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가 주최한 ‘SK인천석유화학 주변지역 안전ㆍ환경 대책 토론회’가 지난 13일 오후 2시 서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장호영
"석유화학 관련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화학물질 관련 발생사고 중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화학물질을 정말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기업이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명한 정보 공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야한다.그리고 사고 발생 시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사고 대응기관과 주민의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SK인천석유화학 인근 주민들은 파라자일렌(PX) 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다루는지, 사고 발생 시 어떤 피해가 올 수 있는지, 그런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가 주최해 지난 13일 오후 2시 인천 서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SK인천석유화학 주변지역 안전·환경 대책 토론회'에서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지역사회와 화학물질 문제, 주민의 알권리와 기업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특히 김 실장은 "기업의 화학물질로 인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근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기업이 화학물질 관련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면, 정부는 그것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공무원과 시민단체들이 유해물질 건강 영향을 평가해 사고를 예방하고 비상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응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SK인천석유화학 문제도 같은 맥락의 문제"라며 "사고 발생 시 주민들에게 어떤 피해가 올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된 결과가 있고 그에 대해 주민들이 이해했는가를 봐야 하는데, 2건의 사고(나프타 유출과 PX 생산 공장 가스 배출시설 화염·소음 발생)가 주민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해명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SK인천석유화학 문제 해결방안으로 ▲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기 모니터링 실시와 투명한 공개 ▲ 각종 누출사고나 오작동 등에 의한 주민건강 영향평가 실시 ▲ 사고나 오작동 방지를 위한 SK인천석유화학의 노력 공개와 주민 신뢰 향상 프로세스 구축 ▲ 사고방지 계획서와 비상 대응 계획서 관련 주민설명회 개최 ▲ 주민 의견을 반영한 종합적 비상 대응 계획 수립(SK인천석유화학-지방자치단체-방제기관-주민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다.
두 번째 기조발제자로 나선 이광호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SK인천석유화학 문제는 환경으로 인한 피해가 핵심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대기업의 지역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횡포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특히 공장으로부터 200m 내에 신석초등학교가 위치하고 반경 2.5㎞ 내에 초·중·고등학교 31곳이 위치하는 것, 주민 24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문제 해결방안으로 ▲ 8월 22일로 예정된 주민감사청구 자문위원회에서 감사원의 종합적인 감사 결정 ▲ 서구의회 특위의 해법을 찾기 위한 민관 원탁 토론회 개최 ▲ 관련 전문가 토론회 ▲ 민관 거버넌스 구성을 통한 해법 찾기 종합 활동 ▲ 서구·인천시·국회·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 가동 등을 꼽았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창원 서구 환경보전과 팀장은 "나프타 유출 사고를 조사해 행정처분 조치했고 지난 7일 '주민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동일 사례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대기 모니터링으로 실시간으로 오염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장외 영향평가를 실시해 주민에게 공개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가 주민들이 PX 공장에서 현재 발생하는 소음 문제에 대해 질문하자, 김 팀장은 "공장 소음의 경우 법적으로 민원인의 집에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주변이나 주거지 경계선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공장 바로 건너에 위치한 아파트 13층에서 야간에 가장 높은 소음 측정치가 나와도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며 "환경부에 이와 관련한 법 개정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숙 서구의회 의원은 "SK인천석유화학의 이전이나 폐쇄를 먼저 검토해야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안전을 검증할 수 있는 검증단을 만들어 주민건강 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렬 서구의회 의원은 "구가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게 PX 공장을 준공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SK인천석유화학이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검증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국장은 "한국의 유해물질 관련 수치(기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기업에 너그럽게 돼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수치만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가 주민들이 토론회 중간 중간에 목소리를 높여 토론이 중단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SK인천석유화학이 토론회에 참가하지도 않는 등,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토론회는 뭐 하러 하는가", "시험 가동 중 문제가 발생하면 제재할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는가", "구청장이나 담당 과장, 시장 등이 오지 않은 것은 SK인천석유화학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인가", "SK인천석유화학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다" 등,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 사회를 본 박상문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상임회장은 "주민들의 불신의 골이 깊은 것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주민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역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들이 주민들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13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토론회 내용 중 나프타 유출 관련 내용이 있는데, 이는 이미 서구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기에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아 참가하지 않았다"며 "또한 토론회 참가보다는 직접 주민들을 만나 PX 공장과 안전성을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앞으로 아파트 등을 방문해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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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인천석유화학, 화학물질·위험성 등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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