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로 '군기' 잡는 학생회? 논란 일파만파

사진 올라오자 학생회, 제보자 추적... 학생회 "조용히 해결하자는 의미였다"

등록 2015.05.31 17:09수정 2015.05.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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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경북 지역 모 대학 △△학부에 다니는 송 씨는 'OO학부 군기'라는 제목으로 해당 학부 15학번 남자 신입생(52명)이 단체로 집합해 있는 사진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 속 신입생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 구민수


"OO학부 군기 사건 제보자입니다."

대구·경북 지역 소재 한 대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한 편의 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이 대학 △△학부에 다니는 송아무개씨는 OO학부 15학번 남자 신입생(52명)이 단체로 집합해 있는 사진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게시했다.

송씨가 이 게시물을 올린 것은 OO학부 15학번 신입생이자 송씨의 친구인 A씨의 하소연 때문이었다. A씨는 송씨에게 "며칠 전 있었던 체육대회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집합'하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것을 부당하다고 느낀 송씨는 지난 27일 오후 6시 30분 체육관 뒤편 집합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OO학부 15학번 신입생 B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집합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다음에는 말로 안 끝낸다'는 말까지 들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지만, 친구 송씨를 통해 "이번 집합으로 대학생활에 회의를 느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7일 '집합' 건과 관련해 OO학부 학생회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OO학부 학생회는 "폭언, 욕설, 가혹행위 등은 전혀 없었다"라면서 "체육대회 참석률이 저조한 것에 대해 '앞으로 잘하자'는 식으로 호소했다"라고 해명했다.

익명 게시자 찾아내 기숙사 방문한 학생회


이후 해당 게시물에 대한 OO학부 학생회의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 송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린 시각은 오후 10시께였다. OO학부 학생들은 송씨의 글을 읽고 게시물 작성자를 추적했다. 그리고 OO학부 2학년 과대표를 포함한 6명의 학생이 28일 오전 2시, 송씨가 사는 학교 기숙사로 찾아왔다.

송씨는 당시 상황을 두고 "(나를 찾아온 학생들의 태도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송씨의 말에 따르면 송씨를 찾은 학생들은 담배를 피우며 욕을 했다. 학생 중 한 사람은 송씨에게 '누구를 통해 (집합 건을) 알게 됐느냐' '아는 사이버수사 담당 형사를 통해 명예훼손으로 빨간 줄 그어지게 해주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송씨는 '집합' 사진이 담긴 커뮤니티 게시물을 삭제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학부 학회장이 송씨를 운동장으로 불러냈다. 송씨는 "당시 학회장이 조용히 일이 종료되길 바란다면서 일이 커지면 법적 처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송씨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30일 'OO학부 군기 사건 제보자'라는 제목의 글을 학교 누리집에 게시하고 해당 학생회의 사과를 요구했다.

OO학부 학회장 "진심으로 사과했다"

28일 새벽 송씨의 기숙사에 찾아간 OO학부 2학년 과대표 C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흥분해서 욕을 했지만, 곧바로 사과했다, 술은 나 혼자만 마셨고 나머지 사람들은 마시지 않았다"라면서 "담배는 송씨의 양해를 구하고 피웠다, 누구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올렸는지 물어봤던 건 사실이지만 협박하러 간 게 아니라 대화를 나누러 갔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는 형사에게 문의해보니 학교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가 가능하다는 자문을 들었는데, 그 내용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라면서 "'빨간 줄'을 운운하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C씨는 "다소 감정적으로 대한 것에 미안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OO학부 학회장은 "운동장에서 만나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조용히 해결하자는 의미였다, 협박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OO학부 학생회는 해명과 사과를 함께 담아 학교 누리집에 게재할 예정이었지만, 자칫 학부간 감정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단을 보류하기로 해다고 전해왔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대학 #학생회 #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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