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가 하늘에 보낸 생일상 "딸, 생일 축하해"

"생명이 존중 받는 사회, 꼭 만들게" 다짐... 누리꾼 응원 이어져

등록 2015.01.14 19:21수정 2015.01.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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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월 14일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10반 김유민양의 생일이다.

1월 14일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10반 김유민양의 생일이다. ⓒ 화면캡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예쁜 딸, 유민아! 생일 축하해. 아빠가 유민이가 내준 숙제 다하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서, 사랑하는 유민이한테 꼭 갈게. 유민아, 사랑해."

하늘로 보내는 생일상이 차려졌다. 1월 14일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10반 김유민양의 생일이다. 김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이날 낮 12시께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딸에게 보내는 생일축하 편지'를 썼다.

김씨는 경기도 안산, 본인이 사는 집 안에 딸이 먹을 생일상도 조촐하지만 손수 차렸다. 상에는 유민양 영정사진과 함께 직접 끓인 미역국과 흰 밥, 김치, 19개 초가 꽂힌 뽀로로 케이크 등이 올랐다. 

김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랑하는 딸, 생일 축하해"라며 "요즘 유민이가 꿈에 아빠를 자주 찾아와 좋으면서도 걱정이 된다, 혹시 배 안에서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무서워서 아빠를 찾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찾아와 주는 건지…"라고 썼다.

이어 "착한 딸, 작년 설날 시골 집 갔다 오면서 아빠랑 했던 약속 안 잊어버렸지"라며 "오늘 유민이 생일 선물로 아빠가 담배 끊을게"라고 적었다. 김씨는 "아빠 걱정 말고 행복하게 지내, 아빠는 유민이가 내준 숙제 다 하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서 유민이한테 갈게"라며 "미안하다, 힘 없는 아빠라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라고 썼다.

유민아빠가 쓴 편지에 누리꾼 응원 이어져

a  세월호 사고로 숨진 딸인 고 김유민(단원고 2-10)양을 위해 김영오씨가 직접 생일상을 차렸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딸인 고 김유민(단원고 2-10)양을 위해 김영오씨가 직접 생일상을 차렸다. ⓒ 김영오씨 제공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민들이 다시는 우리 아이들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 생명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드는 게 유민이가 제게 내준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 중에도 "세월호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간담회가 있어 지금 경기도 오산에 와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성실(단원고 2-4 고 김동혁군 어머니)씨는 "아이들 생일이 돌아오면, (유가족) 부모들끼리 아이들 납골당을 함께 찾는 등 서로 위로하고 축하해준다"며 "가끔 분향소를 운영하는 분들이 케이크나 꽃다발을 사다가 영정사진 앞에 놓아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소권·수사권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간 단식하다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이날 김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생일축하 글은 올린 지 약 5시간 만에 2만3000여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130여회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여기에 "유민아, 아빠가 차린 미역국 맛있게 먹어(@hyan***)", "유민아, 아저씨도 아빠 도와서 유민이 친구들이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줄게(@caukwan*****)",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리 슬픈 생일 상을 차리시나요, 아버님 용기가 꼭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힘이 되었으면 한다(박**)" 등 응원을 보냈다.

다음은 김씨가 딸에게 보내는 축하편지 전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예쁜 딸!
생일 축하해.

요즘 우리 유민이가 꿈에 아빠를 자주 찾아와서 좋기도 하지만 걱정이 많단다.
아직도 배 안에서의 공포를 잊어버리지 못하고 무서워서 아빠를 찾는 건지.. 하늘나라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다 아빠가 유민이 보고 싶어 하는 거 알고 일부러 찾아와 주는 건지..
우리 착한 딸,
작년 설날 시골집 갔다오면서 아빠랑 유민이랑 했던 약속 아직 안 잊어버렸지?
유민이가 아빠 건강 생각해서 "아빠 담배 끊어" 해서
아빠가 유민이가 전교에서 50등 하면 끊는다고 했던 약속.. 기억나지?
오늘 유민이 생일선물로 아빠 담배 끊을게.

그러니까 유민아,
이제는 무서워하지 말고 친구들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아빠 걱정 말고..
아빠가 유민이가 내준 숙제 다하고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어서
사랑하는 유민이한테 꼭 갈게.

아빠가 유민이한테 미안하기만 하네..
힘없는 아빠여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유민아, 사랑해.
#김영오 #세월호 유가족 #단원고 김유민 #유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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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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