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부터 2박 3일 동안 콜밴은 첫 여행을 다녀왔다. 뱀사골에서 모두 함께.
최문선
'더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준 휴가귀정사를 품고 있던 만행산의 숲과 계곡이 그립다. 임재춘 조합원도 내내 그랬다. 여행 후기를 진작부터 벼르던 임재춘 조합원은 이번 농성일기를 짧은 시간 후루룩 써내려갔다. 그만큼 스스로 동하는 이야기였다.
대법원 패소 후 많은 사람들이 콜텍 해고자들을 걱정했다. 그리고 그런 걱정들 속에 '희망의 노래, 꽃다지' 정윤경님이 내게 연락을 해와 콜텍 3인방의 여행을 추진해보자고 했다. "글쎄요, 그분들이 가시려고 할까요? 얘기는 던져볼게요"라고 나는 조심스레 응답했는데 예상 외로 그들은 "그러자"고 답하였다.
여행 준비는 일사천리 진행되었다. 정윤경님이 SNS 담벼락에 '콜텍 해고자 여행 보내주기' 후원 계좌를 안내했고, 하루 만에 여행경비가 넉넉히 모아졌다. 여행자금을 보내준 분들 중엔 다른 사업장의 장기 해고자도 있었다. 송구스러운 마음들이었지만 더 잘 갔다 오자는 의지도 생겼다. 송경동 시인이 나서서 귀정사와 사회연대 쉼터 '인드라망'에 연락하여 거처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콜텍 해고자 3명(김경봉, 임재춘, 이인근)과 나는 그곳으로 갔다. 콜트콜텍 8년 농성을 지켜봐준 사람들이 내준 휴가였다. 사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만든 휴가. 더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이구동성 메시지 같은 것.
투쟁기금을 아끼던 습관을 그때는 잠시 내려놓자고 했다. '짠돌이' 이인근 지회장 입에서 나온 말이니, 신나게 핫바도 사먹고 냉커피도 사먹었다. 그러나 귀정사에 도착한 이후 여행경비는 별 쓸모가 없었다. 인드라망 사무소에 갔더니 지킴이 최정규님과 김진 운영위원이 거하게 한 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절에서는 중식이 나왔고, 가까운 마을에서 콜텍 해고자 왔다고 밥 사주러 오고, 여행 안내하러 오고, 다소 먼 거리임에도 고흥에서 찾아온 분들도 있었다.
명인님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보컬이었다. 오래전에 무대에서만 그분을 뵈었는데…. 나에겐 낯선 분이었지만 콜텍 해고자들이 대전 공장에서 농성을 할 때부터 지지방문을 가고 지금까지 꾸준히 연대해주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