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농성장에 와보지도 않았으면서..."

[스팟인터뷰]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록 2015.01.12 18:29수정 2015.01.1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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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선언 정동영, '국민모임' 동참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하며 재야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국민모임' 동참을 밝혔다. ⓒ 권우성


지난 11일 정동영 상임고문이 탈당을 선언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 고문은 지난해부터 신당에 군불을 피어왔지만, 전당대회의 첫 무대인 합동연설회를 시작할 때 탈당선언을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눈치였다. 반응을 요약하면 "안타깝다"와 "유감이다"라고 할 수 있다. 야권이 다시 분열되는 것에는 안타까움을, 당의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인사의 탈당에는 유감을 표한 것이다.

그러나 정 고문이 쏟아낸 당을 향한 비판에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정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면서 대한민국에 서민과 사회적 약자, 노동자들이 기댈 정당이 사라졌다"라며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의 존재가 간절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 고문의 주장은 잘못됐다, 새정치연합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현장도 안 오고 비판... 유감이다"

여기에 '발끈'한 건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이다. 그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정 고문의 비판을 일축했다. 정 고문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는 것. 을지로위원회는 그동안 당 안에서 노동 현안과 민생 의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왔다. 우 의원은 "을지로위원회에 참여해서 노력해 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얘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당 외각에서 신당 창당 요구가 제기되고 지지율도 새정치연합과 비슷하게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의 잘못이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면서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당은 새정치연합뿐 아니라 야권 전체를 자극하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자극을 계기로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을 당의 전면적 노선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우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을지로위원회의 노력, 정 고문 눈에는 왜 안 보이나?"


- 정동영 상임고문이 탈당하면서 새정치연합이 노동문제를 외면하고, 경제민주화도 이행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경제민주화 법안을 만들지 못했다고 하는 건 이해한다. 다만 여러 법안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경제활성화에만 열을 올리면서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 그러니 새정치연합만의 탓으로는 볼 수 없다. 노동 분야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문제, 골목상권 보호와 청소노동자 문제, 삼성전자서비스, 티브로드, 대리기사 처우 문제 등 노동현안 해결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정 고문 눈에는 이런 게 보이지 않은 건지 의문스럽다."

- 구체적으로 반박을 한다면 어떤 사례가 있겠나?
"정 고문이 지난해 연말 라디오 인터뷰 한 걸 보니까, 야당이 국민의 삶 속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씨앤엠 고공농성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때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 3일째 연좌농성을 하고 있었다. 농성이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켰다. 정 고문은 그 사이 현장에 오지 않았다.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 내가 농성을 하기 전에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세균 비대위원이 방문했다. 우윤근 원내대표와 관련 상임위 간사들은 연내 해결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겠다는 압박을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얻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정 고문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당 전체가 완벽하게 결합하지 못하는 건 답답할 수 있다. 그래도 을지로위원회는 의원 전체 1/3이 넘는 46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 비판을 하려면 자신이 을지로위원회에 참여해서 노력해보고, 그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얘기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노력도 해보지 않고 비판한 것에 을지로위원회는 유감이다."

- 하지만 새정치연합 안에 중도노선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에도 중산층 정당, 중도노선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당 안에서 이뤄지는 을지로위원회 활동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을지로위원회가 당 전체가 아니듯 연구원도 전체가 아니다.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걸 가지고 당 전체를 평가하는 건 무의미하다. 사실 좌·우·중도 논쟁은 백해무익하다. 국민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고 관념적인 논쟁이다. 그런 논쟁은 필요 없고 아래로 가야한다. 국민의 삶으로 가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도 그런 논쟁을 하고 있다. 당을 변화시키고 있는 거다. 이걸 보지 않고, 대통령 후보까지 하신 분이 일면만 보고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을지로위원회 활동, 당의 전면적 노선으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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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을 데리고 내려가기 위해 올라와 강 조합원을 안아주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정 고문의 탈당을 놓고 당 안에 계파 싸움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새정치연합이 노동자와 서민, 경제민주화를 중심에 놓고 간다고 해도, 실제로는 계파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계파의 문제는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그것은 당의 운영이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것에서 발생했다. 이 문제를 치열하게 제기해야 한다. 불공정함은 국민이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을지로위원회에도 여러 계파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계파로 논란이 되는 건 없다. 활동이 계파를 극복하는 것이다. 정 고문 역시 불공정 계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DY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나. 국민의 삶 속으로 내려가 계파 문제를 극복해내야 하는데, 정 고문은 계파 문제에 대한 접근도 잘못됐다."

- 새정치연합은 정 고문의 탈당에 "안타깝다", "유감이다"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별다른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새정치연합의 지지도와 신당의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오는 건 우리의 잘못 때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면서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했다. 그러니 바깥에서의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다. 반면 그것을 당 안에서 극복하려는 노력도 있다. 신당은 새정치연합뿐 아니라 야권 전체를 자극하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자극을 계기로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을 당의 전면적 노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

- 신당이 야권 지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 우리 당도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서 말로만 변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을지로위원회는 당에서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걸 통해 거듭나는 정당으로 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밖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분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의 길로 가는 걸 막고, 같이 협력할 게 있으면 협력하고 경쟁할 게 있으면 경쟁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정동영 #우원식 #신당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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