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명칭, '아이파크' 아파트 브랜드 안 돼"

염태영 시장 "기업 기부문화 확산 필요" vs. 시민사회단체·예술인들 "수원 정체성 훼손"

등록 2015.02.08 17:53수정 2015.02.0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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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이 미술관을 지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수원시민들이 미술관을 쉽고 편안하게 오기 위해서는 보다 공공적인 명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손채수 초암교육예술연구소장이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 명칭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에 여덟 번째로 참여했다. ⓒ 대안미디어 너머


"현대산업개발이 미술관을 지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수원시민들이 미술관에 쉽고 편안하게 오기 위해서는 보다 공공적인 명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수원시립미술관 건립공사가 시작됐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6월 완공돼 10월에 개관될 예정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현대산업개발이 300억을 들여 건립한 뒤 수원시에 기부채납 한다. 미술관은 대지면적 6400㎡에 건축면적 3370㎡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의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1년 수원 권선구 권선동 일대에 7962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개발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수원시에 시립미술관을 지어서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한데 이 미술관 명칭과 관련, 염태영 수원시장과 시민사회단체가 갈등을 빚으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갈등은 시립미술관 명칭에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가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확정된 명칭은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이다. 시립미술관에 '아이파크'가 들어가자 수원시민사회단체와 예술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원을 대표하는 화성행궁 앞에 짓는 시립미술관에 아파트 브랜드를 넣는 것은 수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원시립미술관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구성, 본격적인 반대활동을 벌여 왔다.

이런 반대에 대해 염 시장은 지난 1월 2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염 시장은 "기업의 이름을 붙여서라도 지역사회에 (기업이)기부를 한다면 행정의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염 시장은 지난 1일,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7일부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명칭을 반대하는 예술가들이 시립미술관 공사 현장 앞에서 1인 시위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립미술관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이들은 시립미술관 명칭을 반대하는 시민들 8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수원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1월 27일, 수원시립미술관 명칭 논란과 관련, 시민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에도 참석을 요구했지만, 불참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 대부분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명칭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 명칭을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기업의 기부문화 확산은 아름다운 일로 충분히 존중해줘야 하지만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시의 정체성과 시립미술관이 갖고 있는 공공재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명칭에서 '아이파크'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훈도 한벗지역사회연구소장은 "현대산업개발에서 아이파크 아파트 안에 미술관을 건립하고 이름을 아이파크로 짓는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수원 행궁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와 인문학 도시 수원의 정체성을 반영해서 수원시립미술관의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소장은 "현대산업개발의 기부 취지는 다양한 방법으로 미술관 내부에 충분히 나타낼 수 있다"며 "기업의 브랜드 명칭을 붙이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반 기업정서는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양 소장은 "시립미술관 명칭 반대 문제제기에 대해서 시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한 적이 없다"며 "우리의 입장은 확실하게 밝혔으니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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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행궁 앞에 있는 수원시립미술관 건설현장 ⓒ 유혜준


이주영 수원민예총 대표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이 갖고 있는 역사적, 철학적 의미가 있는데 그 앞에 짓는 시립미술관에 건설회사 상품 브랜드를 넣는 것은 문화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염 시장과 현대산업개발이 입장을 바꾸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기부는 아름다운 일로 충분히 존중해줘야 한다"며 "미술관 명칭 반대는 반 기업정서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번 일이 기업들이 기부를 할 때 어떻게 해야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기부의 가치를 남길 수 있을 것인가를 만들어 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호 수원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미술관 명칭 반대를 지지한다"며 "수원지역의 기부문화가 기부를 자연스럽게 하게 하면서 명칭은 시민들이 짓게 하는 방법 등 수원에 걸맞은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시립박물관 건립과 명칭 선정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배제된 채 수원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문제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정선(새정치민주연합·수원나) 시의원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의원은 "여론을 알아보고 반대하는 주민들과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갖고, 기업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시장과 시민사회단체, 예술인들이 충분히 논의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아파트 이름이 미술관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기부를 하는 기업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염 시장의 주장은 공감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을 놓고 염 시장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팽팽한 의견 대립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양쪽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이 나와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김준혁(한신대) 교수는 "현대산업개발이 개발이익을 수원시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미술관을 짓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화성행궁이 지역에서 갖고 있는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미술관이 갖고 있는 상징성 등을 전부 담은 명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박사는 "양쪽이 서로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상생할 수 있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시민들의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원시립미술관 명칭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립미술관 공사 현장 앞에서 벌이는 1인 시위 참여 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반대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원시립미술관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프레시안 등의 언론에 릴레이 기고를 하면서 논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주영 수원민예총 대표는 시립미술관 명칭 반대운동이 의미 있는 싸움이라며 계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설날 연휴가 끝난 뒤에 더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 수원시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염 시장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이 수원시의 공식 입장이며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수원시립미술관 #아이파크 #염태영 #수원시장 #양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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