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참극, 왜 벌어졌나?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안전불감증, 극복해야

등록 2014.11.18 13:25수정 2014.11.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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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동신대 학생회관 2층을 계단으로 올라가 복도를  걸어가면, 동아리방 하나가 나온다. 여느 동아리방처럼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문구가 손글씨로 아기자기하게 씌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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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방 ⓒ 김철민


커다란 노란 바탕의 시트지 하단에 두 손을 꼭 끼고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예쁘게 뜬 깜찍한 '하얀 동글이'가 눈에 들어온다. 볼에는 부끄러운 홍조를 세 줄 양볼에 그려 넣고 앙증스런 귀여운 미소를 띤다. 좌측 옆 '누나랑 비행갈래?'라는 문구 위에 적은 '남학우 환영'라는 글귀 배치로 보아 주로 동아리 모집 타깃이 남학생임을 알 수 있다.

맨아래 하단에는 "여름엔 제주도~겨울엔 스키스키~윈드서핑, 스킨스쿠버, 번지점프"라 적힌 것을 보니 하늘, 설원과 바다를 제대로 배우고 느끼는, 밝고 건강한 모습들이 연상된다. 좌측에는 사진 한 장이 붙어있었다. 어느 패러글라이딩 사이트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한 글라이더가 사이트 아래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배경으로  힘차게 도약 후 활강하는 모습이다. 맑은 창공의 푸름과 조합한듯한 패러글라이더의 분홍빛 바탕색과 잘 어울리는 사진이다.

사이트 주위에 3명 정도의 서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패러글라이딩은 위험한 레포츠의 성격상 팀워크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팀 구성원간 끈끈하고 확실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이 모였을 것이다. 담양에 좋은 사이트가 있고 날씨도 좋아 활강하기 좋은 날이었을 것이다. 패러 글라이딩 동호 회원을 포함 총 26명 중 10명이 나주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멤버와 그 졸업생이었다.

그것이 학교 측에 동아리 MT로 보고되지 못한 사정이었다. 지난 15일 담양의 한 펜션에서 발생한 화재의 피해자 대부분이 바로 이 동아리 학생들이었다. 전국에서 온 패러글라이딩 팀들과  함께 나주 동신대팀들도 졸업한 선배들이 함께했을 것이다. 익스트림 스포츠(극한스포츠)다 보니 숙달된 선배가 팀으로 함께 하지 않으면 재학생 멤버로는 이런 레포츠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근의 펜션을  섭외한 것도, 활강 후 가까운 거리로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창평IC 가 10분 거리에 있어 고속도로 진입에 여러모로 괜찮은 장소였을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 친해지듯이, 익스트림 스포츠(극한스포츠)를 함께하니 저녁 숯불구이 파티는 그날 활강의 기쁨을  서로 나누며 다른 팀과도 어울리는 자리였을 것이다.

어느날, 우리가 우연히 TV 뉴스에 "한 펜션의 1.임시편의시설(지붕은 억새, 건물벽면은 판자로된 무허가)안에서/ 2. 바베큐 파티하다가/ 3. 구이 팬에 불이 붙어/ 4. 물을 부어 진화 도중 / 5. 지붕(억새)에 옮겨붙어/ 6. 화재가 발생해, 10명 중 4명이 질식사(동신대 재학생1명, 졸업생3명), 6명이 화상"라는 방송을 봤다하자. 믿어지는가? 도저히 불가능한 사건아닌가?


물론, 학문적으로 경제학에서 티핑포인트라는, "어떤 상황이 처음에는 미미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화되는 극적인 순간"이 있긴 하다. 물리학에서도 '임계점'이 있기도 하다. 미미한 시작이 극한점에 이르렀을때의 상황의 극적변화 또는 물리적 평형 상태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실제로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이 어려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을까? 각 상황을 분석해 예측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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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펜션 화재 현장1 폴리스라인 뒤로 가건물(불법건물)의 형채만 남아있음 ⓒ 김철민


1. 화재가 발생한 곳은 쇳조각과 기둥, 판자로 벽을 삼고 억새로 지붕 삼은 2동짜리 무허가 시설. '정글의 법칙'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적어도 '정글의 법칙'은 카메라 뒤에 안전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지 않은가?

