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이가 안전한 공간(자기 집)에서 놉니다. 새로 신긴 신발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김학현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손자 서준이 녀석이 빠르기에 그만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답니다. 날마다 책상에 앉아 글이나 읽는 나로선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닙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엌에서 설거지 하랴, 애들 뭐 해 먹이랴, 서준이 쫓아다니랴 몸뚱이가 서너 개 있어도 모자랄 형편이죠. 이렇게 우리 부부의 설풍경은 살벌하기 그지없습니다.
근데도 행복하답니다. 몸은 고생하는데 맘은 행복하다고나 할까요. 여행을 왜 하느냐고 여행가에게 물으니까, "행복하기 때문에 여행을 한다"고 대답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여행은 고생하는 일이거든요.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꾸 집을 떠납니다. 몸은 고생하지만 맘은 행복하기 때문일 거예요.
서준이가 우리 집에 오면 우리 내외는 몸이 고단하답니다. 그러나 맘은 더없이 행복하죠. 이게 무슨 언밸런스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이건 두뇌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그냥 가슴으로 이해해야 하지요. 아이가 눈을 뜨고 있는 한 끊임없이 '3초 대기조'의 임무를 충실히 다해야 합니다. 그러니 몸이 고생일 수밖에요.
그렇게 서준이를 쫓아다니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때론 비상수단이지만 바닥에 이불을 깔기도 하고 가구를 이리 저리 옮겨다 놓기도 합니다. 몸이 좀 덜 고단하려고요. 하지만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진 못한답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대는 아직 아이를 모르는 사람일 겁니다.
움직이는 아이가 어디는 못 갑니까. 그러니까 치운다는 건 그냥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 이상은 아닙니다. 여전히 아이는 위험한 곳만 골라 잽싸게 움직이니까요. 허. 자기 집보다는 조금 더 큰 공간인 이 할애비 집이 서준이는 참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넓은 거실과 안방, 서재를 마구 기어 다닙니다.
요즘 집은 문지방도 없잖아요. 그러니 모든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듭니다. 집이 넓으면 '3초 대기조'의 분투도 그만큼 치열해지는 겁니다. 서준이는 활동무대가 넓으니 종횡무진 기어 다니며 좋아합니다. 그러나 녀석을 쫓아다니는 이 할배는 죽음이지요. 하하.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