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모서리가 동그라미가 돼!

이민숙 시집 출판 기념회 열려

등록 2015.04.13 18:20수정 2015.04.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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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와온해변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한 이민숙 시인 ⓒ 오문수


11일(토) 오후 5시, 짱뚱어들의 놀이터이자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순천만 와온해변이 지척인 음식점 '쉼터가든'에서  이민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출판기념회에는 여수와 순천, 서울에서 30여명의 시 동호인들이 모였다.

순천에서 태어나 1998년 <사람의 깊이> 창간호에 <가족>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첫 시집 <나비 그리는 여자>를 냈다.  갸냘픈 몸으로 여수에서 '샘뿔인문학연구소'를 운영하며 책읽기, 글쓰기 교육에 여념이 없는 그녀는 10년 전  위 2/3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으며 사경을  헤맸다. 그래서일까? 그녀 시의 대부분이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11년 전에 첫 시집을 내며 많이 울었어요. 당시는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저를 위로해주는 잔치였습니다. 두 번째 시집은 마음껏 춤출걸 기대하며 원고를 보냈는데 4월 중순이 되어버렸네요. 결국 내 운명이 슬픔의 한 바다를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픔 속에서 기쁨을 맛보자는 심정입니다.

읽는 것은 소극적이고 쓰는 것은 적극적 행위입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삶을 바꾸는 과정이고 고통은 동전의 양면처럼 희열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를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죽음의 존재이며 이 세상에서 생을 받은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계속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수술할 당시 사경을 헤맸나요?"하고 묻자 "아니요! 오히려 오경까지 갔다 왔죠"라고 답했다. 그녀의 시를 보면 죽음에 달관해 초연한 모습을 띤다. 그녀의 시 <죽음이라는 밥> 첫 구절이다.

"죽음, 너는 나의 밥이었다
그도 먹을 만했다
몇 술 못 먹을 만큼 작아진 밥통의 허기 사이로 
너는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렸다"

그녀는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4월이라는 아픈 계절에 시집을 출판하게 된 것도 운명인가 보다"고 말했다. 그녀 시집을 시작하는 첫 번째 시 <동그라미>에는 사회와 시대의 아픔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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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숙 시인의 시집 출판기념회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지인들과 케이크를 자르는 이민숙씨 ⓒ 오문수


"엄마의 정수리에서 대가족을 봉양했던 또아리는
철철이 누런 가난으로 동그랗다
남북으로 왔다 갔다하는 탁구공은
콩닥콩닥 대책도 없이 동그랗다
바다 한가운데에 묻힌 아이들의 눈동자가
가만히 있어서 처절참담 동그랗다
스스로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동그라미
보듬어서 서로, 기대어 살아야 할 동그라미
뾰족할 수 없어 기어이 동그랗다"

또아리를 머리에 얹고 장마당에 나섰던 우리 어머니의 가난과의 싸움, 대책없이 서로를 비난하기만 하는 남북의 상황, 작년 4월 16일에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아까운 목숨들을 바라보며 아픈 가슴들끼리 서로 보듬어 둥글게 살아가자는 그녀의 속내를 보인 시가 우리를 끄덕이게 한다.

"각진 모서리로 구르다 구르다 보면 둥글어진다"는 한 시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이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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