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닫은 문, 만 명이 열지 못한다?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87] 開

등록 2014.11.07 13:50수정 2014.11.07 13:50
0
원고료로 응원
1949년 신중국 건국에 성공한 마오쩌둥(毛澤東)은 거기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사회주의 개조를 줄기차게 추진한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외부세계와의 교류보다는 내부 역량 결집에 더욱 집중한다.

초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던 사회주의 경제가 헤어나기 힘든 침체의 늪에 빠져들 즈음, 마오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라는 또 한 번의 결정적 과오를 범하며 중국을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죽의 장막' 속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한 사람이 닫아 놓은 문을 만 명이 열지 못한다(一夫當当關,萬夫莫開)'는 말처럼 마오쩌둥이 굳게 닫아 놓은, 사회주의의 문을 누구도 쉽게 열지 못할 것 같았다. 최소한 '작은 거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만 명도 열지 못할 것 같던 문을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 개방(改革開放)'이라는 지렛대로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조금씩 먹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 보이기(雲開見天) 시작했고,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이용한 경제특구의 씨앗은 점, 선, 면으로 확대되며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으며(開花結實) 중국의 경제발전을 선도했다.

입을 열어 논의도 못하고, 인장을 열어 일 처리도 못하고, 전문가를 초청해 자문을 구하는 연회도 열지 못하는, 이른바 '삼불개(三不開)'라 불리던 경직된 사회주의 관료조직도 경제방면보다는 더뎠지만 그래도 조금씩 인민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유연하게 작동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로 급부상한 중국의 발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1978년 개혁개방도, 2001년 WTO 가입도 모두 과감하게 외부 세계를 향해 닫힌 문을 열어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a 開 열 개(開)는 대문의 상형인 문(門)과 빗장을 나타내는 표시(一) 아래 문을 여는 두 손 모양(?)을 합친 회의자이다.

열 개(開)는 대문의 상형인 문(門)과 빗장을 나타내는 표시(一) 아래 문을 여는 두 손 모양(?)을 합친 회의자이다. ⓒ 漢典


열 개(開, kāi)는 대문의 상형인 문(門)과 빗장을 나타내는 표시(一) 아래 문을 여는 두 손 모양(廾)을 합친 회의자이다. 닫힌 빗장을 열고 손으로 뭔가 조작하거나, 시작하거나, 피어나거나, 켜는 것 등으로 점차 그 의미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네티즌 사이에 '마오덩시(毛鄧習)'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이 마오쩌둥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당의 정풍운동을 이끌고, 경제적으로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모델을 계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동시에 마오쩌둥은 건국,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경제 부흥이라는 시대적 임무를 완성했으니 시진핑은 반부패와 법치로 민주 사회주의를 열어 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시진핑은 공산당의 정풍을 강조하며 "문을 열고 산을 보라(開門見山)"고 강조한다. 형식적인 허례나 구체적이지 못한 탁상공론을 없애고, 허심탄회하게 단도직입적이고 실제적인 논의를 하라는 의미다. 아직까지는 성공적이고, 민심을 등에 업은 시진핑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開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3. 3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