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쏙 들어온 '러버덕'10월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떠 있는 네덜란드 예술가 플로렌타인의 작품 러버덕(Rubber Duck)'을 기자가 손 위에 있는 것 처럼 촬영했다.
이희훈
러버덕 유행도 SNS에서 시작됐다.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이 기획, 제작한 '세계에서 물에 뜨는 가장 큰 오리' 러버덕은 전시일정과 이전 전시된 장소에서의 풍경을 재미있게 혹은 귀여운 이미지로 SNS에 소구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가져왔다.
한 달 동안 전시된 러버덕을 보기 위해 500만 명이 석촌호수를 찾았고,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러버덕 인형은 1만개나 판매되며 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허니버터칩은 SNS를 통한 집단적 기호현상의 '끝판왕'이다. SNS에서 시작된 허니버터칩 열풍은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 원을 돌파한 상품이 됐다. 현재까지 허니버터칩을 맛보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허니버터칩의 제한적 수량판매와 새로운 맛에 대한 열풍은 SNS를 통해 더욱 달궈졌고, 허니버터칩은 매장에 진열되자마자 사라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러버덕과 허니버터칩이 대중에게 인기 있던 이유들 중 공통점은 재미였다. 대중은 각각의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 재미를 부여했고 각자의 SNS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난 뒤 다음 대상을 지목하는 아이스 버킷의 특징을 이용한 삼성은 갤럭시S5 제품에 아이스 버킷을 진행, 경쟁업체인 애플의 아이폰6의 비(非)방수 기능을 풍자했다.
한때 여성들의 SNS 프로필 사진은 오리의 향연이었을 정도로 러버덕은 여성들에게 주로 소구됐다. 러버덕의 귀여운 모습의 여러 패러디는 여성 이용자들의 관심을 행동 → 증거 확보(사진촬영) → SNS 인증의 형태로 보인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희소한 가치는 해외까지 알려졌다.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사태'를 빗대어 "(항공기에서)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하겠다. 그릇에 줄 순 없고 봉지째 주겠다"고 풍자해 한국시장을 마켓으로 하는 자사 전략 방침을 자연스럽게 홍보했다.
하지만 SNS의 파급력이 마냥 재미만 있지는 않다. 아이스 버킷 열풍에서 참여자들은 더 많은 주목을 얻기 위해 기발하고 눈길을 사로잡을 큰 물통, 재미있는 상황을 필요했다. 미국 시카고 주 10대 소년 Sergio Cardozo는 두 명의 친구들과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진행하다 2.5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소년의 몸집만한 물통에 머리를 맞았고 그 자리에서 목이 부러지며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러버덕이 SNS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직접 보러간 대학생 이재연양은 "예전부터 SNS를 통해 러버덕을 알게 된 후 꼭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 갔다"며 하지만 "막상 가보니 별 감흥이 없었고 인증샷 찍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도 너무 많이 몰려 질서도 엉망이라 실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