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를 외고로? 적절하지 않다
'법외노조' 전교조와 함께 일할 것"

['진보 교육감 시대' 연쇄 인터뷰 ④]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인

등록 2014.06.23 20:10수정 2014.06.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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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6·4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선거 결과를 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혁신학교'로 상징되는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앵그리맘'의 표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혁신학교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수도권 진보 교육감 당선자, 교육평론가, 혁신학교 교장, 혁신학교 졸업생 등에 대한 연쇄 인터뷰를 통해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할 교육 개혁의 미래에 대해 전망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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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 교육감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단원고의 공립외고 전환 논란에 대해 "보편적 교육을 강조하는 제 원칙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감을 얻기 힘든 적절치 않은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안산 단원고를 외고로 만든다? 누가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고 들은 바도 없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와 안산시가 단원고의 외고 전환을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었다. 이재정 당선인은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교육감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보편적 교육을 강조하는 제 원칙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감을 얻기 힘든 적절치 않은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반고의 외고 전환 권한을 갖고 있는 이재정 당선인은 "생존 학생의 학교 복귀 문제도 정리가 되지 않았고,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도 규명되지 않았는데 단원고의 미래를 성급하게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자사고·특목고 등 차별화를 위한 고교가 대학입시학원으로 변질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단원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를 마련한 후 대규모 단원고 대책 특별위원회를 꾸린 것도, 그가 21일 팽목항을 찾는 것도 의견 수렴을 위해서다. 이 당선인은 "지역사회나 경기도에서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단원고 대책 특위에 맡겨 달라,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7일 김진명 단원고 교장 직위해제를 두고 "책임을 너무 늦게 물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교장은 당연히 수백 명이 타는 배의 현장 검증을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2013년 수학여행 평가결과 '나쁘다'는 의견이 '좋다'보다 많았지만 검증이 없었다, 이를 확인 후 바로 조치를 취한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국민 앞에 책임을 묻는 조치는 빠를수록 좋다"면서 "세월호 사고 책임에서 벗어난 사람이 원만히 수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수 후보자,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 무겁게 판단해야"


이재정 당선인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노동조합 자격을 박탈한 19일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판결에 의해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워지거나, 전교조 교사가 가진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특히, 교육부가 전교조 본부와 각 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노조 전임자의 학교 복귀를 요청하는 것을 두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당선인은 "이들을 바로 학교로 복귀시키면, 이들 대신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를 둘러싸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는 현장의 충분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법외노조인 전교조도 경기도교육청의 파트너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교육감은 모든 교원단체를 존중하면서 함께 일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교조, 새로운 교육 네트워크 등과 만나 경기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대화했다"면서 "앞으로도 전교조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계속 대화하겠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보수색이 짙은 김명수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우편향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고 진보진영과 좌파를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좌와 우를 나눠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자유롭게 사고해야 할 학생들에게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부가 과거처럼 교육방향과 역사교과서에 대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요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후보자의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에 대해 "과거 교육부 장관 후보자들이 비슷한 사례(논문 표절) 때문에 인사청문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면서 "교육 분야에서는 이러한 의혹에 대한 비판을 더 무겁게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향후 교육부와 13명의 진보교육감 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 당선인은 "주민 직선으로 뽑힌 교육감은 주민들이 원하는 학교와 교육을 위해 주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면서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새로운 교육이 시작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소홀히 하면 민주주의 원칙과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9시 등교' 제안 옳아... 제일 먼저 0교시 수업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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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경기도교육청 '정책제안게시판'을 보여주며 학생과 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수렴해 "취임 후 가장 먼저 학생 중심으로 모든 정책과 행정을 바꾸고, 학교 현장의 학생·교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이재정표 경기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이 당선자는 "취임 후 가장 먼저 학생 중심으로 모든 정책과 행정을 바꾸고, 학교 현장의 학생·교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또 "며칠 전 의정부여중 학생들이 도교육청 홈페이지 정책제안 게시판에 '9시 등교', '교육감 투표권 부여', '무상급식 취소' 등을 제안했다"면서 "이런 의견을 존중해서 받을 수 있는 건 받고, 그렇지 않은 것은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재정 당선인은 "취임 후 제일 먼저 0교시 수업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하면서 학생들은 왜 일찍 등교해야 하느냐는 지적인데 옳다고 생각한다"며 "0교시 수업은 아침 일찍 등교해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라는 취지지만,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통한 감성적인 가정교육의 기회를 뺏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당선인은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학교에서는 교육감의 의지나 정책, 예산 배정보다 교사들의 열정과 합의,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교사·지역사회·학생의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 "혁신학교에서는 학생들끼리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가 돼야 한다, 또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자사고·특목고와 관련해 "자사고는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평가해 조치를 취하고, 대학입시 준비학교로 변질된 특목고를 제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진영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반민주적인 횡포이자 선거불복"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인터뷰 #혁신학교 #단원고 대책 #전교조 법외노조 #김명수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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