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겐 거리 브뤼겐의 건축물은 1702년 화재 이후 복원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은 한자동맹 상인들이 활동했던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임경욱
낭만과 여유의 도시 베르겐의 일요일은 한적하고 조용하다. 연중 275일을 비가 내린다니 비가 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어시장도 그렇고 시내도 그렇고 거리는 아직 손님 맞을 준비가 덜 된 듯하다. 어시장에서 간단하게 연어회, 홍합, 새우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비 내리는 시내를 걸었다. 파격적인 색감의 삼각지붕 건물이 즐비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브뤼겐 지역을 돌아 아기자기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 지역 출신 에드바르 그리그의 솔베이지송이 들려오는 듯하다.
우리는 베르겐을 뒤로하고 다시 오슬로 쪽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 만난 하르당게르피오르 위에 놓인 하르당게르교는 수심 500m에 이르는 빙곡으로 양쪽에 200m의 주탑을 세우고 총 연장 1380m, 폭 20m에 이르는 왕복 2차로 교량이다. 교량과 연결되는 터널에는 교차로가 있어 터널 내에서 차량이동을 용이하게 한다.
완만하게 이어진 산악로를 따라 하르당게르비다 고원에 이르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차량을 통제하고 제설차량이 도로를 정비한 후 앞장서서 안내를 해줘야 통행할 수 있단다. 평균고도 1100m의 고원은 우리나라 서울의 5.6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으로 빙하의 침식작용에 의해 많은 호수와 강으로 형성되어 있으나, 지금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설원일 뿐이다.
황량한 고원위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눈밭을 구르다보니 1시간 정도 지나서 차가 움직인다. 오늘 머물 곳은 스키의 고장 게일로다. 마을 앞뒤로 스키장이 있고 호텔과 리조트들이 즐비한데 스키시즌이 끝나 한산하다.
전날저녁 일찍 쉰 탓에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호텔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계단식 상가들과 리조트, 별장들이 스키장 주변으로 열을 지어 들어서 있다. 지금은 모두 철수해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오슬로를 향해 이동했다.
오슬로 중앙역 맞은편에서 왕궁까지 연결된 카를요한스 거리 양쪽으로 시청사, 왕궁, 국립미술관, 대성당 등 주요 건물들이 다 모여 있다. 먼저 들른 시청사에서는 매년 12월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오슬로 창립 900주년을 기념해 세운 건물로 1931년 착공에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공사가 잠시 중단되었다가 1950년에 이르러 완공되었다. 붉은 벽돌로 쌓은 좌우 대칭형 외관으로 유명한데, 겉은 소박하지만 안은 무척 화려하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인생'을 비롯해 조각, 벽화 등이 잘 전시되어 관광객을 반긴다.

▲비겔란 조각공원 오슬로 시내에 있는 공원으로 조각가 비겔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임경욱
오슬로 도심의 북동쪽 드넓은 녹지에 조성된 비겔란 조각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예술작품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오슬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란다.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과 그의 제자들이 제작한 조각 작품 200여 개가 전시된 공원이다. 비겔란이 13년에 걸쳐 청동, 화강암, 주철을 사용한 다양한 작품을 준비했으며, 작품의 테마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희로애락이었다.
공원에 전시된 비겔란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높이가 약 17m에 달하는 화강암 조각상 '모놀리트(Monolith)'다. 공원 한가운데 서 있어 멀리서 보면 그저 커다란 기둥처럼 보이지만, 121명의 남녀가 엉켜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묘사된 작품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려는 듯 안간힘을 쓰는 군상은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며 실제 인체 크기로 조각되어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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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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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121명이 엉켜... 인간의 본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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