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 "세월호, 유가족이 놓기 전엔 안 놓는다"

[현장] 나흘간 세월호 유가족과 동조단식 시작한 가수 김장훈

등록 2014.08.04 20:27수정 2014.08.0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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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 제발 좀 와주십시오. 오셔서 (유가족들을) 껴안고 일으켜 주세요. 그리고 집으로 돌려보내세요. 울다, 울다 울 힘도 없습니다."

가수 김장훈(46)씨가 4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에 합류하며 말했다. 세월호 참사 111일째인 이날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다.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김영오(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씨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농성장에 김영오씨가 앉아있다. ⓒ 정민경


앞서 김장훈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나흘 동안 동조 단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광장에는 이미 인터넷에서 소식을 듣고 농성장에 찾아 온 40여 명의시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최준호(65, 남)씨는 한국에 온 사이 농성장을 들렀다며 "연예인들은 혹시 제재를 받을까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데 김장훈씨는 참 용기있게 잘하고 있다"라며 "연예인들이 더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단식 농성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응원을 나왔다는 시민 김아무개(50, 여)씨는 "바른 생각과 양심이 있다면 연예인이든 누가 됐든 여기에 나와봐야 한다"며 "서울에 산다면 김장훈씨같이 현장에 한 번 와보라"고 말했다.

오후 2시께 편한 옷차림의 김장훈씨가 등장했다. 그는 농성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민들과 취재진들을 향해 단식에 동조하게 된 이유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단식을 하고 있는데 한 명도 들여다 봐주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서 이제는 메시지를 던져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며 "대통령이 오셔서 가족들 끌어안고 일으켜 세운다면 정말 이 땅에 모든 갈등과 혼란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단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장훈씨와 김영오씨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수 김장훈씨가 농성을 시작하며 유가족 김영오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 정민경


"특별법은 유가족들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

20여 분간 계속된 발언에서 그는 특히 유가족의 요구가 왜곡되는 상황에 대해 몇 번이나 언급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요새 유가족들의 본뜻이 훼손되고 있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며 "대학 특례입학, 평생 생활보장, 그리고 추모공원 건립 이런 것들은 유가족들 입에서 나온 적도 없고 특별법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어느 정치인이 이야기 한 것들이고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 성역 없는 수사, 재발방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장훈씨는 "이건(특별법 제정) 유가족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유가족들은 자신을 태워서 대한민국에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시는데 저는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안전한 것뿐 아니라 모든 게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부정부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통령에게 농성장에 찾아올 것을 간청했다. 그는 "제발 오십시오. 대통령이랑 오십시오"라며 "유가족들 들여보내시고 '내가 이제 알아서 하겠다'고 그 한마디 하시면 임기 5년 동안 하신 일 중에 가장 성군다운 행동이 될 것이다, 이건 간청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고 농성장으로 들어가자 시민들은 "유가족들이 힘 많이 받을 겁니다" "힘내세요" "김장훈 파이팅" 등의 응원의 말을 보내며 박수를 쳤다.

세월호 참사 국민단식에 참여한 가수 김장훈씨 세월호 참사 111일째,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 가수 김장훈씨가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 정민경


"유가족이 세월호 놓기 전엔 안 놓습니다"

단식 농성장에 들어간 김장훈씨는 2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경오(47,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씨 옆에 앉아 생수 한 병을 건네받고 '세월호 참사 국민단식 1일째'라고 씌여진 노란 종이를 목에 걸었다.

김장훈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7·30 재·보궐선거에서 설령 그 반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했더라도 특별법은 그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유가족들에게, 국민들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정말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법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헌법과 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만약에 입법을 잘했고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정부에 대해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이 사건이 안 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몇몇 의원들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비유한 것에 대해 "버스 사고는 버스 회사에서 배상하는 것이다, 이건 국가에서 잘못해서 국가가 일 저질렀으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라며 "이건(세월호 참사는) 국가가 버스회사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연이 끝나면 다시 단식을 하러 오겠다며 "누군가 세월호 언제 놓을거냐 물어본다면 '유가족이 세월호 놓기 전엔 안 놓습니다' 이렇게 답할 거다"라며 "절대 지치시면 안 돼요"라고 유가족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김장훈씨는 9일 예정된 공연 일정을 고려해 7일까지 나흘간 유가족들과 동조 단식을 하고 이틀간 휴식을 취한 후 공연에 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정민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20기 인턴기자입니다.
#김장훈 #세월호 특별법 #단식농성 #동조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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