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시민기자 강제출국 소식을 전하는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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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의 관심사는 한국 기자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한국 기자들은 '내가 강연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발언을 했는가'에 관심을 갖은 반면, 외신기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조용했던 미국 정부도 이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국무성 기자회견 당시 내 사건에 대해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고, 젠사키 국무성 대변인은 "신은미, 공식 이름 에이미 정, (우리는) 사건을 주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에 대해 우려한다"라는 발언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졸지에 '종북' 부모 둔 아이들얼마 후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게 "내일 출입국관리소의 관리들과 모임이 있으니 변호사 사무실로 나와달라"라고 전한다. 나는 그동안 신세를 진 분들께 인사드리며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이튿날 변호사 사무실. 그곳에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서 온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출국 당일 내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자 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강제출국을 집행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 같지 않게 상당히 친절했다.
그들은 내 움직임을 시간대별로 세세히 설명해주면서 안전한 출국을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출국날 우리의 동선도 결정됐다.
2015년 1월 10일. 드디어 미국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이들이 보고 싶다. 미국에서도 내 소식을 다 듣고 있었을 텐데, 얼마나 걱정이 컸을까. 또 졸지에 '종북인사'의 자식들이 됐으니, 속으로 얼마나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내가 머물고 있던 집으로 출입국관리소 차량 두 대가 도착했다. 나와 남편 그리고 내 수행비서를 해주시는 분을 태운 차량은 안국동에 있는 출입국관리소에 닿았다. 경찰 병력이 인도를 차단하고 도열해 우리가 건물로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건물 로비에는 기자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진을 치고 있었다. 우리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기자단을 지나쳐 2층 사무실로 들어갔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우리에게 말했다.
"원래는 구치소에 있다가 시간이 되면 출국하는 게 원칙이지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겠습니까. 곧 서류절차를 밟으신 뒤 내려가 기자회견 하시고 공항으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공항에서 친지분들과 30분 동안 작별인사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습니다."출입국관리소는 '구치소'라는 절차를 생략해줬다. 이건 모국이 내게 베푸는 마지막 친절일 게다.
강제출국 집행... 공항은 아수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