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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버스 기사아저씨 첫대출 현장 ⓒ 김동규
지난 4일 책수레 봄수레 3번째 날. 개인적으로 화장실 문이 고장나 30분 이상 갇히는 큰 시련이 있었고, 책수레는 30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나는 책수레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돌입했다. 책수레 첫날 만났던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호객을 시작했다.
아저씨는 책수레로 오더니, "책 이야기보다 은행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안 해준다, 신용 등급 확인하면 등급 내려가는게 맞냐, 일반버스 회사로 옮기려면 문제가 되지 않겠나, 마을버스 기사들 최저 임금밖에 못받는다, 최저 임금 올라가면 마을버스 기사들이 제일 좋아한다. 사고나면 본인이 책임지라고 한다" 등 금융 상담에 노동 상담까지 해오신다.
"다음주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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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방 아저씨 책수레 단골인증 현장 ⓒ 김동규
"제가 신용불량자 해봐서 아는데..." 이래 저래 함께 수다떨다가, "무자격 금융 상담, 노동 상담 말고 카페에서 진짜 법률 상담, 노동 상담도 합니다. 카페로 한번 시간될 때 오시라", " 바쁘면 전화 상담이라도 하라"며 버스 종점 길거리 수다를 아름답게 마감했다. 아저씨는 조선왕조실록 18권 빌려갔다. 노동과 마을의 소박한 합체. 왠지 아파트 앞 마을버스 종점에서 이뤄질 듯한 느낌적 느낌이 온다. "다음주에 또 봐요" 인사 나누는데 가슴 한 쪽이 따뜻해진다.
이동 경로를 확대해 아파트 단지 내로 책수레를 끌고 들어갔다. 때마침 알뜰장터가 열려 책수레를 정차하고,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새참으로 잔치 국수, 열무 국수 한 그릇씩 먹었다.목요일마다 알뜰 장터가 열린다고 하니, 책수레랑 스케줄이 찰떡궁합이다. 다음주에 또 와야겠다.
영등포역 출입구쪽에는 책수레 단골 손님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두방 아저씨는 책수레를 보자마자 지난 주 빌려 간 책을 반납하시고 또 책을 빌려가신다. 책 한 권은 너무 빨리 끝난다고 <조선왕조실록> 두 권을 빌려달라고 하신다. <조선왕조실록>이 20권까지니 구두방 아저씨는 두 권씩 해도 10주 동안 단골손님이 되시겠다. 고가 밑 과일 가게 아주머니는 책을 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더니, 오늘은 <미생>을 추천해드리고 1, 2권 같이 빌려드렸다. <미생>은 총 10권이다. 이렇게 책수레 봄수레 단골 손님을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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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수레는 놀이다. ⓒ 김동규
카페 봄봄으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송곳> 1권 빌려가신 분이 책수레 지금 어디 있냐고 찾는 전화였다. 책수레 마감 시간 지났지만, 오늘은 기분 좋게 책 배달 서비스까지 해드렸다. <송곳> 2, 3권 대여해드리고, 1권을 받으러 갔다. 동네 마트 건물 5층. 학원 선생님이셨구나. 다음에 직접 카페로 반납하러 오시겠단다. 이렇게 동네를 알아가고, 사람을 알아가게 된다.
책수레는 놀이다. 책수레는 사랑방이다. 책수레는 상담 센터다. 책수레는 또 그 무엇이다. 책수레 봄수레 단골 손님이 늘어가고 있다. 좀 더 행복한 고민을 해야겠다. 좀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야겠다. 어깨에 힘을 빼고 발걸음을 사뿐사뿐.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책수레 봄수레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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