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사형수, 30년 만에 누명 벗고 '자유의 몸'

검찰의 '인종 편견' 희생양... 57세 노인되어 극적으로 석방

등록 2015.04.05 14:00수정 2015.04.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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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흑인 사형수 앤서니 레이 힌튼의 석방을 보도하는 NBC 뉴스 갈무리.

흑인 사형수 앤서니 레이 힌튼의 석방을 보도하는 NBC 뉴스 갈무리. ⓒ NBC


미국에서 살인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흑인 사형수가 증거 불충분으로 30년 만에 풀려났다.

CNN,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앨라배마주 법원은 지난 1985년 살인범으로 기소되어 사형 판결을 받았던 앤서니 레이 힌튼의 혐의를 기각하고 석방 판결을 내렸다.

당시 27세 청년 힌튼은 앨라배마주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두 곳에서 지배인 2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됐다. 다른 레스토랑에 있던 직원이 힌튼을 용의자로 지목했다는 이유였다.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없고,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다. 더구나 힌튼은 사건이 일어난 레스토랑에서 24km나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믿지 않았다.

검찰은 힌튼의 어머니가 소유한 권총이 살인에 사용됐다며 기소했고, 적절한 법률 지원을 받지 못한 힌튼은 자격 미달의 감정인을 고용하는 등 불리한 재판 끝에 결국 사형 판결을 받았다.

누명 벗긴 변호사 "개혁의 필요성 절감"

그러나 힌튼의 결백 주장을 신뢰한 미국의 비영리단체 사법평등계획(EJI)이 2002년 최고 수준의 총기 감식 전문가 3명을 동원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과 힌튼 어머니의 권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힌튼의 재심을 명령했고, 30년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검찰도 힌튼 측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판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힌튼의 혐의를 모두 기각하면서 사형 판결을 뒤집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뻔한 힐튼은 30년 만에 극적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27세 청년에서 57세 노인이 되어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힐튼은 "하나님과 변호사에게 감사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힐튼을 도운 브라이언 스티븐슨 변호사는 "인종과 빈곤에 대한 편견, 부족한 법률 지원, 검찰의 무관심이 불의의 사례를 공모했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비판했다.
#사형수 #앤서리 레이 힌튼 #인종차별 #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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