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라' 소리에 주저앉은 단원고 아이들

오인 화재경보에 대피 못한 생존학생들...119 실려 가는 등 트라우마 겪어

등록 2014.06.24 18:23수정 2014.06.2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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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4일 오후 7시 45분]

안산 내 연수원에서 합숙 중이던 단원고 생존학생 70여 명이, 지난 23일 오전 오작동한 화재 감지기에 놀라 119에 실려 가는 등 트라우마를 겪은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됐다. 학생들은 오는 25일 사고 이후 단원고 첫 등교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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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첫 등교시작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오는 25일 첫 등교에 나선다. 사진은 지난 4월 24일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사고 후 처음으로 등교하는 모습. ⓒ 권우성


생존학생의 학부모 A씨는 24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관련 공판 첫 머리에서 발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학생들이 있던 안산 중소기업연수원 2층에서는 지난 23일 오전 0시 15분께 열감지센서가 오작동해 화재 경보가 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이 서너 차례 나왔을 때, 어떤 아이들은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다 다치기도 했고 대부분은 주저앉아 꼼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떠올라, 친구들을 배에 두고 나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움직이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기계가 오작동한 후) 놀라 119에 실려 간 학부모도 있었다"면서 "세월호 사건이 지금도 진행형이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평생 겪을 아픔을 겪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유족들 마음은 찢어지겠지만... 아이들 등교 기쁘게 돕고 싶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딸 유예은(18)양을 잃은 유경근(46)씨 또한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글을 올리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유씨는 연수원에서 오작동으로 인해 있었던 소동을 언급하면서, "세월호에서는 너무나도 침착했던 아이들이 당시에는 그냥 주저앉아 버리거나 울고불고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유는 세월호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오지 못한 미안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이런 아이들이 스스로 등교를 결정했다, 내일 생존학생들이 유가족들에게 더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인사, '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란 인사를 한다"고 썼다. 유씨는 이어 "우리 마음은 찢어지겠지만, 또 다시 미안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아이들의 등교를 기쁘게 돕고 싶다"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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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로 딸 유예은 양(18)을 잃은 유경근(46)씨 또한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슷한 글을 올리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 화면캡쳐


그러면서 "어렵더라도 유가족들이 등교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힘을 북돋아주어야겠다, 마치 내 딸 예은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듯이…."라고 썼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런데... 웃어주어야 하는데..."라며 아픈 심정을 남겨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유씨는 이번 사고로 쌍둥이 딸 중 하나인 유예은 양을 잃었다. 그는 지난 4월 30일 <오마이뉴스> 특별생방송에 출연해 "처음에 아이 발견했을 때 빼고는 장례식 때도 울지 않았다, 모든 게 올바르게 되돌려질 때까지는 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모두 바로잡을 때까지 울지 않기로 다짐했다").

유씨의 글에 누리꾼들은 "더욱 더 강해져서 이 아이들만은 잃지 않도록 지켜야한다, 유족분들도 힘내시길 바란다(양OO)", "오작동된 대피 사이렌에 주저앉아 울었다는 아이들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장OO)"는 댓글을 다는 등 위로의 뜻을 표했다.

한편 단원고 생존학생들은 25일 오전 9시께,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71일 만에 학교에 등교한다. 여기에는 생존학생들의 등교를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희생학생들의 학부모 30여 명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단원고 학생 복귀 #생존학생 복귀 #세월호 침몰사고 #세월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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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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