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700억 분식회계 확인하고도 기소유예 처분

유수언 전 신아조선 대표 "반성한다" 등의 이유로 불기소

등록 2014.10.15 17:41수정 2014.10.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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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유수언 전 신아조선 대표의 '1700억 원 분식회계'를 확인하고도 '반성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불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오는 16일과 20일에 각각 예정된 서울중앙지검과 창원지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유 전 대표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고소사건들의 검찰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검찰은 유수언 전 대표가 1700억 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6억 달러(약 7000억 원)의 RG((Repayment Gurnatee, 선박 건조 선수금 환급 보증)를 발급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반성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그를 불기소했다.

분식회계(window dressing settlement)란 회계장부상의 재무정보를 조작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가공매출, 재고자산 과대계상, 부채나 비용 과소계상 등을 통해 재정상태나 경영실적을 실제보다 부풀린다.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분식회계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분식회계 처벌수준은 계속 강화돼 왔다. 

대우조선해양 총무이사 출신인 유 전 대표는 현재 통영상공회의소 회장과 경남 서부권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GSE 회장을 맡고 있다. 

수차례 유 전 대표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소했던 이국철 전 SLS 회장은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처분이다"라며 "유 전 대표와 검찰의 유착관계를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유수언 전 대표 등의 분식회계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 오마이뉴스


유수언 전 대표 "영업실적 높이기 위해 분식회계"

지난 2005년 신아조선(SLS조선의 전신, 현 신아SB)을 인수했던 이국철 전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올 7월까지 총 20여 차례에 걸쳐 유 전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유 전 대표가 신아조선을 이 전 회장에게 매도하기 전인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총 1700억 원(자본분식 1000억 원, 매출분식 700억 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앞서 이국철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12월 신아조선을 인수한 뒤 이듬해 정밀실사를 벌여 신아조선의 자본금이 자본잠식 상태인 -856억 원이고,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1700억 원의 분식회계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금융감독원과 부산지방국세청에 이를 자진신고했고, 한국산업은행에도 통보했다. 

특히 유 전 대표는 이러한 분식회계를 통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총 6억 달러(한화 약 7000억 원)의 RG를 발급받았다. 자본분식과 매출분식을 속이고 총 6억 달러를 대출받은 셈이다. 이국철 전 회장은 유 전 대표가 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액(RG, 대출보증, 당좌차월, 기업구매자금, 제작금융대출, 일반재 지급보증, 당좌대출, 내국신용장 등)은 3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국철 전 회장의 고소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와 특수3부, 창원지검 통영지청에서도 이러한 유 전 대표의 분식회계를 확인했다. 유 전 대표는 검찰에서 "(신아조선의 자금‧회계책임자인) 양아무개가 매년 말에 사무실에서 적자가 예상된다고 보고하면 흑자가 난 것으로 만들라고 지시하고, 선박을 건조하면서 공정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당기순이익을 과다계상하는 등 소위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있다"라고 진술했다.

"신아조선의 이익금이 적거나 적자상태이면 외국선사로부터 선박을 수주받기 어렵고, 거래처로부터 자재매수 등을 거래할 때 어음이 아닌 현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회사의 자금운용을 원활히 하고, 영업실적을 높이도록 할 목적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다."

신아조선의 자금‧회계책임자였던 양○○씨도 검찰조사에서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감사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금융기관에 그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유수언 전 대표에게 손실이 예상된다며 당기순이익을 과다계상하겠다고 보고한 다음 저가로 수주한 선박을 고가로 수주한 것처럼 하거나 투입되는 원가를 줄이는 방법으로 당시순익을 과대계상한 재무제표를 만들었다"라고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했다. 양씨는 "당시 분식회계는 기업들의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재무상태가 좋아야 선주사들이 많이 수주하기 때문에 영업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분식회계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불기소이유서에 첨부된 '범죄일람표'. 유수언 전 대표가 분식회계를 속이고 6억 달러의 RG를 발급받았음을 뜻한다. ⓒ 오마이뉴스


하지만 검찰은 '혐의없음',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

하지만 검찰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유수언 전 대표에게 혐의없음,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본건 분식회계는 자진신고 기간 내에 신고한 점, 피해자 산업은행에 현실적인 피해를 발생하지 아니한 점, 피해자가 피의자들(유수언 전 대표 등)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는 점, 피의자들은 자신들이 과거 분식회계를 했던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한다"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분식회계라는 범죄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기소하지는 않은 것이다. 장흥순 전 터보테크 대표가 지난 2005년 '700억 원 분식회계'로도 검찰에 구속돼 징역 2년 6개월(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통영지청은 또다른 고소사건에서 "그 당시 신아조선의 자본금이 마이너스이고 당기 순손실액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기업이나 다 분식회계를 하던 시대였다"라며 유 전 대표를 불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고소인인 이국철 전 회장은 물론이고 신아조선 자금·회계책임자인 양○○씨 등 피의자들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검찰은 "피의자 유수언과 양○○은 매년 신아조선의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당기순이익을 과다계상하는 등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인정될 뿐 아니라 산업은행으로부터 수입신용장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분식회계에 의한 재무제표 자료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라면서도 "금융기관에서 신아조선의 재무제표 자료만을 보고 대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기소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산업은행 간부가 검찰에서 한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아무개 한국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 과장은 검찰에서 "만약 분식회계에 의한 재무제표 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알았다면 (RG든) 수입신용장이든 승인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진술했다.

이국철 전 회장 "검찰과 유수언, 어떤 유착관계이길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유 전 대표를 수차례 고소했던 이국철 전 회장은 "일반 국민이 7000만 원의 사기범죄만 저질러도 징역 2년 이상을 구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성한다는 이유로 7000억 원에 이르는 사기범행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이는 공정성, 평등성,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분이다"라고 지적했다.

1700억 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도 불기소된 유 전 대표와 달리 이국철 전 회장은 '35억 원 분식회계'로 기소됐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분식회계를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전했다. 또다른 검사출신 변호사는 "분식회계한 재무제표로 수천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결코 가볍지 않는 사안인데 왜 기소유예했는지 모르겠다"라며 "밖으로부터 세게 로비받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등이 법원에 제출한 명백한 증거자료들을 바탕으로 고소·고발했는데도 검찰은 유 전 대표와 어떤 유착관계를 맺고 있길래 말도 안되게 판단했는지 꼭 밝혀야 한다"라며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최근 SLS조선 해체 과정과 검찰수사의 문제점, 권력비호 의혹 등을 정리한 자료를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보내는 등 '새로운 진실규명 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유수언 전 대표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분식회계를 인정했든 안했든 법에서 죄가 없다고 판단해 기소유예한 것이다"라고 짧게 말했다.
#유수언 #신아조선 #이국철 #SLS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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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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