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상징 '편두' 한반도에도 있었다

미호뮤지엄 편두 흔적을 찾아서

등록 2015.05.31 15:48수정 2015.05.3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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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정효정 기자의 글 <긴 두개골에 숨은 끔찍한 비밀>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정효정 기자는 직접 실크로드를 주제로 그 길을 찾아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멋진 글 솜씨와 현장에서 직접 쓴 생동감이 글의 품위와 감칠맛을 돋워주고 있습니다.

미호뮤지엄에 있는 이집트 람세스대왕의 편두 모습과 호루스 신상입니다. 람세스 상이나 호루스 신상 모두 이마와 콧잔등이 평평합니다. ⓒ 박현국


이번 정효정 씨의 글 가운데 편두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사마르칸트 시내 아프라시압을 방문하여 박물관에서 본 편두 인골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그곳에 살았던 선조 가운데 노예 자손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편두를 행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편두에 대한 사실은 일본 시가현 시가라기에 산 곳에 있는 미호뮤지엄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손쉽게 볼 수 있는 편두에 대한 기록은 진수(陳壽, 233-297 년)가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 진한 조에서 볼 수 있습니다.

兒生、便以石厭其頭、欲其褊, 今辰韓人皆褊頭, 男女近倭、亦文身
아이가 태어나면 돌로 아기의 머리를 눌러놓아 편두를 만들었다. 지금 진한 사람들은 모두 편두 머리를 지니고 있다. 남녀 모두 왜와 가깝고, 역시 문신을 했다. - 기자 역 

이 기록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김해 예안리에서 나온 사람 뼈 200여 구 가운데 10여 구에서 편두 흔적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편두 흔적이 있는 사람 뼈는 주로 여자라고 밝혀졌습니다.

편두 흔적은 일본 규수 구마모토 마츠사카 옛 무덤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무덤 두 곳에서 사람 뼈 여섯 구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여자 뼈 한 구에서 편두 흔적이 있었습니다. 세 구는 편두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 변한조의 기록을 근거로 변한 사람들이 이곳에 건너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편두 흔적은 필리핀 미다나오 섬 부드안 지역 박물관에서도 확인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아메리카 마야 문명 지역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한반도, 일본, 필리핀, 중앙아메리카를 잇는 태평양 고리를 따라서 편두 습속이 있었나 봅니다.


편두 습속은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살았던 퉁구스 민족의 습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퉁구스 족에는 선비족이나 흉노족들이 들어갑니다. 또 하나 이집트 왕족들도 편두를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이집트 람세스 대왕의 편두 모습은 람세스 아부신벨 신전에 새겨진 가데시(Qadesh) 전투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차 위에서 활 시울을 당기는 모습에서 그의 콧잔등과 이마, 머리가 일직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람세스 대왕이 편두를 했는지를 떠나서 사람 머리를  편두로 그리는 것이 뛰어나다는 상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왜 편두를 했을까요? 편두는 갓난아이 이마에 돌을 놓아서 머리를 콧잔등과 일직선이 되도록 일부러 만드는 것입니다. 편두를 만드는 중에 머리가 깨질 수 있는 위험이 따르고 아이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편두를 했을까요?

편두 이유에 대해서 아직 확정된 정설은 없습니다. 정효정 기자가 사마르칸트 시내 아프라시압을 방문하여 박물관에서 본 것처럼 노예라는 사실을 태어날 때부터 심어주고 구분하기 위해서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집트에서는 왕족이 편두를 했을까요? 물론 지역에 따라서 문화가 다르니 편두 역시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왕족이 편두를 한 이유는 새머리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서 행했다고 합니다. 새를 숭배하는 민속에서 볼 수 있는 풍습입니다. 새는 사람들이 가지지 않은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땅 위에서만 살 수 있지만 새는 날개를 가지고 멀리 날아갈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미호뮤지엄 내부와 이집트 신성문자입니다. 새는 심장과 기관을 상징하는 주걱과 같이 그려져 아름답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깃대가 서쪽을 뜻하기 때문에 모두 합해서 아름다운 서쪽이라는 말입니다. ⓒ 박현국


이집트 사람들은 새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 세상에 안내해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히에로크리프트라고 하는 이집트 신성문자에서도 새는 심장과 기관을 상징하는 주걱과 같이 그려져 아름답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매 머리나 새를 호루스 신으로 섬겼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호루스 신상을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김해 예안리나 일본 구마모토에서 발굴된 편두 인골은 대부분 여자 뼈였습니다. 예안리의 경우 일부 사람 뼈에서만 편두가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편두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 진 한조에 보이는 것처럼 태어난 아기 모두가 편두를 한 것이 아이고 일부 여자들에게 행해졌습니다.

편두를 하던 그 때 사회를 잘 알 수는 없습니다.  편두는 사회적으로 특수한 기능이나 역할을 담당하는 여자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여자는 무당이 아니었을까 추정합니다. 일반인과 다른 특수한 기능을 지닌 혈통에서 자신들의 신적 능력이나 개성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서 편두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편두는 고대 사회에서 행해진 사회 풍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새 숭배나, 무당, 노예 따위 여러 설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증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일상적이고 특수한 신분이나 계층에서 행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그런 풍습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참고 문헌] 김해 예안리 고분군 II(본문편), 부산대학교 유적 조사 보고서, 15집, 부산대학 박물관, 1993., 미스나가 편(益永浩仁編), 마츠사카 고분(松坂古墳), 기쿠스이초 문화재 조사보고서(菊水町文化財調査報告), 菊水町教育委員会, 1999., 미호뮤지엄 남관 도록, 1997.
참고 누리집> 미호뮤지엄, http://www.miho.or.jp/japanese/index.htm, 2015.5.30.

미호뮤지엄 가는 법> JR 오사카역이나 JR 교토역에서 비와코선 전철을 타고 이시야마역에 내리면 미호뮤지엄 행 셔틀 버스가 운행됩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호뮤지엄 #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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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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