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산물 초토화 될 것"
"기업 경쟁력 높아져...정부 애썼다"

[현장] 한중FTA 타결을 바라보는 서로다른 두 시선

등록 2014.11.10 20:29수정 2014.11.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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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서 열린 두 기자회견. 한곳에선 농민단체 등이 모인 범국민대책위원회였고, 또 다른 곳에선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인들이 모인 자유무역협정(FTA) 민간대책위원회였다. 한중FTA의 사실상 타결 소식을 접한 이들 두 단체의 입장은 철저하게 달랐다. 한쪽에선 '즉각 파기'를 주장했고, 또 한편에선 말그대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먼저 회견에 나선쪽은 FTA 범대위였다. 이날 낮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회견에서 범대위는 "한중FTA 타결은 이 정부가 농업 포기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농민들과 협의도 없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한중FTA를 타결했다"며 "지난 대선공약 발표할 때 농업은 시장기능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농업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농민들을 중국에 팔아먹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2012년 제정된 통상절차법에 따르면 FTA는 국회 보고와 국민 공청회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며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한중FTA는 무효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한중FTA가 발효되면 "한국 농산물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산둥반도 일대가 한국과 기후가 같아서 농산물 출하 시기가 똑같다는 점을 들었다. 위기에 빠진 한국 농업이 밀려오는 중국 농산물과 경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범대위 "협상 즉각 파기해야...농민들 FTA로 모두 죽을 지경"

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0일 낮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 FTA는 중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신음하는 국내 농업을 완전히 파탄시킬 것"이라며 협상 파기를 주장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0일 낮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 FTA는 중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신음하는 국내 농업을 완전히 파탄시킬 것"이라며 협상 파기를 주장했다. ⓒ 김지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좀더 직설적이었다. 김 의장은 "작년부터 제 값을 받는 농산물이 하나도 없다"며 "한국 농민들은 각 나라와의 FTA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밀려오는 농산물 때문에 모든 농산물 가격이 곤두박질쳐서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또 "지금까지 각 나라들과 추진한 FTA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과연 누굴 위한 FTA였는지 농민들에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들은 생사가 걸린 문제다,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범대위는 향후 국내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한중FTA의 부당성을 알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한중FTA 중단을 촉구하는 '먹거리안전을 위한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연다. 이어 국회에서 비준 반대를 위한 토론회를 비롯해 각종 기고 등을 통해 대국민 여론전도 펼친다.


민간대책위 "기업들 경쟁력 높아질 것, 정부가 애 많이 썼다"

범대위의 기자회견이 끝날 즈음인 오후 2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선 국내 주요 경제단체장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재벌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허창수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덕수 한국무엽협회장 등이다. 이들은 한중FTA 민간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대국민 성명서를 내놨다.

이들 단체의 주장은 그동안 한미FTA나 한-유럽연합 FTA를 체결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중국이라는 넓은 시장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FTA 전도사' 역할을 해 온 한덕수 회장은 "중국은 세계경제규모 2위로 앞으로 2025년이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며 "이런 중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중국의 넓은 시장에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일 수도 있다'라는 지적에 대해 허창수 회장은 "대기업들은 더 대량생산을 할 수 있고, 국내 시장처럼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한중FTA가) 중소기업에 더 유리한 것이 많다는 조사도 있다"면서 "불리한 부분이 있다면 정부와 협조해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관료 출신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도 다르지 않았다. 박 회장은 "금융산업과 서비스 산업 전체에서 한중FTA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맺은 FTA 가운데 금융산업이 별도의 챕터로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며 "정부 협상팀이 애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경제관료와 기업인 출신인 이들은 이날 회견 내내 정부 협상팀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한 회장도 "협상팀 노고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고, 박용만 회장도 "정부가 애를 많이 쓰고 성과가 많은 협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중FTA의 실질적인 이익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재계에서조차 조심스러운 반응도 여전하다. 재계 한 인사는 "자동차 등 이미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중"이라며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는 (관세철폐까지) 10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협상 발효 후 즉시 관세를 없애는 품목 수에서 중국이 훨씬 이익을 얻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자가 '중국쪽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협상에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실제 FTA가 이행되면 서로 다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한미FTA 때도 그랬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뜻대로 이뤄진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한중FTA #범국민대책위 #민간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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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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