지난 16일 LGBTI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장에 모인 사람들 ⓒ 공익인권법재단


최근에 실시한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에도 동거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많다. 3158명의 응답자 중에서 현재 연애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45.3%이고, 현재 연애 중인 사람 중 25.5%가 동거 중인데, 동거 중인 사람 중 33.8%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파트너와의 결혼이나 관계의 사회적 인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제도로 '수술 동의 등 의료 과정에서 가족으로서 권리 행사', '국민건강보험 부양-피부양 관계 인정'을 꼽고 있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법 제도에서 완전히 배제당함으로써 겪어온 고통과 박탈감을 고려하면, 2014년 5월 21일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은 한국에서 제기되는 첫 동성혼 소송으로서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소수자 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 법 해석의 원칙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는, 2013년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지지 속에서 성황리에 공개결혼식을 치르고, 2013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즈음에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다. 하지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이들의 혼인신고서를 불수리하면서 별도로 언론에 직접 기고하여 "동성이 혼인까지 하겠다는 것은 전체 문화와 사회질서 법 테두리 이전에 사회적인 규범으로도 사람의 질서와 공동체의 정체성에 있어 위험한 생각"이라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에 대한 불복신청 ⓒ 공익인권법재단


우리 민법은 혼인을 민법 친족·상속편의 제800조 내지 제843조에서 규율하고 있으며, 제813조에서 "혼인의 신고는 그 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10조 및 제812조 제2항의 규정 기타 법령에 위반함이 없는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성혼에 대하여 근친혼(제809조)이나 중혼(810조)과 달리 직접적인 금지 또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일부 국가의 혼인법에서 "혼인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한다(Marriage is between men and women)"라는 규정과 분명히 구분된다. 그럼에도 서대문구청장은 "기타 법령인 민법 제815조 제1호, 민법 제826조 내지 제834조, 민법 제839조의3 내지 제840조"를 불수리 사유로 들었다.

불수리사유의 하나로 들고 있는 제815조 제1호의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는 '동성 혼인은 혼인이 아니니까 혼인이 아니다'는 순환오류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불수리사유로 들고 있는 나머지 조항(민법 제826조 내지 제834조, 민법 제839조의3 내지 제840조)은 '부부간의 의무' 등 '부부'를 주어로 하는 법 조항들이다. 즉, '부부'라는 용어에 근거해 동성커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부부'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는 성별 특징적인 단어일 수는 있으나 혼인과 관련된 표현들의 언어적 기원은 현대적 해석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이미 한국 언론들도 김조광수, 김승환과 같은 동성 부부에게도 배우자라는 의미로 "부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성적 지향은 모든 인간의 정체성의 한 깊은 부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3년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지향 자체는 정신적 장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동등한 입장에서 가치중립적인 성격으로 진단·분류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제연합 국제인권조약 감시기구들은 유권해석인 일반 논평(General Comments)을 통해 차별금지조항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의 규범적 관점에서도 동성애자를 이성애자와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6월7일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단체의 홍보문구 지난 7일 서울 신촌에서 있었던 퀴어문화축제에서 한 단체가 부스에 홍보문구를 걸어두고 있다. 이 행사에는 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 공익인권법재단


헌법 제36조 1항의 의미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성의 평등'이라는 문언을 근거로 헌법적으로 동성혼이 배제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위 조항에서 '양성의 평등'은 '혼인' 뿐만 아니라 '가족생활'에 기초되는 가치를 공통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므로 문리해석상 이성 간의 혼인만을 전제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없다. 헌법제정자는 동성 간의 혼인에 대해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았으며 결국은 혼인의 개념에 대한 헌법해석의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한국의 가족법제도는 더디기는 하지만 1997년 동성동본금혼제 폐지, 2005년 호주제도가 폐지되는 등 꾸준히 혼인 당사자의 자유의사,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전제로,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발전해 오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1997년 동성동본금혼제도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의 헌법원리는 인간의 존엄성 존중과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규정되어야 함을 천명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2005년 호주제도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에서는 "헌법에서 말하는 전통문화란 역사성과 시대성을 띤 개념으로서 헌법의 가치질서,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정신을 고려하여 오늘날의 의미로 포착하여야 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동성혼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동성혼을 인정하는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비롯하여 2013년에만 브라질, 프랑스, 우루과이, 뉴질랜드가 가세하여 16개국에 이른다. 동성 간에도 혼인 및 생활동반자관계를 제도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위반으로 위헌적이라는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의 판결들 - 미국 하와이 주의 Baehr v. Lewin (1993), 버몬트 주의 Baker v. Vermont (1999), 매사추세츠 주의 Goodridge v. Department of Public Health (2003), 캘리포니아 주의 In re Marriage Cases (2008), 코네티컷 주의 Kerrigan v. Commissioner of Public Health (2008), 아이오와 주의 Varnum v. Brien (2009), 캐나다의 Halpern v. Canada (2003),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inister of Home Affairs v Fourie (2005) 등 – 을 통해 이제 평등권, 차별금지, 혼인에 대한 보편적인 해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은 법의 정의와 평등에 관한 진지한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http://withgonggam.tistory.com/1432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도 글을 송고했습니다. 이 기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가 쓴 글입니다.
#동성혼 #인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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