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에 저항하는 방법, 지금도 늦지 않았어

[책 뒤안길] 진 샤프의 <독재에서 민주주의로>가 말하는 무혈혁명

등록 2015.04.08 16:50수정 2015.04.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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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을 도와 러시아 혁명을 주도했던 스탈린(1879~1953)은 1927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취임하며 정치를 시작한다. 후에 소련 독재의 상징이 된다. 스탈린은 1953년 뇌졸중으로 사망했는데 독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의 동상은 동구권에 불어 닥친 민주화와 함께 1980년대에 파괴되고 철거되었다.

독일의 히틀러(1889~1945)는 1933년 나치당 당수로 시작하여 유럽 재패의 꿈에 사로잡힌다.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로 악명을 떨쳤다. 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면서 정부 에바 브라운과 함께 베를린의 지하벙커에서 권총으로 자살하며 생을 마쳤다.


루마니아 24년 철권통치의 상징 차우세스쿠(1918~1989)는 민중봉기로 실각 시위대에 의해 총살당했다. 이라크의 후세인(1937~2006)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도피 중에 잡혀 교수형 당했다. 리비아의 카다피(1942~2011)는 42년간 철권통치를 하다 UN군과 시민군에 생포되어 총살당했다. 독재자들의 말로는 처참하다.

독재자는 몰락한다

a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진 샤프 지음 / 백지은 옯김 / 현실문화 펴냄 / 2015. 4 / 9800원)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진 샤프 지음 / 백지은 옯김 / 현실문화 펴냄 / 2015. 4 / 9800원) ⓒ 현실문화

독재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을 억압하고 자유를 박탈한다. 대부분 막강한 권력과 군사력을 무기로 하기에, 국민들은 독재정권에 섣불리 맞서지 못한다. 하지만 의식 있는 국민이 이들에 저항한다면 독재정권은 무너질 수 있다.

우리 역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군부를 배경으로 하여 국민을 억압하던 박정희·전두환의 독재정치는 다행히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유사 독재에 항거하는 목소리는 드높다.

우리가 진작 알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가르침을 담은 책이 있다. 진 샤프의 <독재에서 민주주의로>가 그것이다.


군사독재가 사라진 지금도 우리나라가 독재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고, 해방되지 못했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팁을 제공한다. 또 같은 한반도이면서 철권통치의 3대 세습을 이룬 북한을 생각하면 진 샤프의 책은 너무나 유용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이 전국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경찰은 전단 살포자에 대해 신원을 확보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명예훼손죄 등으로 다루려고 하는 모양이다.


전단 살포 방법은 진부하지만 독재에 항거하는 비폭력 방법 중에 하나라고 진 샤프는 말한다. 책은 철저히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항이나 게릴라전 등을 모두 반대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독재를 향한 비폭력 저항운동의 교과서

"폭력을 선택하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든지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폭력적인 수단을 택하는 것은 거의 언제나 압제자가 우위를 누려온 바로 그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독재자들은 압도적인 폭력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중략) 게릴라전은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30~31쪽

독재자가 가장 잘 사용하는 폭력은 어느 시민도 이길 수 없는 방법이다. 게릴라전 역시 폭력을 도구로 한다는 면에서 같다. 특히 게릴라전은 성공하더라도 그 뒤를 잇는 새 체제가 이전보다 더 독재적일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많은 독재국가들을 친히 방문하여 사례들을 연구했다. 하지만 나라마다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성공한 저항이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러기에 구체적인 투쟁방법을 제시하기보다 이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 자신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필요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독재정권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으며 또 어떻게 다른 독재정권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일반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18쪽

고통과 희생을 최대한 줄이면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더 이상 독재정권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인지 효과적인 방법을 말해 주고 있다. 대부분 독재에 항거하는 방법은 무계획적이고 개별적이다. 저자는 철저히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라고 말한다. 이긴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획한 대로 진행할 것을 주문한다.

쿠데타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가장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더 악한 독재를 생산할 뿐이다. 저자는 쿠데타나 독재치하의 선거, 다른 국가의 도움 등을 모두 거절한다.

구체적인 전략

아무리 독재 권력이 무서워도 실체와 마주대하는 게 우선이다. 강력한 자립세력과 현명한 전략, 훈련된 대중의 용감한 행동과 부딪혀 안 무너질 세력은 없다. 독재자와의 협상은 위험하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면 독재 권력의 힘의 원천을 제거해야 한다.

즉 ▲ 권위 ▲ 인적자원 ▲ 기술과 지식 ▲ 무형의 요소들 ▲ 제재 등이 독재자의 힘의 원천인데, 이 모두는 대중이 협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힘의 원천을 상실한 독재정권은 시간이 흐르면 와해될 수밖에 없다. 독재정권은 한결같이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것을 파악하고 투쟁해야 한다.

비폭력 투쟁은 특히 항의·파업·비협조·보이콧·소요·민중의 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재와 맞설 수 있다. 항의와 설득, 비협조, 개입 등은 시위, 행진, 가두시위, 비폭력 점거, 대안 정부 수립 등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그게 어떤 것이든 비폭력 투쟁은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또 하나, 비밀을 전제로 한 행동은 위험하다고 가르친다.

먼저 대전략 하에 일반 전략을 세우고, 구체적인 전술을 짜야 한다. 그 이후에 수단과 무기인 구체적 방법이 나와야 한다. 저자는 "자유를 얻기 위한 대전략과 구체적인 캠페인 전략은 모두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재가 물러간 자리에 더 나쁜 독재가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박정희 정권이 무너진 자리에서 전두환 독재를 경험했던 터라, 더 실감이 난다. 저자의 표현으로 결론을 맺겠다.

"굳건하게 자리 잡은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에 성공하려면 비협조와 저항으로 독재정권의 권력의 원천을 약하게 만들고 제거해야 합니다. 권력의 원천을 계속해서 공급받지 못하면 독재정권은 흔들리게 되고 마침내 와해됩니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124쪽
덧붙이는 글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진 샤프 지음 / 백지은 옯김 / 현실문화 펴냄 / 2015. 4 / 9800원)
※책 뒤안길-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진 샤프 지음, 백지은 옮김,
현실문화, 2015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진 샤프 #백지은 #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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