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에 사인 같은 것은 필요없다"

대형화면으로 새롭게 만나는 반 고흐 미디어아트 관람기

등록 2015.05.18 11:50수정 2015.05.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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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위대한 화가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 중 작품과 화가 자신 모두 가장 유명하면서도 정작 가장 비운의 삶을 살다간, 인생자체가 드라마 같은 화가라면 누구나 고흐를 꼽는다.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화풍을 지닌 그의 그림은 그의 불꽃같은 인생과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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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새겨진 전시 제목이다. Very Yellow, Very Bright 는 고흐가 동생에게 썼던 편지의 한 구절이다. ⓒ 김지형


이제 이런 고흐의 작품들은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을 새로운 미디어아트라는 방식으로 재창조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직접 찾아갔다. 바로 지난 1일부터 대구전시컨벤션센터 EXCO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 미디어아트: Very Yellow, Very Brigh' 전시다.


전시장은 3층에 있었는데 그 입구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4m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거대한 작품들의 향연은 시야를 가득 채우면서 시시각각 변하고 움직인다. 미디어아트 전시가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보여주는지 궁금했는데 작품 속 인물들이 움직이기도 하고 화면이 전환하는 등 기존 작품을 그저 크게 보여주는 단순한 전시는 아니었다. 준비된 영상을 스크린에 비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에 설치된 풀에이치디(Full HD) 프로젝터만 50여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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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스크린에 보여지는 고흐의 작품들은 그전에 보았던 것들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 김지형


전체 전시는 A에서 F까지 6개의 존(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A~E까지는 고흐의 인생을 시간 순으로 설명하면서 그 시기별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가 펼쳐진다. 알려져 있다시피 고흐가 화가로서 살았던 시간은 10년에 불과하다. 처음 그림을 시작하던 시절부터 죽음을 앞두고 있던 마지막 시간까지 그의 그림은 인생을 그대로 투과해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초기 작품을 지나 프랑스 시절의 작품을 모아놓은 B존이 인상적이었다. 양쪽 벽에 대칭된 구성으로 큰 화면이 쭉 이어져있는데 전체 화면이 하나의 구성으로 움직이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이 시기의 것으로 소개되는 작품들 또한 색감이 풍부해지는 시기여서인지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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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프랑스 시절 작품들로 꾸며진 B존, 당시 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보여준다. ⓒ 김지형


또 인상적이었던 곳은 D존이다. 별도로 마련된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사방 벽면 전체가 원형으로 하나의 스크린으로 되어 있다. 중앙에 마련된 원형 스탠드에 앉아 감상하는 곳인데 360도 시선을 가득채운 작품들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이시기의 작품들은 고흐의 마지막 시기에 병원에서 남긴 작품들이라 더 큰 여운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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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존은 사방이 원형 스크린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선을 가득채운 고흐 말기의 작품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 김지형


D존을 나서면 한쪽 구석에 마련된 하나의 화면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바로 고흐의 자화상을 모아 보여주는 코너다. 고흐는 생애 전체에 걸쳐 많은 자화상을 남겼다. 살아있는 동안 단 하나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던 그는 늘 궁핍했고 이로 인해 모델을 구하지 못해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자화상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그의 자화상은 그의 인생과 역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대표작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이 코너에서는 이 자화상들을 연이어 보여주며 그의 모습과 작품세계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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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는 유난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특별히 고흐의 자화상만으로 꾸며진 코너가 있었다. ⓒ 김지형


마지막 F존은 앞서 시간 순으로 감상하는 존들과 달리 고흐의 작품 전체를 다시 조망해보는 코너였다. 전시에 다뤄진 작품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더불어 고흐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동생 테오와의 수백 통에 이르는 편지를 소개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번 전시에는 고흐의 작품 400여점이 사용됐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한 박계영(북구 태전동)씨는 "고흐의 그림 중 처음 보는 작품들도 있어서 좋았고 큰 화면을 통해서 보니 마치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미디어아트 전시는 처음인데 움직이는 그림들과 시야를 가득 채우면서 변화하는 방식이 색달랐다. 무엇보다 작품과 삶을 함께 감상하니 고흐의 삶이 이전보다 더 애틋하고 아련하게 여운으로 남았다"라고 감상 소감을 전했다.


미디어아트는 사실 아직은 다소 생소한 방식의 전시다. 하지만 물리적, 시간적 여건상 미술작품들을 원래의 그림 그대로 보는 것이 쉽지 않은 조건에서 이런 새로운 시도가 주는 감동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원작에 대한 훼손 논란도 있는 듯 하지만 위대한 작품일 수록 새로운 시도와 다른 방식의 접근은 앞으로도 계속 시도되지 않을 까 싶다. 어쨌든 전시장을 나서며 고흐의 작품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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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에 도슨트 해설도 진행된다. 미리 확인하고 가면 감상에 도움이 된다. ⓒ 김지형


한편 전시장 입구에서는 가수 이현우의 목소리를 통해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를 3천 원에 빌려주고 있는데 전시장 내부에는 별도의 설명이 없으므로 감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해진 매 시간별로는 무료로 직접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으니 관람 전에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8월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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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곳곳에는 주로 동생과 주고받았던 편지글에 있었던 글귀들이 소개되어있다. ⓒ 김지형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반 고흐 #미디어아트 #대구 #엑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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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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