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3월 25일 방영된 <무한도전> MT 특집의 한 장면
MBC
유재석 : "저희가, 다른 방송에서 하는 코너지만, 저희들이 살짝 양해를 구하고, 잠깐 좀 빌려와서, 저희들이 이 MT 분위기를 내는 게 어떻습니까? 바로 그 옆 방송국에서 일요일날 하는 그 게임이죠? 이걸 계속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잠깐 좀 한 번만 빌려서, 양해를 구하고."
하하 : "저쪽 방송에도 '아하' 한 번 빌려주면 되잖아요."
유재석 : "그래요. 저희 것도 만약 쓰실 의향 있으시면 잠깐 한 번, 잠깐, 쓰셔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저희도 잠깐만 좀 쓰겠습니다. 거기서는 쥐를 잡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들은 똑같이 하기는 좀 죄송하니까, 멸구 잡자, 멸구 잡자."
"방송사 간 벽 허문 역사적 순간"이라는 자막과 함께 2006년 3월 25일 등장한 'MT 특집'의 한 장면, 당시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여걸 식스'의 쥐잡기 게임을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너스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무한도전>은 '공포의 쿵쿵따'는 물론 SBS <일요일이 좋다> 'X맨'의 '당연하지'를 '물론이지'로 갖다 쓴다.
그러다 터진 박명수의 한 마디가 "아니, UN 방송이에요?"였다. 박명수의 자못 황당하다는 투의 리액션은 그때만 해도 당연한 것이었다. <무한도전>식으로 타 방송사 소재를 빌려쓰는 자체가 '금기'에 해당하는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신앙이나 관습 등으로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함, 국어사전의 금기다. 창의적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꺼이 뛰어넘어야 하는 '선'이 또한 금기임에 분명하다.
김태호가 나영석에게 한 제안은?

▲ 나영석 PD. 사진은 지난 1월 9일 tvN <삼시세끼 어촌편>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이정민
김태호의 '뛰어넘기'는 말 그대로 종횡무진, 실패작도 결합 대상이었다. 2010년 5월 29일 방영됐던 '인도 여자 좀비'편은 실패작 셋의 결합이었다. 김태호는 한 특강에서 "시청자들이 최악(Worst)의 <무한도전>으로 3위에 여성특집, 2위 인도 특집 그리고 1위 좀비 특집을 꼽으며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면서 "그래서 액땜을 해야 할 것 같아 3개를 합쳐 보니 '인도 여자 좀비'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 <하모니>를 보고 나서는 이런 생각도 했단다.
"거제도 합창대회를 준비하다가 영화 하모니를 보고 형돈이와 생각한 게 있었어요. 영화에서는 여죄수가 나왔으니 우리는 '방송계에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들을 모아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합창을 해보자', '그래서 나타나는 파장은 그들의 몫이야',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나가기도 했고, 우리가 선배인 입장인데 그렇게 하면 잡음이 날 것 같아 아쉽지만 접었죠."(2011년 4월 5일 <아레나> 5주년 A-Talks)PD 대신 영화감독이 <무한도전>을 만드는 것도 그에게는 '금지된 장난'이 아니다. 류승완 감독에게 실제로 제안도 했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류 감독에게 말씀드렸더니 버라이어티를 할 자신은 없고 <무한도전>팀을 데리고 종일 찍으면 10분 짜리 단편은 나오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그 제작 과정의 메이킹을 만들면 충분히 협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나영석 PD와의 결합을 시도한 적도 있다.
"직접 얼굴은 못 뵙고, 전화 통화는 했었어요. 그분은 <1박2일>을 끝낼 때쯤이었고, 저는 한참 막 <무한도전>을 열심히 할 때였죠. 가끔 네티즌들이나 재밌게 상상하시는 분들이 '아, <1박2일>이랑 <무한도전>이랑 같이 하면 참 좋겠다', 이런 상상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걸 어떻게 하면 현실화해볼까, 전화통화를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두 PD의, 그냥, 재미있는 통화로 끝났어요. 방송국이라는 시스템이 또, 각자 입장이 있잖아요."(2013년 10월 11일 SK텔레콤 주최 멘탈붐업 프로젝트 '무한 톡' 콘서트)그네 야구의 '위기'

▲ 2005년 10월 29일 첫 방영된 <무리한 도전>의 한 장면
MBC
여기서 커피 한 잔... 앞서 이야기들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창의성이 움트기 쉽다. 물론 어디까지나 'Can'의 의미다. 좋아하는 일의 선택이 'Must'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창의성이 발현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야만 한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발품'을 팔아야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머리가 돌아간다.
머리가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 즐겨야 한다. 동시에 귀를 열어야 한다. 남의 말에도 나의 아이디어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고독과 경청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창의력은 곧 삶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표현을 빌리면 창의력은 물리적(Physical)인 것이 아니라 화학적(Chemical)인 것이다. 그 화학적인 힘은 대부분, 남들이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결합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결합은 대중들에 의해 또는 사회에 의해 '유용성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
김태호와 <무한도전>이 처음 선보인 결합의 '날갯짓', 그네 야구는 그 심판대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무리한 도전>은 <무모한 도전>의 길을 걷는 듯했다. 그 후 이어진 '인간과 말의 달리기'나 '소방차와 불끄기 대결' 등은 앞서 시즌1 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 도전이었다. 뜨거운 더위 속에 연탄을 옮겨 쌓던 차승원 편만큼의 '대박'도 없었고, 시청률 역시 앞서와 별 차이가 없었다.
'5회 정도 밖에 못 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김태호의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 팀이 다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그러자, 김태호는 징계를 먹을 각오를 하고 스스로 위험에 뛰어든다. 창의적인 사람의 강력한 특성이 포착되는 순간이었다.
* 김태호 개론 7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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