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단원고 학생의 말에 힘을 냅니다

[세월호 도보행진단 참여 후기] 1박 2일 도보행진

등록 2015.04.06 15:05수정 2015.04.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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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세월호 도보행진단에 참여했습니다. 친구와 인천 백운역에서 오전 7시에 만나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로 향했습니다. 안산 초지역에 가까워올수록 가방에 옷에 노란리본을 단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모두 도보행진단에 참여하러 가는 모양입니다. 반갑습니다.

오전 9시, 합동분향소에 도착했습니다. 상복을 입은 수많은 유가족들, 신문에서만 봤던 삭발한 어머니, 아버님들이 보입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곳 저곳에서 하얀 소복을 입고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여러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합니다. 여러 발언 가운데 실종자 가족이 "내 자식 뼛조각이라도 만져보자"며 절규합니다. 정말, 마음이 아파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발언을 마치고 오늘은 시민들까지 삭발투쟁에 동참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하면 자기 머리카락을 뚝뚝 짤라낼까. 엄마들 머리카락이 뭉텅이 뭉텅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그곳에 함께 한 사람들 눈물도 뚝뚝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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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삭발투쟁 ⓒ 구자숙


오전 10시 30분, 그렇게 유가족은 상복을 입고 머리를 밀고 '시행령을 폐기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가 적혀 있는 노락색 띠를 머리에 질끈 매고 아이들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습니다. 1박 2일 도보행진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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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도보행진단 세월호 도보행진단 ⓒ 구자숙


저는 아이들 유품을 찍은 사진을 들고, 그 뒤를 따랐습니다. 유가족과 함께 걸으며 끊임없이 외칩니다.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라"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
"침몰하는 대한민국 진심을 인양하라"
"애타는 기다림 실종자를 가족 품에"

대안학교에서 왔다는 직접 만든 몸자보를 걸치고 함께 걷는 중학학생들, 이제 2살쯤 되보이는 아이를 안기도 하고 힘들면 내려서 걸리기도 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하는 어린 부모, 사탕을 나눠주면서 걷다가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은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뒤에 따라오는 119 차량을 안내해주는 유가족 아버님들, 발에 물집이 터져서 힘들다고 하니 무전기로 밴드를 구해다 주는 진행팀들, 모두가 그렇게 서로를 도와가며 저녁 8시까지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외친 말들.

"바다 속에 갇혀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을 폐기하라"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
"침몰하는 대한민국 진심을 인양하라"
"애타는 기다림 실종자를 가족 품에"


정말, 간절히 바랐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바람들이 어서 현실이 되어 유가족들이 마음 편히 아이들을 그리워할 수 있기를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 하루 편히 잠잘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걸어 본 적은 없더군요. 중간에, 정말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해는 지고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어디가 끝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발을 질질 끌면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도착을 알렸습니다.

순간, 너무 기뻐 옆에 함께 걷던 사람을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더니 도보행진단을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단원고 학생들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인사하더군요. 그 아이들에 너무 부끄러워서 징징거리던 마음을 빨리 감췄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함께 한 사람들과 우리의 도전과 참여를 축하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 행렬에는 생존자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모두 이렇게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면 잊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함께 해주세요"란 유가족들의 애타는 외침을... 도보행진하며 어느 때보다 마음 속 깊게 기억합니다.
#세월호 #도보행진 #삭발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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