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평도 포격 당시, 합참의장은 F-15K에 공대지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12월 F-15K 전투기 편대가 한반도 상공을 편대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합참의장과 작전본부는 연평도 상공에 있던 F-15K가 공대지 타격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지 못했고, 뒤늦게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육군 출신 합참 고위직이 공군의 무기체계 특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같은 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 작전사령부는 천안함에 장착된 음향탐지장비(소나)가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으나 탐지할 수 없는 구형 소나라는 걸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혀냈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면서 초기에 군은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육군의 경우 중대장·대대장들은 유사시 자신의 부대 기동을 통제하느라 바빠서 상급부대의 화력지원과 편제장비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 타군의 지원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면서 막상 군사훈련을 하면 자기 휘하의 부대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통제하느라 거의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황당한 군사대비태세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어차피 전쟁이 나면 미군이 다 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마나도 전작권 전환과 같은 변수가 있었을 때는 이런 점들이 다소 보완되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도 없다. 지난 2007년 김관진(육사 28기)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이 군 100년의 역사를 좌우할 중차대한 임무"라며 개혁을 주도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군이 제멋대로 운용되도록 내팽개친다.
당시 전작권 추진 TF 단장(당시 준장, 지금 중장)은 국회 한나라당 의원실로 전화해 "지구상에 작전권 없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만일 작전권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할복이라도 할 심정"이라고 해 국회 보좌관을 놀라게 한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남 일처럼 생각한다.
지금은 퇴임한 김장수(육사 27기) 당시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한국군은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던 인물이다. 그도 지금은 말이 없다. 이러는 동안 합동참모본부는 방황하고 있고, 각 군은 연합이 뭔지, 합동이 뭔지 개념도 모른 채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그게 편리하고 좋기 때문이다. 언제나 미군이 이 나라를 지켜줄 것으로 믿기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군을 미군은 이상하게 본다. "미국에서 전쟁하냐? 너희 나라 전쟁 아니냐"는 이야기다.
(다음 번에 계속,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7
공유하기
"어차피 미군이 다 해주는데..." 한국군의 황당한 군사대비태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