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에서 울려퍼진 세월호 합창

세월호 도보 행진단 19박 20일 일정 마무리... 부산에서 즉석 공연 열려

등록 2015.02.15 18:02수정 2015.02.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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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05일,인이 함께하는 합창 본 행사 순서가 스크린으로 안내되고 있다. ⓒ 송태원


19박 20일, 세월호 도보행진단은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500km를 넘게 걸었다. 14일 오후 3000여 명의 시민이 팽목항에 모였다. 같은 날, 부산의 광안리 바닷가에도 시민들이 모였다.

"세월호 참사 305일에 305인이 모여 노래 불러요! 가수만 노래하는 게 아니고 모인 사람 누구나 마음으로 노래 부른 답니다. 모두가 가수가 되고 관객이 됩니다. 우리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실종자 유가족입니다. 305일 전 아파하지 않은 국민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희생자·실종자 유가족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많았던 사람들 다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광안리 바닷가에서 팽목항에 모인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해요."

'세월호 참사 305일, 305인이 함께하는 합창'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뤄졌다. 특정한 주최자도, 후원조직이나 단체도 없었다. 그저 그곳에 있는 모두가 가수였고 관객이었다. 모두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실종자 유가족이었다.

이날 공연은 광안리 아쿠아팰리스 옆 롯데리아 앞 바닷가 광장에서 열렸다. 오후 7시 본 공연이 시작되기 3시간 전부터 자발적인 재능기부자들이 행사 준비로 분주하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는 일찍 이곳을 찾은 참가자와 광안리 바닷가를 찾은 시민들에게 세월호 관련 동영상을 상영하였다.

약 80여 명의 참가자들이 오후 7시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를 합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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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 송태원


사람들은 계속 왔고 준비한 전기촛불 100개는 이내 동이 나고 말았다. 급히 양초 200개 더 준비하였다. 광안리 일대 편의점의 양초를 거의 다 샀다. 미처 모르고 광안리를 찾은 사람들은 즉석에서 공연에 참가하였다. 시민들이 모여 준비한 305개의 가사가 적힌 A4용지와 전자촛불(일반 촛불포함)이 다 소진되었다. 더러는 양초를 받고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가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200명 남짓한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305일, 305인이 함께하는 합창'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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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일, 305인의 합창 ⓒ 송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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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05일, 부산시민이 함께 하는 합창 ⓒ 송태원


남녀노소 모두 모여 노래를 불렀다.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참가자 중에는 타지역(서울, 대전 등)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다. 울산의 강성신(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보내온 시를 두 아이의 엄마(48)라고 밝힌 분이 낭송하기도 하였다.


이번 합창공연은 세월호 참사로 함께 촛불을 들면서 알게 된 하창룡(박경화 밴드에서 활동)씨에게 한 후배가 "선배 우리도 뭔가 해야 되지 않았요?"라고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우리 같이 노래할까요? 기다리다 별이 되고 바람이 된 아이들을 위해..."라는 웹자보를 게시하기도 했다. 북구 화명촛불에 참가하는 사람 중 일부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매일 매일 페이스북과 네이버 밴드 등 알음알음으로 40명의 사람이 모였다. 하창룡씨는 가칭 '305일, 305인 시민과 함께하는 합창'의 대표를 맡고 연습실도 구했다. '산하 밴드'는 노래와 반주를 도맡았고 참가자들의 연습실도 제공하였다. 이들은 합창을 준비하며 "35명이라도 올까? 305명 오면 어쩌지? 305명을 감당할 앰프도, 마이크도 없는데"라고 걱정을 했지만, 시민들은 함께 해주었다. 시민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우리의 노래가' 저 팽목항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리기를 바란다.

아래는 '샛노란 민들레꽃 하얀 홀씨 물에 젖어 날지 못하는 구나' 시 전문이다.

"샛노란 민들레꽃 하얀 홀씨 물에 젖어 날지 못하는 구나"
샛노란 민들레꽃 화사한 빛깔
금방이라도 까르르르 귓가에 맴돌 것 같은
열 일곱, 열 여덟 꽃보다 예쁜 우리아이들 웃음

"재미있게 놀다 와.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다녀 올게요"
빨간 돼지저금통 꼬깃꼬깃 용돈 챙겨 선물 살 생각
쌈지돈 한 푼 쥐어주고 몇 푼 주지못해 미안해하며 "아껴써라"
꼬옥 안아주고 등 토닥 토닥
"말성 피우지 말고 잘다녀오니라"
인사하고, 인사 건넸건만...

태어나 처음 타는 커다란 배, 우리아파트보다 더 큰 배
동무들과 신났는데 그것도 잠시잠깐

"기다려라" "가만히 있으라" "기다려라" "가만히 있으라" "기다려라" "가만히 있으라"
엄마한테, 아빠한테, 선생님께, 어른들에게
배운대로 가만히 기다렸구나

순하디 순한, 곱디 고운 그 맘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구명조끼 챙겨주고
서로를 서로에게 묶으며 기다렸구나
꼭 안아 인사조차 못하고 떠났구나
사랑도 나누지 못하고 떠났구나
선장은 꽁지빠지게 도망가는데
우리아이들 웃으며 제자리에서 기다렸구나
물 차오르는 배 안에서 동그란 창문너머로
선장이 제일먼저 구조되는 모습을 원망도 없이 바라 보았구나
말썽도 피우지 않았구나
다섯살 동생에게 구명조끼 입힌 여섯살 아이보다 못한 어른 말을 들었구나

손톱이 빠지고 손가락이 부러지는 두려움을 아픔도 없이
엄마를, 아빠를 부르며 "오빠야! 누나야!" 부르고, 부르고, 부르며
차마 떠나지도 못했구나

수 천, 수 백만개 노오란 리본 대한민국을 팔랑거려도
춥고 까만 바다 속 하이얀 민들레 홀씨
물에 젖어 날아오르지 못하는구나
"아가! 이제 그만 엄마한테 가자!"
"아가! 이제 그만 엄마한테 가자!"

대한민국은 심장은 텅 비고, 가슴은 뻥 뚫려 버렸건만
아~~  눈물에, 긴 한숨 뿐이건만
가진 놈들은 권력만, 돈만 생각하는 구나

가만히 있으라!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으마
돈이 사람을 죽이는 이놈의 세상을 갈아 엎어주마
가만히 있으라!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으마
규제완화, 민영화, 신자유주의 자본의 악마를 박살내어 끝장을 내주마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지 않으마
침몰한 대한민국, 부정과 무능, 독재선장 박근혜를 쫓아내주마

삶의 전부인 아이를 가슴에 눈물로 한으로 품고
아비의, 어미의 가슴을 뜯으며 고맙다 머리깊이 숙이는 세상
아ㅡ 가난해도 행복했는데 사랑이 가고나니 가난만 남았구나

돈이 죽인 우리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더이상은 우리아이들을 죽이지 않기위해

미안해만 하지 않으마
가만히, 가만히만 있지 않으마
이제 침묵만 하지 않으마
이제는 촛불만 들지 않으마
이제 노오란 리본을 붉은 횃불로 태우마
이제는, 이제는 행동하마
돈보다 생명을
사람이 사람답게 함께사는 세상을 위해

- 강성신
#305 #세월호 #광안리 #하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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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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