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열린 제1회 마석동네페스티벌. 이주노동자가 직접 섭외한 가수 강산에가 노래를 부르고 노란색 터번을 쓴 이주노동자가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탑골만화방
강의실도 되고 카페도 되는 문화 공간양 작가는 탑골만화방이 인근 지역으로 문화운동을 확산시키는 거점이 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다양한 놀이거리를 기획해 사람을 모으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상호 학습'의 기회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엔 '탑골다방'을 열어 손님들과 직접 원두를 볶고 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일상사부터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야기를 나눈다. 규모는 작지만 대기업 사원, 협동조합 활동가, 귀농한 청년 등 서울, 대구, 부산, 경남 하동군 등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다. 작은 영화제를 열어 독립영화 등을 함께 보고, 하와이 기타인 '우쿨렐레'를 배우는 소모임도 연다. 상호 학습은 만화방 손님들이 각각 자기 분야의 강사가 되는 것인데, 지난 7월 26일 열린 첫 세미나에서는 괴산으로 귀농한 비폭력대화 전문가 강현주(41) 씨가 '평화소통'을 주제로 강의했다.
일 년에 두 번 만화에 관한 세미나도 연다. 지난해에는 대안만화출판사인 새만화책의 김대중 대표가 '만화, 더듬더듬 만지작'이란 제목으로 여름 강의를 맡았다. 또 겨울에는 만화가 지망생을 위해 일본 언더그라운드 만화지 <악스>의 편집장 아사카와 요시히로가 방문, 통역의 도움을 받아 일본 대안만화의 역사를 가르쳤다. 탑골만화방 세미나에서 처음 만화를 배운 한 미술작가는 올해 만화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 만화방 손님들은 마당 평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여름밤 한 장면을 수채색연필로 그렸다.
유순상
만화방에 모인 사람들은 밥을 짓고 설거지와 청소하는 일 등을 다 함께 나눠서 한다. '사다리 타기' 등의 게임을 통해 담당자를 지명하거나 자발적인 분업을 통해 각자의 몫을 나눈다.
주말 농장을 하는 만화방 손님의 텃밭에 가 일손을 돕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다른 이들이 호미나 낫을 들고 일하는 동안 우쿨렐레를 치며 흥을 돋우는 것으로 노동을 대신하기도 한다.
캐나다 정치철학자 제럴드 앨런 코헨이 저서 <이 세상이 백 명이 놀러온 캠핑장이라면>에서처럼 탑골만화방은 개인 소유지만 자발성을 바탕으로 공동의 통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지역과 연계한 사업도 하고 있다. 만화가를 농가와 연결해서 농산물 소개 전단지를 만화 형식으로 만든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의 경우 국산 깨 가공 영농조합인 괴산군 '깨가 쏟아지는 마을'에 여성 미술작가 김유인(34)씨를 연결해 참기름 전단지를 만들었다. 한 달 전에는 양 작가의 아내인 조지은 작가가 괴산 주민의 두부 판매를 돕기 위해 포장지에 붙일 스티커를 만들기도 했다. 작가들은 작업의 대가를 현물로 받는다. 김 작가는 옥수수를, 조 작가는 따끈한 손 두부를 받았다고 한다.
"시골이 문화 소외지역이라고들 해요. 그런데 제 생각에 삶의 문화는 시골이 더 풍부해요.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고 또 축제를 하고요. 도시에서 문화가 풍부하다는 것은 돈을 주고 소유할 수 있는 것들, 가령 영화를 보거나 세련된 갤러리를 다니는 일들이죠. 자신의 직접적인 삶과 개별화되어있죠. 하지만 시골에는 공동체 문화뿐만 아니라 자연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문화가 널려있죠."

▲ 미술작가 김유인씨가 만든 참깨 전단지와 포장지. 김씨는 수고비로 현금 대신 옥수수를 받았다.
탑골만화방
8월 들어 탑골만화방에 다시 찾아가니 어른 허리 높이였던 옥수수가 2미터까지 훌쩍 자라있었다. 태양의 파편처럼 눈부셨던 붉은 앵두는 소주에 담겨 만화방 한 구석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쾌락이 있고 예술이 꽃피는 시골 마을을 만들겠다'는 주인장의 꿈도 변두리 시골에서 그렇게 익어가고 있다.

▲ 마당에 열린 앵두를 따 볕에 곱게 말리는 모습. 앵두주를 담궈 시장에 내다 팔 계획이었지만 단골손님들이 절반 가량을 몰래 마셔버렸다.
유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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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트레블러17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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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비영리단체 민족학교, 전 미주 중앙일보 기자, 전 CJB청주방송 기자
<오프로드 야생온천>, <삶의 어느 순간, 걷기로 결심했다>, <내뜻대로산다> 저자, 르포 <벼랑에 선 사람들> 공저
uq2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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