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구청장, 야당 최고위원 도전... 여의도 정치 깬다

[주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에 출사표... "생활정치 강화"

등록 2014.12.31 15:56수정 2014.12.3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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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새정치민주연합(아래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30일 아침 공식 선언했다. 기초단체장이 제1야당의 고위 당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지역위원장을 맡는 경우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파격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박 구청장 혼자서 결정한 일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 협의회(아래 기초단체장협의회)가 결의해 박 구청장을 추대했다. 풀뿌리 정치가 여의도 정치의 중심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정당사는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결코 과한 말이 아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출마선언을 통해 "지방의 힘으로 정권교체의 길을 열겠다"면서 "현재 당의 지지율은 낮은 반면 풀뿌리 정치인들은 주민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저희가 나서서 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점잖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중심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비판이 분명하게 담긴 발언이다.

새정치연합 소속 기초단체장은 모두 81명이다. 기초단체장은 생활정치에 가장 가까이 있고, 당원들과 일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기초의원 및 광역의원 등 지역정치인들과 상시 접촉한다. 풀뿌리 정치의 여의도 정치 진입이 설득력을 얻으면, 박 구청장의 득표력은 폭발할 수 있다. 국회의원을 제외한 풀뿌리 정치 당선자들은 기초단체장을 포함해 총 1597명이나 된다. 결집만 이뤄진다면 당내 이보다 큰 세력은 없다.

현장과 생활 정책으로 승부 걸어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 30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초단체장협의회의 결의로 박 구청장이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공적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풀뿌리 정치와 여의도 정치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정치연합의 당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정치의 범위를 여의도에 한정하는 게 한국 정당정치의 특징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특징은 불합리하다. 현장과 생활의 부재, 정쟁과 이념갈등의 과대가 여기에서 비롯한다.


현장과 생활 위주의 풀뿌리 정치를 여의도 정치에 접목해 정치적 사고와 행위의 중심을 국회의원이 아닌 주권자로 돌려야 새정치연합의 당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기초단체장들의 판단이다.

둘째, 풀뿌리 정치의 힘을 당의 힘으로 곧바로 탑재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 구조는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광역의원이 지역위원장의 '사조직'처럼 되어 있다. 풀뿌리 정치 세력의 힘은 국회의원이거나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 지역위원장을 거쳐야만 중앙당에 전달되는 것이다.

그나마 전달되면 다행인데, 대부분 지역위원장이 '소모'해 버린다. 풀뿌리 정치 세력의 힘이 당을 통해 공적으로 쓰이지 않고 사적으로 탕진되고 있다는 것이 기초단체장들의 생각이다.

셋째, 한국 정치의 긍정적인 미래가 풀뿌리 정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상상력은 진보 대 보수, 민주 대 반민주, 여 대 야, 집권여당 대 야당에 머물러 있다. 거대담론과 중앙정치의 뫼비우스 띠에 갇혀 현장과 생활에서 한참 먼 정치행위들이 나온다고 본 것이다.

풀뿌리 정치가 일군 다양한 성과와 새로운 시도, 심혈을 기울여 싹틔우고 있는 미래 가치들을 여의도 정치가 수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예컨대 무상급식, 사회적기업, 마을만들기,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 등이 모두 풀뿌리 정치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들은 새정치연합의 '홍보재료' '정책재료'로 쓰이지 않고 있다. 반새누리당이라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현장과 생활, 분권과 자치에 기초한 정책 포지티브로 승부를 걸어야 정권교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기초단체장들의 의견이다.

풀뿌리 정치의 내용과 힘을 새정치연합의 근육으로

이런 이유로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협의회는 미국의 DLC(민주지도자회의, Democratic Leadership Council)에 주목하고 있다. DLC는 레이건 재선 직후인 1985년에 창설되어 미국 민주당의 노선과 비전을 재정립했다. DLC 의장이었던 클린턴은 1991년 '새로운 길' 연설과 동시에 뉴민주당 노선을 본격 추진했고,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2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이다.

클린턴을 중심으로 DLC가 정립한 민주당 노선의 특징은 '우클릭'이었다. 18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주창한 '제3의 길' 노선과 본질적으로 같았다. 이 때문에 한국의 '민주당'도 한 때(어쩌면 지금도) '우클릭'에서 당의 활로를 모색했다. 한국의 현장과 생활을 들여다보지 않고 미국과 영국의 성공 사례를 흉내 낸 것이다. 성공할 수가 없었다. 일례로 '진보교육감'의 약진에서 알 수 있듯이 새정치연합 위기의 원인은 좌-우 이념의 문제는 아니다.

기초단체장협의회는 미국과 영국이 채택한 '우클릭' 자리에 풀뿌리 정치의 힘과 성공사례를 앉히는 것이 새정치연합이 살 길이라고 본다. 그것이 당원과 국민에게 지지를 얻고, 궁극적으로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는 한국판 '새로운 길' '제3의 길'이라고 여긴다. 이념적으로 오른쪽-왼쪽이 아니라, 풀뿌리 정치와 여의도 정치 접목의 조화를 찾는 것에서 새정치연합의 노선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에서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협의회가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을 추대해 오는 2.8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후보로 내세웠다.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협의회가 한국판 DLC(이하 KDLC-가칭)역할을 자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KDLC는 '계파'가 아니다. 취지와 노선에 동의한다면 국회의원을 포함해 누구라도 참여해 함께 할 수 있다.

풀뿌리 정치의 내용과 역량을 당의 근육으로 만드는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결사체로서 KDLC의 활동에 새정치연합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이 기초단체장협의회의 확신이다.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비정상으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상화 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 당원과 국민들의 관심, 지지, 질책, 조언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민형배 기자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이자 새정치연합 기초단체장협의회 광주대표입니다.
#박우섭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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