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이 책 읽고 어른들에게 분노하기를"

[인터뷰②]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 기행한 신혜정 시인

등록 2015.07.20 15:40수정 2015.07.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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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저자 신혜정 시인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저자 신혜정 시인 ⓒ 유혜준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기사 보기)

- 원전을 없애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핵발전을 중단하면 대체할 수 있는 것을 가져와 봐,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전제로 하는 거거든요. 핵발전소를 만든 사람들은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라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거잖아요.

'만약에 핵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문제가 굉장히 단순하고 쉬워져요. 핵발전에 대한 대안보다 핵이 없으면 인류가 지속할 수 있겠니? 전기가 없으면 살 수 있겠니? 하면 문제가 단순해지는 거죠. 핵발전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거지, 핵발전 대신 풍력을 해야 한다, 태양열을 해야 한다는 거는 굉장히 폭력적인 사고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 책을 쓰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쉽지 않았어요. 제가 혹시나 틀렸을까 봐 윤순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게 감수를 의뢰했어요. 윤 교수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거든요. 김익중 교수님이 소개해주셨지만, 전화통화가 안 돼 문자메시지로 감수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흔쾌히 해주셔서 제가 틀릴 수 있는 위기를 모면했어요."

시인의 책은 김익중(동국대 의과대학) 교수가 추천사를 썼고, 윤순진 교수가 감수했다. 시인은 김익중 교수를 영광군청에서 핵발전소까지 걷는 '생명평화 탈핵순례'에서 만났다.

- 알기 쉽게 내용을 정리했는데, 이렇게 쓰려면 공부를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쉽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문가들이나 학자들은 쉽게 못 쓰시잖아요. 문장은 내가 더 잘 쓰니까 '문장빨'로 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어요."

시인은 한국의 핵발전소 현실을 담은 책이 없으므로 시인이지만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저와 같은 문인들은 자기 작품을 천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외의 문제를 같이 바라보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런 작업을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이걸 계기로 많은 예술가가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 출간 이후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판매가 많이 안 됐지만, 언론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 같아요. 대학이나 중고등학교에서도 교재로 사용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 책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감성적인 부분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있는 것 같아요."


시인은 책을 출간한 뒤 인터뷰 요청을 하거나 서평을 써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하고 있다.

한 권의 책, 시인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다

a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저자 신혜정 시인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저자 신혜정 시인 ⓒ 유혜준


- 시인인데, 본인의 작품 활동을 소개한다면?
"시집을 한 권(<라면의 정치학>) 냈고, 2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어요. 번역서를 하나 냈고, 공저로 작업한 게 몇 개 있어요. 저는 혼자 공부하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서 바깥활동을 잘하지 않거든요. 이 책만은 많이 팔리고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문밖으로 나왔어요."

- 결국, 이 책이 시인을 문밖으로, 세상 밖으로 끌어낸 것이네요?
"네. 세월호 참사 때도 시인들이 모이는 건 알았지만 가지 않고 팽목항에 혼자 다녀왔어요. 그렇게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요."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요?
"국내 핵발전소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전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인 자격으로 취재하기도 어려웠고. 30년 동안 일본의 핵발전소 노동자들 사진을 찍어온 히구치 겐지 선생님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현실이 어떤 건지 알고 싶어요. 핵발전소 노동자들을 피폭 노동자라고 하는데 상시로 피폭을 경험하는 노동자라는 뜻이거든요.

핵발전소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라서 괜찮다고, 노동자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은 상시로 피폭이 원자력발전소 안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많든 적든. 하청 구조에서는 더 그렇죠. 본사직원들은 가장 피해를 적게 당하고 하청에 하청을 거듭할수록 가장 위험한 작업에 노출되니까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현재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23기가 가동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위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널리 알릴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해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책사업이기도 하고.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안 좋은 시각이 있어요. 그런 겹겹의 색안경을 쓰고 보기 때문에 반대운동을 하는 게 사실은 힘들어요.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정부에서 핵발전소 홍보에 들이는 비용이 100억 단위 이상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고 봐야죠. 환경운동 하는 분들이 외친다고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같이 일선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나서주는 게 좋겠죠.

예전에 한미FTA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 때, 엄마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잖아요. 엄마들이 자녀들의 건강이나 미래에 깊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사회 각계각층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시인은 책을 많은 분이 읽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읽고 어른들에 대해서 분노해줬으면 좋겠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이 기사를 읽고 (책을) 학생들에게 많이 읽히셨으면 합니다.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썼다고 생각해요."

○ 편집ㅣ곽우신 기자

#신혜정 #핵발전소 #원자력발전소 #핵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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