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낚은 우리 아들, 낚시로 키워볼까나

아들과 함께한 '집 나간 참돔' 낚시 체험기

등록 2014.10.07 13:46수정 2014.10.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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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돔 가두리가 터진 가운데 참돔이 물어 2칸대의 낚싯대가 물속으로 처박혔다. ⓒ 심명남


2칸 대(1칸은 1.8m) 아들의 낚싯대가 사정없이 물속으로 처박혔다.


"아빠! 낚싯대 좀 끌어 올려줘."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들이 낚싯대를 못 이기자 옆에 있던 동료가 급히 아들의 낚싯대를 바꿔 챘다. 챔질이 시작됐다. 휘어지는 낚싯대를 보니 이 정도면 대물임에 틀림없다. 힘이 장사다. 30m의 수심에서 물 밖으로 올라오는 동안 녀석은 안간힘을 썼다. 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가 1자반(45cm) 정도다.

"와~ 씨알 좋다. 참돔 맞네."

아들과 낚시를 떠난 것은 9월 셋째 주말이다.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양식장의 참돔 가두리가 터졌다는 정보였다. 고기를 잃어버린 양식장 주인의 안타까운 표정이 스쳐갔다. 하지만 이미 방류된 고기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하여 지인과 함께 급히 배를 띄웠다. 배로 15분을 달리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양식장 탈출한 참돔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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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돔 가두리가 터진 송도 양식장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풍경 ⓒ 심명남


그곳은 돌산 군내리 맞은편에 있는 송도(松島)라는 섬이다. 일명 솔섬이라 부른다. 작고 가늘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토지가 비옥해 공지가 없을 정도로 농경지가 많았단다. 그래서 1890년대 이전엔 해적들의 잦은 출몰로 사람들이 거주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이곳 어민들은 양식업이 주어업이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가 이곳에 와 태풍피해를 둘러보고 어민들에 대한 어업지원을 약속해 취재진이 몰렸던 곳이기도 하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며칠 전 형님 친구가 선상낚시를 왔다가 이곳에서 참돔을 쿨러로 가득 채웠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양식장이 터졌단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기대가 컸다. 왜냐면 양식장에서 빠져나온 고기들은 다른 곳에 도망가지 않고 먹이를 주는 시간에 주위를 배회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길들여진 고기다. 그래서 물때만 맞으면 쿨러를 채우는 것은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다.


내심 기대반 의심반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행히 주말이지만 주위엔 낚싯배가 많지 않았다. 혹 잘못 찾아왔나 싶어 다시 전화로 위치를 확인했다. 가두리가 터졌다면 낚싯배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야 하는데 주위엔 겨우 2~3척의 낚싯배가 전부였다. 물론 가두리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되었다. 양식장 주인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우린 양식장과 좀 멀리 떨어지게 닻을 고정시켰다. 지인과 아들, 그리고 내 낚싯대가 바다로 던져졌다. 미끼는 참돔이 좋아하는 청개비다. 청개비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낚시에 채워진 청개비가 물 속으로 쏜살같이 빨려 들었다. 생각 같아선 집나간 배고픈 참돔이 먹이를 덜컥 낚아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입질은 오질 않았다.

공부보다 낚시 좋아하는 아들...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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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낚시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아들은 이날 어른도 잡지 못한 45cm급 참돔을 낚아 올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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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잡아 올린 참돔을 들고 인증샷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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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낚아 올린 가두리를 빠져나간 참돔이 튼실하다. ⓒ 심명남


아들은 요즘 부쩍 낚시에 관심이 많다. 사실 난 낚시보다 다이빙이 취미여서 그런지 낚시는 심심타. 아들이 낚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올 여름부터였다. 낚시를 배운 뒤 공교롭게도 몇 번 낚시를 할 때마다 꼭 큰 고기를 낚아 올렸다.

이후 주말이면 낚시를 가자고 졸라댔다. 내가 시간이 안 돼 못 가면 친구와 함께 낚싯대를 챙겨 집에서 오동도까지 걸어가 낚시를 하고 돌아왔다. 슬리퍼를 신고 먼길을 걸어 발등이 부르튼 적도 있다. 한마디로 낚시에 푹 빠졌다.

뱃사람들은 고기를 잘 잡는 사람을 두고 '수덕이 좋다'는 표현을 쓴다. 아들에게 수덕이 있긴 있나 보다. 역시나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아들은 첫수에 대물급인 참돔을 낚아 올려 아빠와 낚시꾼 '정프로'를 놀라게 했다.

"자네 아들 낚시로 크면 되겠어. 아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낫네 그려."

면이 서지 않던 정프로는 이후 잡어와 우럭을 낚아 올렸다. 나 역시 감성돔을 걸었다. 하지만 둘 다 아들이 낚은 참돔에 못 미치는 크기다. 이후 포인트를 옮겨 다니며 오후 내내 낚시를 했지만, 결국 기대했던 참돔은 물지 않았다. 이날 아들이 잡은 참돔이 전부였다. 어른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서 아들이 잡은 참돔을 썰어 반주로 위안하려 했지만 그역시 불발되었다. 아들의 말은 이랬다.

"아빠 내가 잡은 것 썰지 마. 집에 가서 엄마한테 자랑 좀 하게."

고민이다. 아들은 공부보다 낚시를 더 좋아한다. 집에 오는 내내 생각했다.

"일찌감치 아들을 낚시로 키워 볼끄나. 그럼 어부가 되어야 쓴디. 그래도 그건 아녀… 거 참 영 거시기하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참돔낚시 #송도 가두리 #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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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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