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 별이 된 304명을 잊지 말아주세요"

세월호 십자가도보순례단, 900km 대장정의 끝 대전월드컵경기장 도착

등록 2014.08.14 11:21수정 2014.08.1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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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사진은 세월호 희생자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 씨가 십자가를 메고 마지막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사진은 세월호 희생자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 씨가 십자가를 메고 마지막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에 속아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었다, 정말 화나고 속상했다."-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씨.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특별법으로는 온전한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 반드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여 유족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

지난 7월 8일 십자가를 메고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38일 만에 팽목항에 도착, 다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향해 도보행진을 벌였던 세월호도보순례단의 일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14일 오전 6시 대전 진잠 다목적체육관을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오전 9시 대전월드컵경기장 앞에 도착함으로써 38일 900km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도보순례에는 대전지역 천주교 신도들과 시민사회회원 등 300여명이 동행했다. 맨 앞 선두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승현 학생의 누나 아름씨가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발을 뗐다.

'세월호를 잊지말아주세요. 기도해주세요', '특별법제정 진상규명', '교황님, 별이 된 304명을 잊지말아주세요'라는 글귀가 쓰인 배너를 든 시민들이 그 뒤를 따랐고, 5kg이나 나가는 십자가는 김학일씨의 어깨에 메어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하자 '세월호참사대전대책회의'가 마련한 '고생하셨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순례단을 맞았다.


순례단은 서로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특히 가장 힘들었을 유가족들을 뜨겁게 안아주면서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유가족들은 "이번 순례를 함께해 주시고 도와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순례를 하면서 힘들었던 건, 언론과 정치권에 속아서..."


a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사진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부둥켜 안고 수고했다고 인사하는 모습.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쳤다. 사진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부둥켜 안고 수고했다고 인사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a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친 뒤 정리 집회를 하고 있다.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14일 오전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 900km의 대장정을 마친 뒤 정리 집회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도보순례를 마무리하며 인사에 나선 김학일씨는 "사랑합니다 모두를... 이 말은 4월 16일 제 아들 웅기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부모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떠난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했던 도보순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그 동안 함께 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웅기의 고통, 그리고 우리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셨다고 생각한다, 훗날 웅기를 만나면 꼭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순례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에 속아서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었다,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났다"며 "특별법은 당연히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가족의 뜻이 반영되지 못한 특별법 제정을 합의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 씨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분향소 가족대기실을 찾아와 만났을 때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생생하다, 아이들의 영혼을 팔아서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11대4로 대패하자 깊은 바닷물 속으로 아이들의 영혼을 버려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호진씨는 "만 킬로를 걷겠다는 결심으로 나섰는데 이제 겨우 900km 내려왔다"면서 "배에 물이 들어오는 상황 속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있다가 하늘로 간 304명의 천사들을 생각할 때 너무 가슴이 아팠고, 그들의 한을 제가 평생 지고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 잃은 부모가 십자가를 지고 그 먼 길을 걸어도 돌아서지 않는 세상이 너무 야속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반드시 이뤄낼 것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다음 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일 미사에 참석하는 것은 맞지만,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이 십자가를 전달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도보순례단은 다시 걸어서 유성성당으로 향했다. 유성성당에서는 '두 아버지의 2천리 완주기념 세월호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이 음악회는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이 주관해 진행됐다.

한편, 도보순례를 마친 유가족들은 이날 저녁 7시 30분 대전역 서광장에서 세월호참사대전대책회의가 주최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며, 15일에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 900km를 메고 온 십자가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세월호도보순례단 #십자가순례단 #대전월드컵경기장 #교황 #세월호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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