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정, 이곳에 있었구나

영자네 다육이야기 탐방기

등록 2015.05.13 10:39수정 2015.05.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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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사진동호회 '설레임' 회원들이 대청호나 청남대 가는 길에 잠깐 짬을 내면 들를 수 있는 '영자네 다육이야기'로 출사를 다녀왔다. 처음 찾아간 곳이고 다육에 대해 문외한이라 낯설만도 한데 입구에서 만난 상호 이름 '영자'가 풋풋한 정을 느끼게 하고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아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남계리에 위치한 영자네 다육이야기에 들어서면 뒤편의 야산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시내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나무에 그네가 매어있는 넓은 정원에 비둘기, 닭 등을 키우는 관상용 조류장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학습장이자 쉼터로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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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네 다욱이야기 외부 풍경 ⓒ 변종만


영자네 다육이야기가 시작된 배경을 알려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당시 도회지 생활에서 벗어나는 게 꿈이었던 김한용, 이수분 부부가 예쁜 전원주택을 짓고 정착한 곳이 작고 조용했던 남계리였다.

한편 40대 중반에 맞이한 전원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이 다육식물 기르기였다. 하나, 둘 늘어난 다육만큼이나 연륜이 더해지고 지식이 해박해지자 6년 전에는 제법 규모가 큰 영자네 다육이야기의 문까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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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네 다욱이야기 내부 풍경 ⓒ 변종만


나이 지긋한 여자들의 이름에 '자' 자가 유난히 많이 들어있다. 그중 '영자'는 가장 많이 사용한 이름이라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백발이 성성한 덕수가 아내 영자에게 어릴 적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국제시장>의 영자도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 어머니의 실제 이름이다. 어쩌면 당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던 여성들의 고된 삶을 '영자'라는 평범한 이름에 담아 인기를 누린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때문이기도 하다.

영자네 다육이야기에 다육만 있으면 재미가 없다. 인생철학이 뚜렷하고 손재주가 많은 바깥주인이 세상사를 쉽게 풀어가는 방법도 들려준다. 구수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식물인 다육에 복고풍의 영자와 구수한 이야기가 더해진 상호 영자네 다육이야기가 탄생한 이유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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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1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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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2 ⓒ 변종만


사막이나 높은 산 등 수분이 적고 건조한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땅 위의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이 다육이란다. 또한 한자 다육(多肉)에서 알 수 있듯 내부에 물을 저장하고 있어 다른 식물에 비하여 통통해 보인다.


취미생활을 하면 '야생화, 분재, 난'의 취향을 골고루 느낄 수 있다는 다육식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해준다. 다른 식물들은 수분이 뿌리에서 줄기나 잎으로만 일방통행을 하지만 다육식물은 이동통신에서 강조하는 LTE, 즉 잎이나 줄기에서 뿌리로까지 양방통행을 하기에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인장 내외 덕분에 손쉽게 키울 수 있는 다육식물의 습성을 이해하고, 다육식물에 매력을 느낀 소중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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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3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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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4 ⓒ 변종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자네 다육이야기 #문의면 남계리 #김한용 #이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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