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나왔는데, 사기까지...

[공모-위기의 순간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백절불요는 난관 극복의 지름길

등록 2015.04.13 10:48수정 2015.04.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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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史記)는 사마천이 엮은 역사서이다. 반면 사기(詐欺)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행위다. 따라서 이런 사기는 법적으로도 강력한 처벌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입사한 직장에서 만난 소장님은 초등학교 선배님이었다.


같이 근무하던 중 얼마 뒤 그 소장님은 인천으로 발령이 났다. 한데 자신을 도와달라며 간곡히 부탁하기에 의리상 저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생후 백 일도 안 된 아들을 등에 업고 고향인 천안을 떠났다.

그리곤 열심히 일하던 중에 아들의 백일잔치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 즈음 "내일 줄 테니 가진 돈 좀 꿔 달라!"는 소장님의 간청이 왔다. 그 또한 '남아의 의리'로써 나 몰라라 하기 힘들었다. 백일잔치에 쓰려고 모아두었던 돈을 통장에서 꺼내 드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소장님은 나에게서 돈을 받은 즉시로 연기처럼 사라졌고 또한 종내(終乃) 함흥차사였다. 이틀 뒤 본사에선 감사팀이 들이닥쳤고 결국 소장님은 공금횡령으로 수배까지 된 뒤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

자신을 돕고자 온 직원을, 그것도 초등학교 후배인 나를 그처럼 사기까지 치면서 배신한 선배님을 용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소장님의 잠적 사흘 뒤에 인천 직원들을 불러 아들의 백일잔치를 간소히 치르면서도 분노의 술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소장님이 오셔야 우리도 월급을 받을 텐데... 하여간 오늘은 빈손이지만 급여를 받으면 금반지 사다 드릴 게요." 그러나 '외상 백일잔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같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직면했던 까닭에 결국 금반지는커녕 구리반지 하나조차도 받지 못했다.


아무튼 나는 그날부터 '정나미마저' 뚝 떨어진 인천을 떠날 생각에 골몰했다. <초한지>에선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그러나 자신의 오늘날을 있게 해 준 한신과 기타의 공신들을 오히려 '토사구팽'으로 숙청하였다지만 나는 그런 부류도 아니었잖은가?!

그렇게 마음고생까지 크게 하며 사면초가에 몰린 유방의 숙적 항우인 양 절치부심할 무렵 대전지사장님으로부터 구조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많이 힘들지요? 고립무원의 거기서 고생 그만 하고 대전으로 오시오."

그 전화는 일종의 도차지(세력 있는 집이나 부잣집의 살림을 그 주인의 지시에 따라 도맡아서 하는 사람)와도 같은 매우 튼튼한 밧줄이었다. 나는 그 전화에 용기를 얻고 단숨에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곤 이듬해엔 전국 최연소 영업소장에 승진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또한 위기의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에 다름 아니리라. 사람이 이 풍진 세상을 살아나가자면 무시로 위기의 순간들이 닥친다. 그러나 어떠한 난관에도 결코 굽히지 않는 백절불요(百折不撓)의 의지와 실천만 병행된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공모 ‘위기의 순간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응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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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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