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김종길
예부터 지리산에는 '8대(臺)'니 '10대'니 하여 전망 좋은 곳이 있다. 금대, 마적대, 문수대, 연화대, 묘향대, 만복대, 종석대, 무착대, 향운대, 문창대, 영신대, 향적대, 서산대, 불일대, 상무주대 등이다. 이곳들을 올라야 지리산을 제대로 안다고 했다. 노고단 주변에도 종석대, 만복대, 집선대, 문수대, 청련대 등 이름난 곳들이 있다. 이런 곳들은 모두 풍광이 좋을 뿐만 아니라 기운이 모인 곳이라 수도처로도 알맞은 곳이다.
문수대는 50m가 넘는 아찔한 벼랑 아래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예부터 육산에는 바위가 있는 곳이, 골산에는 부드러운 흙이 있는 곳이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 했으니 문수대는 육산인 지리산의 바위 벼랑 아래의 부드러운 대지에 터를 잡았으니 애써 명당이라 말할 필요가 없다. 한두 사람이 머물기에는 물도, 땅도 넉넉하니 예부터 수도하기에 좋았던 것이다. 지금도 화엄사의 스님이 이곳에서 수도 중이다. 이곳에 암자가 처음 들어선 건 1803년 경 화엄사의 초운대사에 의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자세한 내력은 알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