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라이트>겉표지
알에이치코리아
스튜어트 맥브라이드의 '로건 맥레이 시리즈'는 스코틀랜드의 도시 애버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뉴욕이나 LA,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범죄소설과는 달리,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애버딘은 스코틀랜드의 동쪽에 있는 항구도시다. '화강암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도시 전체가 화강암으로 뒤덮여 있다. 화강암이 주는 분위기는 단단함 또는 황량함일 수도 있다.
작가가 묘사하는 이 도시는 날씨도 변덕스럽다.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돌아서면 빗방울이 투두득 떨어지고, 또 어떨 때는 해가 환하게 떴는데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도 한다.
스코틀랜드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이런 곳에서 살다보면 왠지 조용히 자기만의 세상에 몰두하게 될 것도 같다. 그 세상이 어떤 세상이건.
이런 도시에서도 범죄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작가가 2006년에 발표한 로건 맥레이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인 <다잉 라이트>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이런 말을 들려준다. 애버딘같이 작고 조용한 도시에서는 안전할 거라고 다들 생각한다고.
화강암 도시 애버딘에서 벌어진 살인하지만 스코틀랜드 경찰청에 따르면 애버딘에서 다른 어느 곳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한단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애버딘은 범죄소설의 배경이 되기에 정말 적당한 곳이다.
작가가 스코틀랜드 태생이기도 하지만, 작중 인물이 들려주는 위와 같은 말들 때문에 애버딘을 작품의 무대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애버딘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형사 로건 맥레이다. 수사능력은 뛰어나지만 어쩐지 운이 따라주지 않고, 경찰청 내의 '정치'에 능하지 못한 인물이다.
<다잉 라이트>의 도입부에서 로건은 예전에 자신이 지휘했던 작전의 실패에 대한 대가로, 소위 '꼴통'들이 모인 팀으로 발령받는다. 그곳의 팀장은 회의 때마다 팀원들에게 '우린 패자가 아니야!'라고 외치게 만든다. 로건도 패자는 아니다. 다만 뭔가 실적을 올려서 꼴통들이 모인 팀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잔인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애버딘의 홍등가에서 구타를 당한 채 알몸으로 사망한 매춘부의 시신이 발견된다. 동시에 도시 반대편 건물에서는 밖에서 창문이 잠긴 채 불에 탄 여섯 구의 시신이 나타난다. 로건은 이 사건이 연쇄살인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직감한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벌거벗은 채로 구타당해서 죽은 또다른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로건 맥레이의 동분서주가 시작된다.
형사 로건 맥레이의 두 번째 활약북유럽을 무대로 하는 범죄소설들이 최근 몇 년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노르웨이가 배경인 '해리 홀레 시리즈', 아이슬란드가 무대인 '에를렌두르 시리즈' 등이 그런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스웨덴을 무대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밀레니엄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곳에서도 잔인한 범죄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LA처럼 갱단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그곳에도 사람들의 뒤틀린 욕망과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휘두르는 폭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로건같은 형사도 있기 마련이고.
스코틀랜드에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되서 가게 된다면 애버딘을 방문해보고 싶다. 해가 비칠 때면 잔디가 선명한 녹색으로 빛나는 곳. 어디에 살건 15분만 차로 달리면 조용한 시골이 나오는 곳. 경찰청에도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혹시 모르지 않나. 로건 맥레이같은 형사가 나와서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해 줄지. 진한 스코틀랜드 맥주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다잉 라이트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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