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는 전부 다 성형한다며?"

[서른 둘 여대생의 중국유학일기④] 중국 젊은이들의 한국 미 따라잡기

등록 2015.02.09 19:50수정 2015.02.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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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이듬해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대학교에 입학한 32살 늦깎이 유학생입니다. 올해 7월 졸업을 앞두고,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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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지만 예쁜 중국친구들 ⓒ 김희선


'딩동'

모처럼 집에서 쉬고 있는데 위쳇(웨이신, 중국 채팅어플)이 울린다. 답장하자마자 질문을 쏟아낸다.

"이 화장품 한국에서 얼마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브랜드는 뭐야?"

중국인은 한국 여자가 화장품 판매원인 줄 착각한다. 가격은 알려주지만, 이외의 궁금증은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서 대답하기 난처하다. 나도 세일 기간을 이용해 필요한 것을 사기 때문에 화장품에 대한 지식이 얕다.

"看起来像韩国人,好漂亮。 谢谢姐姐!"
(칸치라이샹한궈런, 하오피아오량. 쎄쎄, 제제 : 한국인 같아 보인다. 너무 예뻐. 고마워, 언니!)


학교에서는 종종 화장을 부탁하는 중국인도 있다. 한국스타일 화장을 해보고 싶단다. 해줄 수는 있지만, 하고 나면 그다지 예쁘지 않다. 십 년간 스스로 터득한 내 얼굴에 맞춘 화장법이기 때문에 남에게 어울릴 리가 없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에게 맞는 화장을 해주기 어렵다. 하지만 본인은 만족하며 연신 셀카를 찍는다. 그럴 때마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높아진 한국 인기에 가짜 한국제품도 잘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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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해준 중국인 친구. 얼굴이 예뻐 피부화장만 해주었다. ⓒ 김희선


한국 뷰티 산업은 중국에서 굉장히 잘 먹히는 아이템이다. 일단 '한국'이 들어가면 비싼 가격임에도 잘 팔린다.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한국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서른이 넘은 나에게도 "언니, 이 옷 어때?"라며 물어오곤 한다. 상점 곳곳에 '한국 정품'을 내걸고 옷과 화장품을 판다.

"우와! 한국보다 가격이 싸! 사야겠어."
"언니, 이런 데서 물건 사지마. 전부 가짜야."

작은 가게에서 화장품 하나를 집어 들었더니 중국 친구가 만류했다. 자세히 뜯어보니 과연 진짜라기엔 뭔가 좀 허술했다. 이렇게 가짜가 판을 치니 한국인에게 정품 인증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친구의 말을 들은 사장이 시뻘게져서 우리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무슨 소리야? 다른 데는 몰라도 우리 집 물건은 다 진짜야!"

억울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표정은 거짓 같아 보이지 않지만, 물건은 분명한 짝퉁이다. 물건을 대는 사람에게 속았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속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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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화점에 입점한 한국 로드샵 브랜드 ⓒ 김희선


중국 백화점에는 한국 로드숍 브랜드가 해외 명품 화장품과 나란히 입점하였다. 유일하게 믿고 살 수 있는 정품을 파는 곳이다. 하지만 가격은 한국의 두세 배 정도로 전혀 친근하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화장품은 중국에서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 필요한 목록을 적어 한국에서 사는 것이 이득이다. 집에서 학교로 돌아갈 때 비싸지 않은 핸드크림이나 마스크팩을 바리바리 싸들고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내 인기는 한국에 있을 때 더욱 치솟는다. 한국 화장품을 대신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친구들이 많아서다. 구매도 부족해 판매까지 넘보는 중국인들도 있다. 중간에 나를 껴서 말이다.

"한국화장품을 팔고 싶은데 중국에서 파는 물건은 믿을 수가 없어. 한국인인 네가 물건을 대줬으면 좋겠는데 어때?"

작년, 자주 가던 음식점 주인이 전화로 한 말이다. 당시 돈이 궁했던 터라 "한 번 알아볼게"라고 답했지만, 장사는 아무나 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거절했다. 그 후 얼마 안 가 다른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다. 역시 대리구매 제안이었다. 장사를 좋아하는 민족답다.

한국이 성형공화국? 쫓아오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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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 쇼핑센터의 내부 ⓒ 김희선


"한국 여자는 대부분 성형한다며? 부모가 어릴 때 성형을 시키기도 한다던데 사실이야?"

조금만 친해지면 나오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흥분하며 반발했지만, 이제는 나도 꽤 노련해져 의연하게 대답한다.

"요즘은 중국인이 한국성형외과 밥줄이야."

없는 말이 아닌 것이 최근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한국으로 오는 중국 여성이 급증했다. 중국 출입국관리소는 입국하는 여성들 여권 사진과 실물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수가 증가하다 보니 한국에서 성형하고 부작용이 난 피해자들 또한 속출하고 있다.

내 주위에도 한국에서는 아니지만, 쌍꺼풀 수술을 한 몇몇 중국 친구들이 있다. 다른 한국 유학생은 중국인에게 같이 병원을 방문하며 통역을 해주는 성형 가이드를 부탁받은 일도 있다. 한편, 성형에 관해 직접 묻는 중국인도 꽤 있다.

"한국에서 필러 맞으면 얼마야?", "보톡스 주사는 어느 병원이 잘 해?", "쌍꺼풀 수술하고 싶은데 병원 좀 소개해줘."

내가 병원 관계자도 아니고 상세한 비용 정보와 그들의 기술레벨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심지어 나는 쌍꺼풀도 없다. 검색 해 봐도 인터넷에는 홍보성 글이 다수라 정보가 불확실하다. 성형에 관한 질문에는 "미안하지만, 나도 모르겠어"라는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다.

과거의 한국을 보는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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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산리툰. 멋부린 중국여성들이 많다. ⓒ 김희선


처음 입학했을 때, 너무도 수더분한 모습의 중국학생들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 꾸미지 않은 옷차림이 한국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남자처럼 머리를 깎고 운동복을 입은 여자아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중소도시인 진저우도 점점 변하고 있다. 한국 스타일은 이미 여러 분야에 걸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국이 유행되는 건 좋지만, 변화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촌스럽지만 자신감 있고 자유로운 중국도 매력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보면 예전 일본을 따라 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생각난다. 많은 학생들이 일본 잡지를 사서 화장이나 옷을 참고했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스타일을 쫓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수많은 상품을 수출하는 뷰티강국이 됐다. 언젠간 중국도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그들만의 뷰티시장을 성장시킬 것이다. 한국만의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며 우리만의 개성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성형이나 화장은 콤플렉스를 개선하여 당당함을 되찾아 준다. 그 콤플렉스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남들의 시선이나 지적, 사회의 차별 때문이라면 온전히 자신을 위해 바뀌는 건 아닐 것이다. 나를 위해 수술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닌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시도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은 아직까지는 한국만큼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사회다. 어쩌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과하게 손대려하는 하는 그들의 태도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씩 변하는 그들의 외모가 마냥 예뻐 보이지만은 않는다.
#중국유학 #화장 #성형 #중국여성 #진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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