2. 바베큐를 실내에서, 그것도 20명 가까이. 소화시설도 미비했고, 어떠한 주의사항도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 펜션의 상당 수가 이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위험한 줄 모른다. 그 친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캠핑하는 사람들은 안다. 바베큐를 바깥에서, 그것도 텐트에서 떨어져 바람 등지고, 그리고 숯불의 양과 고기의 양을 가늠해서 구워야 한다. 그들은 술 한잔하며 긴장을 풀었을 것이고, 그 많은 인원을 상대로 고기의 양과 숯의 조화, 즉 불에 대해서 신경을 못 썼을 것이다.

3. 구이판에 불이 붙곤한다. 이것은 고기를 구워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고기 기름을 따로 받아 처리하든가, 고기 양 조절을 하며 기름이 고기를 태우지 않도록 하는 경험자가 있어야 한다. 여러 팀이 어울릴 때는 서로 건배하며 얘기하느라 가장 초보인 학생이 구웠을 확율이 높다. 그래서 고기 기름이 숯불을 매우 화나게 할수 있음을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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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펜션 화재 현장2 가건물이 완전 전소된 현장 ⓒ 김철민


4. 숯불에 물을 붓거나, 기름에 붓거나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는 늘 별것 아닌듯이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 봐라. 야외에 나가서 숯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먹을 때 주로 누가 했는가? 나름 많이 해본 사람이 전담해서 하지 않는가? 쉬워보이지만 작은 것에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불에 관해서는 무조건 조심해야 했다. 물은 기름과 상극이다. 물이 닿았을 때 기름이 사방으로 튀었을 것이다.

5. 지붕에 불이 옮겨붙었다. 이미 기름칠이 더해져 그곳에 불꽃이 닿으니 발화는 순식간에 번졌을 것이다. 이미 바닥은 나무요, 벽은 판자니 불이 순식간에 번질 조건이 됐다. 아니, 어떻게 하면 지붕에 불이 붙는가? 보통 화재가 발생하면 기둥과 지붕은 남지 않는가. 지붕에 억새라니, 천장과 지붕만 불만 안 번졌어도 모두 빠져 나왔을 것이다.

6.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경황이 없어 소화기도 찾지 못 했을 것이다. 그나마 하나 있던 소화기는 불량 상태였다. 문 앞에서 참담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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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펜션 화재 현장3 사고현장 뒷편 나무 여섯그루가 그을린 모습 ⓒ 김철민


경제학적으로 '티핑포인트', 물리학적으로 '임계점'이  실제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러한 조건이 생기지 않도록 애초에 펜션 주는 불법 건축물을 세우지 말아야 했고, 그곳을 바베큐장으로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담당 행정 관리자는 실사를 하고, 단속을 했어야 했다. 관리자는 적정한 수용 인원과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에 대해 고지했어야 했고,  불에 관해서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준비도 안 돼 있었다. 안전에 둔감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현재 사회에  팽배해 있는 황금 만능, 인명 경시, 적당 주의, 행정편의 주의에서 비롯된 '안전불감증'으로 다시는 희생되는 젊은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어른들의 철저한 반성에 따른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현재, 화재를 겪은 나주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회원들은, 대학이 준비한 '재난심리(트라우마)'지원 프로그램을 받고 있습니다. 동신대 기획협력처 조현정 팀장은 학생들이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학업에 복귀하도록 당사자들에 대한 언론의 직접취재를 지양해줄것을 부탁했습니다.
#담양펜션 #하늘터 #패러글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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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정감과 강인함을 좋아하며, 인간 '종'이 세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를 실현하고자 하며, 지구어머니의 한 생명체으로서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구온난화 및 핵탈피에 관심있는, 깨어있는 시민이되고자 합니다~(나주혁신도시 16개기관의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 사회적기여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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