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위해 세월호 집회 한다?

등록 2014.07.20 14:12수정 2014.07.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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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노란 리본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로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 오준승


6월 7일. 세월호 참사 추모 촛불집회 때 있던 일이다. 당시 나는 집회를 참가한 다음 행진을 마치고 서울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 그 순간, 가까운 거리에서 소란이 일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무슨 일인지 살펴보았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일부 시민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추모 집회 사회자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대체 왜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지 않는 것입니까?"
"유족들이 박근혜 퇴진 구호를 거북스러워 해서 그렇습니다. 유족들이 우선 아닙니까."


사회자는 유족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박근혜 퇴진 구호를 유족들이 껄끄러워한단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회자에게 계속 고함을 쳤다. 한 시민이 '세월호 집회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기 위해서 구호는 약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말했지만 반박당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럼 유족들을 제외하고 집회를 여세요. 유족들이 무슨 상관입니까."

정말 듣는 내가 어이가 없었다. 누군가 카메라로 찍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정을 주체못하고 그들에게 말을 꺼내 물었다.

"제가 고등학생인데요. 한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에 박근혜를 퇴진시키려고 하는 것입니까, 박근혜를 퇴진시키려고 세월호를 끌고오는 것입니까?"


내가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오래 전부터 그들에게 품고 있는 생각이었으니까.

사실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는 이전부터 있었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규탄 집회의 연장선상이란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집회 참가자도 비슷했다. 그곳에는 '국정원 개혁'을 이야기 하고 있을 때도, '박근혜 사과'를 이야기 하고 있을 때도, 한결같이 '박근혜 하야' '박근혜 사퇴'를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옆에서 누가 무슨 주장을 해도 한결같이 박근혜 하야(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더 올라가면 그들은 대선 직후에도 '수개표'와 '부정선거'를 말했다. 국정원 집회에 참가하면서, 도무지 그들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사퇴시키려는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위해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끌고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의 답변은 이것이었다. '두가지 다'라는. 사실 황당했다. 어느 쪽이 '주(主)'이고 어느 쪽이 '부(副)'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두가지 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가.

여러분들께도 묻는다. 여러분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끌고 오는 것인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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