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위한 '시원한' 기부... 부채를 그리는 작가들

[인터뷰] '재능기부' 부채전시회 준비 중인 박요아 작가

등록 2014.06.27 15:39수정 2014.06.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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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맑은 바람 부채그림 합죽선에 그려진 그림 1

맑은 바람 부채그림 합죽선에 그려진 그림 1 ⓒ 김준희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예술하는 사람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형편도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는 거예요."

원로화가 박요아 작가는 2008년부터 전시회를 통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는 그동안 해마다 '청풍만인선(淸風萬人扇)'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왔다. '맑은 바람은 만 백성의 부채다'라는 의미다.


주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전시회에서는 부채를 전시하고 있다. 합죽선(合竹扇), 반구(半球)부채 등에 작가들이 그림을 그려 넣고, 전시회를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판매해왔다. 거기서 생기는 수익금 전체를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해왔던 것. 그동안 박요아 작가는 수원, 안양 등에서 이 전시회를 열어왔다.

"전시회에서 생기는 수익금은 무료양로원이나, 독거노인들을 돕는 수녀원 등에 기증해왔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도 가져다 드리고, 양로원으로 모셔서 식사도 대접해드리고요."

7년째 열리는 이웃돕기 전시회

a 맑은 바람 부채그림 전시회를 준비 중인 박요아 작가

맑은 바람 부채그림 전시회를 준비 중인 박요아 작가 ⓒ 김준희


올해는 이 전시회가 경기도 광명에서 열린다.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앨리스 갤러리'에서 7월 5일부터 7월 14일까지 '맑은 바람 부채그림'이란 제목으로 열리게 된다. 지난 25일 이곳에서 전시회를 준비 중인 박요아 작가를 만나 보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생기는 수익금은 전부 이 지역 복지회에 전달됩니다. 초복날, 독거노인분들을 모셔서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게 삼계탕을 대접해드릴 예정입니다."


왜 하필이면 부채일까. 박요아 작가는 부채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 전부터 단오날 부채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게. 조선시대 임금들도 단오날이면 재상과 시중들에게 부채를 하사했다. 이 부채를 가리켜서 단오선(端午扇)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바람은 자연바람이죠. 그 다음으로 좋은 바람이 부채바람입니다. 자연바람은 변덕이 심하잖아요. 어떤 때는 잔잔하게 불어오다가 또 어떤 때는 태풍으로 변하기도 하구요. 부채바람은 그렇지 않죠. 부채가 하나 있으면 자신도 시원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시원하게 해줄 수 있어요."


이런 부채에 그림을 그려넣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합죽선의 경우, 울퉁불퉁(?)한 표면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 평평한 일반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르다. 서양화를 하는 작가들은 더욱 힘들어 한다고.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선행

a 맑은 바람 부채그림 반구부채

맑은 바람 부채그림 반구부채 ⓒ 김준희


이번 전시회에는 2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박요아 작가는 그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어휴, 저 그거 그리기 힘들어요"라고 반응하는 작가도 있었다. 박 작가는 '좋은 일에 참여해달라'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그럼 앞으로 너 안 본다'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는 약 80점 가량의 작품이 모일 예정이다. 작가들이 그림을 그려넣은 부채를 보여주는 전시회. 흔히 볼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부채일지 모른다. 그럼 이 전시회에 와서 부채를 구경해보면 어떨까. 직접 구입하지는 않더라도, 합죽선과 거기에 그려져 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감상하면 더위를 달랠 수도 있겠다. 박 작가는 앞으로도 이 전시회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죽을 때까지 할 생각입니다. 전시회를 통해서 기부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꾸준히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작가들의 재능기부를 통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앞으로도 계속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a 맑은 바람 부채그림 합죽선에 그려진 그림 2

맑은 바람 부채그림 합죽선에 그려진 그림 2 ⓒ 김준희


#부채전시회 #박요아 #앨리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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