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김지영
- 제가 오늘 여기 찾으려고 전철역에서 택시를 탔는데요. 언덕길도 한참을 오르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있어서요. 아기를 안고 베이비박스에 오는 것도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지금까지 제주도에서 8명이 왔어요. 상담을 하면서 물어봤는데 16시간 걸렸대요. (출생신고가 안 된 신생아는) 비행기는 안 태워주잖아요. 배 타고 인천까지 와서 다시 여기 오는 데 16시간이 걸렸다고 그래요. 그렇게 오래 걸려서 데려다주는 사람은 차라리 고맙지요. 배 속에 있을 때 낙태하지 않고 또 태어난 아이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고 베이비박스까지 데려온다는 것은 모성애 말고는 설명이 안 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이를 살리고자 최선을 다한 거예요.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이들은 그냥 쉽게 버려지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여기 데려다 놓고 나중에 다시 아이를 되찾아간 엄마들이 140명이 넘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가는 엄마를 붙잡고 상담합니다. 데려가 키울 수 있도록 설득하죠. 경제적인 문제로 못 키우겠다는 분은 우리가 아기용품 일체를 후원해 주고 키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 서른다섯 가정이 그렇게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금액으로는 30~40만 원 정도. 주사랑공동체가 아니었으면 그분들은 아기 못 키웠어요. 베이비박스까지 왔다가 그렇게 된 경우잖습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우리 교회가 나서고 있지만 국가가 나서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자그마한 혜택으로 아기를 키울 수 있지 않겠어요?"
-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이들은 그럼 어떤 경로를 밟게 되나요?"일반 시설에서 출산하면 그래도 출생신고를 해서 입양을 보내잖아요. 베이비박스는 출생신고가 어려운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바로 입양까지는 못합니다. 심지어는 탯줄을 달고 오는 아이도 있을 정도니까요. 여기 오는 아이들은 제일 먼저 엄마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파출소에 신고를 합니다. 파출소에서는 구청에 신고가 됩니다. 구청에서 오면 병원에 데려가서 진료를 받습니다. 진료가 끝나면 보육원으로 갑니다. 보육원으로 가서 운이 좋게 입양을 간다면 일곱 단계예요. 하지만 일단 보육원으로 가면 입양이 거의 안 됩니다.
"
베이비박스에 비판적인 여론... 우리나라 미혼모들 현실 냉정하게 봐야"- 그럼 그 아이들 호적은 어떻게 만들어집니까?"보육원으로 가면 6개월 후에 보육원 원장님이 아이 이름으로 단독 호적을 만들어줍니다.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보육원 원장이 후견인이 되는 거죠. 그 뒤로 입양은 후견인의 동의 없이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입양이 정말 어려워집니다. 선택입양만 가능한 걸로 알고 있죠. 보육원에 봉사하러 다니는 봉사자와 정이 드는 경우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 베이비박스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다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저는 이제 그 사람들이 조금만 더 우리나라 현실, 우리나라 미혼모들의 현실을 냉정하게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정, 법적 제도 이런 부분을 조금만 보면 문제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현실, 법에 의하면 유기는 뭐냐면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아무 데나 버리는 거예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으니까, 출생신고 의무화이기 때문에 유기를 조장하는 거예요. 그전에는 익명제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보육원 앞에 갖다 놓고, 미혼모 복지관 앞에 갖다 놓으면 돼요. 거기서 출생신고해서 입양 보내고 했어요.
아무리 해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미성년자 출생, 근친상간, 불법체류자, 성폭행, 혼외자 임신 열거하면 많아요. 우리가 모르는, 말할 수 없이 딱한 사정들도 참 많은 게 사실이고요. 이런 아이들은 그럼 어떻게 합니까? 지금 법으로는 버릴 수밖에 없어요.
입양특례법이 유기를 조장하는 확실한 근거가 우리에게 있어요.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이전하고 이후하고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아홉 배 차이가 납니다. 그해 8월부터요. 저는 처음에는 입양특례법이 뭔지 몰랐었죠. 그런데 아이를 박스에 두고 가는 생모들 편지를 보면 입양특례법 때문에, 출생신고 의무화 때문에 불가피하게 갖다 놓습니다.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쓴 편지만 235통이에요. 유기를 조장하는 것은 입양특례법입니다. 나는 정말 입양특례법은 악법이고 사형법이라고 봐요.
그리고 베이비박스는 유기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 유기하지 말라고, 밖에 버리지 말라고 만든 거예요. 아이를 살리려고 만든 거잖아요. 불법이란 엄밀히 말하면 법이 있는데 안 지키는 거잖아요. 우리나라 법 조항 중에 베이비박스 만들어서 아이를 살려내는 게 불법이라는 법 조항이 있을까요? 법이라는 것이 누굴 위해 만들어집니까? 사람을 위해 만들어져요. 생명을 위해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인데 이 법 때문에 사람이 버려지고 죽으면 이것은 안전한 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법을 만들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