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정족산 습지, 최근 육화 현상은 분명한 사실"

밀밭늪, 무제치늪 현장답사 ... 환경청 '기후 탓'-지율 스님 '변화 나타나'

등록 2014.07.02 18:16수정 2014.07.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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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습지인 무제치늪을 비롯해, 정족산·천성산(원효산) 일대에 있는 산지습지에서 '육지화(陸地化 육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기후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환경단체는 천성산을 관통해 건설된 경부고속철도의 원효터널과의 관련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밀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1일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이병천 박사(산림생태학,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회장), 불교환경연대 관계자와 함께 습지 답사를 벌였고, 밀밭늪(영산)과 무제치늪(울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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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정족산 무제치늪(2늪)에 육화현상의 사례인 소나무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모습을 지율 스님이 바라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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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정족산 무제치늪(1늪)에 육화현상의 대표적 사례인 싸리꽃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 윤성효


무제치늪은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07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으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 밀밭늪, 대성늪, 화엄벌 등이 있는데 해당 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다.

2000년대초 천성산 원효터널 건설 여부로 홍역을 치렀다. 환경단체는 터널이 건설되면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습지의 생태변화로 이어진다며 반대했다. 원효터널이 완공돼 KTX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된 때는 2010년 11월이다.

이날 현장답사에서는 무제치늪과 밀밭늪 곳곳에 자라고 있는 어린 싸리꽃나무, 소나무, 오리나무를 볼 수 있었다. 이 나무들은 수령 3~5년 안팎으로 보였다. 대표적인 산지습지식물인 '진퍼리새'가 무성했는데, 그 속에 여러 수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병천 박사와 지율 스님은 "두 습지 모두 육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같은 지적에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무제치늪] 지율 스님 "대개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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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정족산 무제치늪(2늪)에 소나무와 오리나무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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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정족산 무제치늪(1늪)에 육화현상의 대표적 사례인 오리나무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 윤성효


울산 쪽에 있는 무제치늪은 아래쪽 '1늪'과 위쪽 '2늪'으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싸리꽃나무와 오리나무, 소나무가 많이 눈에 띄었다. '습지보호구역' 표시를 해놓은 밧줄 안쪽으로 싸리꽃나무가 여러 그루 한꺼번에 자라고 있었고, 어린 오리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다.


1늪 중앙 부근에 있는 물고랑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대표적 습지식물인 '끈끈이주걱'이 관찰되기도 했다. 중앙 부근까지 깔아놓은 나무판을 따라 들어가 보면 주변에 진퍼리새가 어른 허리 높이만큼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2늪에서는 오리나무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었다. 또 2늪에서는 1늪에서 보이지 않던 어린 소나무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지율 스님은 "이전에는 늪에 들어가면 스펀지 같은 느낌이 들면서 신발이 빠지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보니까 땅이 굳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무제치늪에 자라던 나무를 베어낸 것으로 아는데,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다"며 "오리나무 등이 자란다는 것은 물이 빠지면서 나무들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이전에는 소나무가 잘 관찰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유독 많이 보인다"며 "그리고 나무들이 대부분 어리고 수령이 3~5년 정도로 보인다. 기후 탓이라면 이전부터 자라던 나무가 있어야 하고, 수령이 10년, 20년 된 나무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병천 박사는 "습지 중앙 부근에 물고랑이 생겨 있고, 다른 데는 땅이 딱딱해지면서 습지 기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며 "기후 탓인지, 개발 영향인지는 정확히 파악해 봐야 하겠지만 육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밀밭늪] 이병천 박사 "오리나무 자라는 것은 근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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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박사가 1일 오후 양산 밀밭늪을 찾아 육화현상을 파악하고 있는데, 말라 죽은 오리나무가 관찰되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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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1일 오후 천성산 밀밭늪을 찾아 대표적 육화현사의 사례인 어린 오리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밀밭늪은 양산시 관할로, 천성산에 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나온다. 이곳 역시 대표적 습지식물인 진퍼리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진퍼리새 속에 오리나무가 많이 눈에 띄었다. 2012년에도 이곳을 찾았던 지율 스님은 "재작년보다 오리나무가 훨씬 많이 보인다"며 "어린 나무들도 곳곳에 보여 육화현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천 박사는 "습지에 오리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근조화로 보면 된다"며 "습지는 나무가 없어야 하는데, 나무가 있다는 것은 육화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철도공단에서 사후환경영향평가 목적으로 지하수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뚫어 놓은 '수량계 관정'이 두 곳 설치되어 있었다. 관정은 막아놓았지만 완전하게 폐공을 하지 않은 채 있었다.

낙동강환경청 "육화 현상은 기후 탓" ... 지율 스님 "변화는 분명"

환경부는 습지 육화 현상을 기후 탓으로 보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습지는 항상 담수하는 게 어렵고 비가 내리는 게 불규칙하다"며 "육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기후 변화 탓"이라고 밝혔다.

무제치늪에 대해, 그는 "지난해 10월 한 차례 습지를 침입했던 나무를 일부 베어내는 작업을 벌였다"며 "그 이전에도 그런 작업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습지의 육화현상이 원효터널과 관련이 있다는 자료는 없고, 다른 지역에 있는 습지도 비슷한 육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밀밭늪의 관정 시설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라 자치단체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며 "사후영향평가는 사업 완료 3년까지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폐공 조치에 대해서는 알아본 뒤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산지습지에서 왜 육화 현상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일부 언론의 경우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아무 변화가 없다고 하면 안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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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정족산 무제치늪(1늪)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대표적 습지식물인 진퍼리새가 무성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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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1일 오후 천성산 밀밭늪을 찾아 지하수 수위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설치해 놓았던 '수량계 관정'을 살펴보고 있다. ⓒ 윤성효


#천성산 #정족산 #밀밭늪 #무제치늪 #지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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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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