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인의 가슴을 뛰게 한 '그녀'... 누굴까

[서평] 커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여인의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

등록 2014.10.27 14:28수정 2014.10.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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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에 무엇이 내 가슴을 이렇게 뛰게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렇게 질문하더니 폭풍 같은 사랑 이야기를 질펀하게 늘어놓는다. 한 40대 중년 여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가끔은 '그녀'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날도 있다. 어느 날엔가 순간적으로 '그녀'에게서 나는 나쁜 향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그녀'가 남긴 밤새 가시지 않는 여운에 흥분하여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 여인에게 '그녀'는 누구일까?


"에스프레소, 그녀는 활발한 성격을 가진 B형 여자다. 그녀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에서는 완벽주의자이며 직장 동료들과 상사에게도 인정받는, 이른바 '까도녀(까칠한 도시 여자)'다. 향을 듬뿍 머금은 짙은 적갈색의 '크레마'라는 묘한 매력 때문에 그녀에게 빠져드는 사람들이 더 많다. 특히 피로할 때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꼭 그녀를 찾는다."(본문 24쪽 중에서)

40대 중반의 여인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것, "오직 커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단호히 대답한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이 여인의 이름은 김연선이다. 그는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에서 자신이 커피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듯 맛깔나게 늘어놓는다.

커피가 세례를 받았다고?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김연선 지음 / 재승출판 펴냄 / 2012. 12 / 223쪽 / 1만2800 원)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김연선 지음 / 재승출판 펴냄 / 2012. 12 / 223쪽 / 1만2800 원)재승출판
저자는 특급 호텔 첫 여성 총지배인을 지낸 이로, 재직하던 전문학교에 커피학과를 신설하고 커피를 가르쳐 커피수업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커피학 교수다. 현재 대구보건대학교 커피 전공 교수로 바리스타 대회 및 2급 바리스타 실기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거품처럼 부드러운 그녀의 살결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짙은 향은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게 해방시켜 준다"며 '커피의 심장'인 에스프레소의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맛에 폭 빠져 '그녀'를 한없이 찬양한다. 에스프레소 마시는 법? 그런 게 있을까? 그런 게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추천하는 에스프레소 마시는 법은 아래와 같다.

▲ 혀에서 느끼는 원액의 맛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눈으로 느끼고 이어 황금빛 크레마와 진한 향취를 코로 맡은 다음 살짝 섞어 세 번에 나누어 음미한다. ▲ 너무 쓰게 느껴진다면 설탕을 한 스푼 넣은 다음 젓지 않고 마신다. 쌉싸름함과 마지막 한 모금의 진한 달콤함을 느낀다. ▲ 달콤하고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한 날에는 설탕 2~3스푼을 넣고 잘 저어 마신다.(본문 24~27쪽 정리)


원래 커피는 사탄의 음료였다. 지금은 에스프레소가 이탈리아에서 탄생하여 전 세계를 커버하는 기호음료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달랐다. 이슬람권인 아라비아에서 발견되어 마시기 시작한 커피가 기독교권인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 커피라는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반대자들은 교황에게 시음을 금지하도록 청원을 했다.

1605년 청원을 받은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를 마셔보지도 않고 금지할 수 없다는 생각에 커피를 마셔 보았다. 너무 신기하고 좋은 맛이어서 금지시키는 걸 포기하고 이방인의 음료에서 기독교인의 음료가 되게 하려고 세례를 주었다. 참 우스운 일화지만 커피의 맛은 교황도 뿌리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커피 맛을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다.

카페인은 건강에 좋다?

책에서는 한국만 가진 유일한 게 있다고 소개한다. 인스턴트 커피믹스가 그렇다. 외국 여행을 할 때 라면과 커피믹스를 꼭 챙기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러나 라면은 일본이나 중국제품이 있어 안 챙겨도 되지만 커피믹스만큼은 꼭 챙겨야 한다.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인스턴트커피는 한 해 평균 4700만 킬로그램이 소비되는데 세계의 80%가 우리나라에서 소비된다.

저자는 루왁 커피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제공한다.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콩을 먹고 배설하고 그 배설물을 수거하여 잘 가공해 만든 커피가 그 유명한 루왁커피라는 걸 대부분의 커피 애호가들은 알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국영커피연구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몇 가지를 유념하지 않으면 일반 커피만도 못한 루왁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루왁의 배설물은 마르기 전에 깨끗이 씻어내야 잡스러운 맛과 향이 나지 않는다. ▲ 야생에서 주워 온 것들은 대부분 이미 커피 본래의 좋은 맛과 향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 이런 커피들은 공정하게 인공으로 가공한 것 중 품질이 나쁜 것보다 더 좋지 않다.(본문 59쪽 중에서)

지인이 줘서 마셨던 루왁 한 잔, 지금도 그 알싸한 향이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가득하다. 그런데 지인은 "야생의 것이어서 더 맛이 좋다"며 "인공사육으로 생산한 루왁은 질이 낮고 맛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꽉 마른 고양이 똥을 보여줬었다. 그게 질 좋은 자연산 루왁이라고. 저자의 말대로라면 내 입맛이 자연산 루왁에 속은 거다. 허.

일전에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 가서 비엔나커피를 시켰다가 종업원의 당황한 반응에 의아했던 적이 있다. 비엔나엔 비엔나커피가 없다. 결국 우유 넣은 커피를 설탕 넣어 먹었다. 휘핑크림을 올린 커피, 일본에서 배운 우리만의 커피다. 책은 캐러멜마키아토가 유럽에 없다는 것도 일러준다. 진즉에 이 책을 읽고 갔으면 비엔나의 참담함은 없었을 걸, 생각했다.

저자는 에스프레소에서 시작하여 커피의 수확, 가공, 블렌딩과 그라인딩, 핸드드립 그리고 라테 아트까지 커피의 전 과정을 특유의 맛깔스런 필체로 촘촘히 알려준다. 끝내 저자는 우리를 서울의 연두, 전광수 커피하우스, 카페 뎀셀브즈 등 유명 카페명가들로 이끌고 다니다 강릉의 커피커퍼농장과 보헤미안까지 끌어다 놓고야 여행을 멈춘다.

커피는 몸에 좋다? 커피가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불면증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카페인인데 저자는 카페인이 몸에 좋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40대 중년 여인(저자)의 커피 건강론을 적으며 글을 맺을까 한다.

▲ 노화방지- 커피의 항산화성물질(SOD)이 노화를 방지해 준다. ▲ 다이어트, 지구력증가- 카페인이 에너지를 10% 증가시키고 운동의 지구력도 높여준다. ▲ 단기 기억력 증가- 뉴런을 자극하여 기억력과 암기력을 증가시킨다. ▲ 질병 예방- 항균작용이 있어 헬리코박터균 등을 죽인다. ▲ 치매예방- 커피에 있는 트리고넬린이 뇌세포를 활성화 시킨다. ▲ 긴장완화- 뇌에 알파파를 생성시킨다. ▲ 뇌암치료- 카페인이 뇌암세포 성장을 방해한다. ▲ 이뇨작용- 독소를 배출한다.(본문 144~149쪽 정리)
덧붙이는 글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김연선 지음 / 재승출판 펴냄 / 2012. 12 / 223쪽 / 1만2800 원)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

김연선 지음,
재승출판, 2012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 #김연선 #커피책 #에스프레소 #루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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