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20일 만에 '컨트롤타워' 인정한 청와대

책임 회피 논란에 "대통령 실시간 지시 중" 해명... 각 메르스 대응 기구 조율 관건

등록 2015.06.08 20:31수정 2015.06.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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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해서 무엇을 하느냐고 하는데, 지난 2일 정책조정수석과 고용복지수석을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만들어 24시간 비상관리체제로 가동 중이다. 대통령께서는 새벽부터 비서실장과 관련 수석으로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청와대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었다.

앞서 민 대변인은 8일 오전 "어디가 컨트롤타워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다, 그 위에 국무총리가 있고 (그 위에) 대통령이 있다"라면서도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메르스 관계 장관회의도 열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했다. 더욱이 '컨트롤타워'로 지명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OECD 각료회의, 한국경제설명회 등을 위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해외에 있었다. 즉,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총괄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지난 닷새 동안 국내에 없었다는 설명이 돼버렸다.

물론,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플루 발병 당시를 감안해도 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의 설명처럼 국무총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게 상식적이다. 결국, 초동 대응 실패 등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려다 보니 해괴한 설명을 내놓은 셈이었다.

'우후죽순' 생긴 메르스 대응 기구... 컨트롤타워가 어디냐?

사실 정부의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대책기구들이 연달아 만들어졌는데 이를 총괄할 국무총리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있다. 이는 지난달 20일 메르스 확진환자 첫 발생 당시 설치했던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격상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3일 민관 긴급점검회의를 거쳐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범정부메르스지원대책본부'도 가동시켰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대통령 비서실 산하에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을 반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도 가동시켰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와 별도로 중앙안전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즉, 메르스 대응에 나설 기구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는 물론, 그 업무영역마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업무)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분야별로 세운 것"이라며 "3개 본부와 TF는 각자 맡은 바 일을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복지부 장관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방역 쪽을 주도하는 기구라면 민관합동TF는 이런 활동을 돕는 기구이고, 안전처 장관의 범정부메르스지원대책본부는 메르스 방역 대책과 관련된 다른 정부 부처의 지원 업무를 통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이들 기구의 역할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어디냐는 질문의 답은 되지 못했다. 민 대변인은 여기에 "대행이지만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답한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설명은 하루도 되지 않아 뒤집혔다. 청와대가 '책임 회피' 비판에 고개를 숙인 셈이다. 민 대변인만 아니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역시 이를 인정했다.

현 수석은 이날 "다양한 (메르스 대응) 기구가 있지만 컨트롤타워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내각 정부를 통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시는대로 대통령은 최경환 총리대행, 참모들과 메르스 관련 30번이 넘는 전화통화를 했다, 실질적으로 국정 최고 책임자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내일(9일) 국무회의에서도 메르스 관련 대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대응 기구 하나 더 추가한 박 대통령... '교통정리' 가능할까

문제는 메르스 관련 기구가 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공동팀장으로 하는 '즉각대응 태스크포스(TF)'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방역의 핵심은 감염 경로를 완전하게 파악하고 그 연결고리를 완벽하게 단절하는 것, 그리고 추가적인 접촉을 차단하는 것인데 이것이 계속 변하는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 중심으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서 여기에 전권을 줘 가지고 신속하게 앞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즉각대응 TF'에 이후 메르스 관련 병원의 폐쇄명령권을 포함한 병원의 감염관리 지도에 관한 전권과 행정지원 요청 명령권도 부여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재차 새로 꾸려진 '즉각대응TF'와 현 '중앙메르스대책본부'의 역할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은 "즉각대응TF'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보'하는 기능인 것"이라며 지휘체계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앞서 구성된 '민관합동TF'에 참여한 인사들이 또 다른 기구인 '즉각대응TF'의 수뇌부로 참여하는 것도 뒷말을 낳을 공산이 크다. 각 TF의 역할을 더욱 불명확하게 만드는 소지인데다, 정부의 뒤늦은 메르스 병원 명단 공개에 일부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정보공개' 강조한 청와대, '병원공개'는 거부).

구체적으로 즉각대응TF팀장을 맡은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부팀장을 맡은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민관합동TF에 이미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장 김 이사장은 이날 "김 이사장 본인이 지난 3일 민관합동 긴급회의 이후 '득보다 실이 많아서 병원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즉각대응 TF에) 병원 폐쇄 명령권 등 전권을 주더라도 뭐가 달라질지 기대할 수 있겠나"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당시엔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로 얘기한 것"라며 "병원 폐쇄 명령권이 발동할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임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메르스 관련 기구들을 최종 조율할 이는 박 대통령 뿐이다. 각 기구의 책임과 권한을 구분 짓고 모든 일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역시 자신과 정부를 분리하는 '유체 이탈 화법'을 선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현장방문 모두발언을 마무리하며 "정부는 확진환자 또 회복과 격리중인 이런 분들이 하루 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을 신속하게 종식시킬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메르스 #컨트롤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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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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