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미술관, 현대산업개발 홍보관인가?"

수원 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 출범... "미술관 이름 바꾸겠다" 결의

등록 2015.03.24 18:54수정 2015.03.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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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수원 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네트워크)가 출범했다. ⓒ 유혜준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이름 반대운동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면서 이름 바꾸기 운동을 벌여왔던 수원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이 '수원 공공미술관 이름 바로잡기 시민 네트워크(이하 수미네)'를 만들어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24일 오후 1시, '수미네'는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이름 바꾸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수미네에 참여하는 수원지역목회자연대, 다산인권센터, 대안미디어너머, 경기민언련 등을 포함한 수원지역의 17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최준영씨 등 수원시민이 참여했다.


양훈도 한벗지역사회연구소장, 이종철 수원지역목회자연대 대표, 배봉균 한국박물관협회 홍보위원장이 수미네 공동대표를, 김영균 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대표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특정기업이 브랜드 장사해서는 안 돼"

김영균 수미네 집행위원장은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이라는 명칭을 바꾸고 시립미술관 이름을 수원시민들이 예술성 있는 이름으로 직접 짓게 하자는 취지로 모여서 활동을 했지만 (수원시에서)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 수미네를 출범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수원시에 현대산업개발과 MOU를 체결한 내용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요청을 했는데 수원시가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원문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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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이름 바꾸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 유혜준


양훈도 수미네 공동대표는 "아이파크는 예술이나 미술과 상관없는 이름"이라며 그런 이름을 짓게 한 것은 "수원이라는 도시가 수원시민의 것이라는 생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수원시는 수원시민의 것이기 때문에 특정기업이 자기네 브랜드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성호 시민사회활동가는 "수원시가 거버넌스 행정을 하고 있다면서 시민들과 함께 한다고 자랑하면서도 미술관 이름은 시민들에게 공론화시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모든 행정을 투명하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해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원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광훈씨는 "수원시에 지어지는 공공미술관은 기업의 홍보관이나 사업장이 아니"라며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반드시 빼야 한다고 수원시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수원시립미술관 명칭, '아이파크' 아파트 브랜드 안 돼"
[관련기사] 공사장 앞 도시락 파티..."미술관 이름 함께 고민해요"

수미네는 기자회견을 통해서 '공공미술관 바른 이름 제정'을 위해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 수원시의회, 수원시민사회가 참여하는 4자 협의를 제안했다. 또한 수미네는 수원시에는 "공공미술관 이름 제정을 위한 공개적인 절차와 의견수렴 계획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면서 현대산업개발 측에는 "수원시민의 문화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니만큼 기부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입장을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수미네는 수원시의회에도 "수원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철저히 감시하고 올바른 이름 제정을 위한 공청회, 토론회 등 공론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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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네 출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여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유혜준


수미네, 도시락 파티 열고 캠페인 벌인다

수미네는 수원시에서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으로 이름을 확정한다면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시민배심법정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미네는 오는 28일, 미술관 건설현장 앞에서 지난 3월 7일에 이어 2번째로 도시락 파티를 열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술관 이름 바꾸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양훈도 수미네 공동대표는 "미술관 이름 바꾸기를 문화운동으로 확산시켜서 즐겁게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수미네는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미술의 3요소인 점, 선, 면을 주제로 간단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2012년 7월, 수원시와 현대산업개발(주)가 수원 화성행궁 앞 부지에 300억 규모의 미술관을 지어 수원시에 기부채납하기로 결정하고 MOU를 체결하면서 건립이 확정됐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 수원 권선구 권선동 일대에 7962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면서 얻은 개발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수원시에 미술관을 지어서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것이다. 2013년 12월 21일, 기공식이 열리면서 건축공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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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이름 바꾸기 운동을 문화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게 수미네의 계획이다. ⓒ 유혜준


2014년 7월, 양훈도 한벗지역연구소장이 "시립미술관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양 소장의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수원에서 최초로 지어지는 시립미술관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가는 것은 수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미술관 명칭을 반대하는 이들은 '수원 공공미술관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구성, 미술관 공사현장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언론사 등에 릴레이 기고를 하는 등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다.

그러나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업의 기부문화 확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며 명칭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염 시장은 지난 2월 27일,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명칭은 현대산업개발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립미술관 이름을 둘러싸고 염 시장과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염태영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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