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제도 찬미

등록 2014.07.01 18:01수정 2014.07.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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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당시 야당의원이던 한나라당의 박근혜가 인사청문회를 장관들에게까지 확대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제 개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던 것이 역시나 정도를 넘어서 이럴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국민을 싹 무시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인사청문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인사청문회제도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참으로 선견지명이 있는 제도로서 그나마 이런 제도마저 없었다면 이 나라는 도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처럼 보인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한 명언 가운데 하나가 기억되는데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왜 명예까지 가지려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당시 신문보도에 의하면, 현대의 재벌총수 정주영이 정치자금으로 200억 원 이상을 냈는데, 그것도 부족하니 더 내라고 하는 최고 권력층의 요구에 열불이 나고 화가 나서 직접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 김영삼 전대통령은 상기와 같은 말을 하면서 정주영을 공격했다.

이 말은 지금 생각해도 옳은 말처럼 보인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왜 권력이라는 명예까지 가지려고 혈안이 되는가? 돈도 돈 나름이지만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재물을 취했으면 그것으로 일생을 안락하게 살면 되지 왜 명예까지 얻으려 하느냐? 이런 생각이 내 마음속에 불쑥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 이런 생각은 내 주관적인 생각이고 돈 많이 가진 사람 가운데 존경 받는 사람도 많고,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에 기증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깨끗하게 벌어서 사회에 유익한 일에 쓰는 사람이라면 그런 분이 사회적 정치적 명예도 얻는 자리에 나아가 국민의 봉사자가 되는 것을 마다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내가 인사청문회제도를 이 시점에서 찬미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몇 번의 인사실패를 한 현 정부가 지금 와서 그 청문회제도 때문이라고 하는 발언을 듣고 반발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제도 자체는 아주 좋은 제도이다. 가능하면 일생을 깨끗하게 살고 능력도 있는 사람을 골라 국민의 대표로 세우는 일보다 국가사회와 정치에 더 긴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자라나는 세대에게도 "네가 장차 장관도 되고 국무총리도 되고 출세를 하려면 젊어서부터 법을 지키고 올바로 살아야 한다."는 정치 교육을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시킬 수 있겠는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음성적으로 법을 어겨가며 재물을 취한 사람들은 그것을 가지고 잘 먹고 잘 살아라, 그러나 국민들의 존경까지 받을 생각은 하지 마라. 이런 정치교육을 지금의 인사청문회제도가 전국민에게 웅변으로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정치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 우리 정치의 병폐는 사람들이 흔히 '극우보수꼴통'이라 불리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극렬 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 사이의 생각의 거리가 너무 멀고 그 괘리가 절망적으로 깊게 파여 있다.


정치는 무엇을 하는 것인가? 이렇게 깊고 길게 파여 있는 국민들의 의식의 차이를 좁혀주고 국가 전체를 통합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정치의 역할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국민 의식의 통합은커녕 오히려 더 국민의식을 갈가리 찢어놓고 있지 않은가? 정치인들의 기본적인 도의마저 없는 자들이 횡행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을 쪼개고 분열시켜서 누구를 이롭게 하려는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도 인사청문회제도는 국민교육의 산교육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식의 차원에서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인사가 장관이 되려고 하거나 외곬으로 치우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장관이 되는 것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인사청문회제도가 있으므로 해서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지성인답게 균형감 있는 사고를 하고 행동하는 것을 몸으로 익혀야 할 것이다.

한마디만 더 하겠다. 김대중정부 시절에 모 여자대학 총장출신을 국무총리로 삼으려 하였다. 최초의 여성총리의 배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세워 추천했는데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그 낙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총리후보가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죄질이 아주 약한 것이다. 지금은 위장전입 정도는 범법에 들지도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날카롭게 칼날을 들이대며 결국 낙마시킨 사람들이 지금의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에 와서 국민의 정치교육으로 이렇게 좋은 작용을 하는 제도를 문제 삼으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성인들이라면 상대편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정치인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꼭 수첩에 적힌 대로만 인사를 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도 수긍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덧붙이는 글 이렇게 좋은 인사청문회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일 보고 우려
#인사청문회 #정치교육 #제도 #발상의 전환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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