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 통일, 깔끔하긴 하지만... 아쉬움도 있어요

울주군 덕하 시장 옥외광고물 등 정비시범구역 지정, 효과는 어디까지?

등록 2015.04.15 17:04수정 2015.04.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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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청량면 덕하시장 지난 해 광고물 등 옥외광고물 등 정비시범구역 지정으로 시장 내의 간판이 거의 바뀌었다.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광고판 들 ⓒ 김승한


위의 사진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청량면에 위치한 덕하시장의 모습입니다. 좀 특이한 게 보이지 않나요? 가게 간판들이 일정한 길이와 너비로 돼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덕하시장을 지나다보면 뭔가 잘 정돈된 느낌을 받았는데, 전체적으로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9월 울주군 청량면 덕하시장 일부가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 제 4조 3, 같은 법 시행령 28조에의 표시물을 제한, 완화한다는 고시에 따라 이같이 시행한 것입니다. 이 고시(울주군 고시 2014-168)는 도시의 경관을 아름답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적법한 광고문화 질서 확립이 목적입니다.

실제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업종마다 간판이 일정한 높이와 너비로 맞춰져 있고, 간판의 글씨와 전화번호도 정해진 사이즈로 표기되어 있어 상당히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뭐랄까, 흙먼지와 돌덩이로 난무하던 비포장도로가 깔끔한 포장도로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지정 간판을 사용하지 않은 몇몇 가게들과 지정간판을 단 곳들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바닷가에 위치한 울산의 특성상 잦은 바람에 불법으로 설치한 간판들이 떨어지거나 도로위에 나뒹굴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번 옥외광고물 정비 시범사업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판, 업종별 독특함이 살아나야

허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간판마다 풍기던 독특함이 사라졌습니다. 광고판에선 업종 및 취급품목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는 간판에 상호나 브랜드 명을 표기할 수 있지만 메뉴나 상품사진, 가격 등은 표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덕하 시장을 자주 이용하는 S(40·여)씨의 말입니다.


"보기 좋긴 한데요, 간판이 너무 똑같아요. 간판만 보고는 뭐하는 가게인지 금방 알 수 없어요. 식당이나 약국이나 간판 색이 똑같잖아요. 뭘 파는 지도 잘 모르겠구요 "

식당의 경우 취급 메뉴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하고, 옷가게는 그게 맞는 광고판을​, 병원이나 약국 역시 약이나 의술을 떠올 수 있는 간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일관된 색상과 크기, 글자체는 좀 지루하게 단조롭게 보일 수 있습니다.

시장의 특성상 생생하고 활기를 띠어야 할 거리가 너무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업종이 다른데도 동일한 바탕색을 이용하여 글자크기나 표기 방법까지 제한을 두는 건 상품과 정보가 교환되는 '시장'이라는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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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하시장 광고판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긴하지만 업종별로 독특함과는 거리가 멀다. 약국이나 옷가게나 떡집이나 같은 바탕색의 광고판에 글자 사이즈마저 비슷하니 재래시장에서 풍기는 생생함이나 사람사는 냄새가 사라진 것 같다. ⓒ 김승한


그래도 울주군에서는 나름대로 거리에 맞는 광고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많은 논의를 거친 듯합니다. 광고판의 종류와 수, 입간판과 돌출간판, 조명 방식, 층별 간판 크기의 변경 등 광고간판에 사용되는 모든 것을 망라하여 시행령에 넣고 있습니다. 그런 걸로 봐서 이번엔 시범적으로 시행되기 하였으나 앞으로 주민들과 상인들의 추가 의견은 언제든지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울주군의 이번 시범사업은 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상인과 지역주민, 방문객들에게 좋은 인상과 더불어 사람 사는 냄새나는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업이 되길 바랍니다.
#옥외광고물 #시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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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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