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아프, 한국 청년작가의 오늘을 만나다

[리뷰] 2015 아시아프 1부

등록 2015.07.20 15:48수정 2015.07.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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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5 아시아프 2015 아시아프가 열린 문화역 서울284 전경

2015 아시아프 2015 아시아프가 열린 문화역 서울284 전경 ⓒ 2015 아시아프


아시아 대학생·청년작가 미술축제인 '2015 아시아프(Asian Students Young Artists Art Festival)'가 문화역 서울284에서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되며 1부는 지난 7월 7일부터 19일까지 13일간 펼쳐졌다. 2부 행사는 21일부터 8월 2일까지 이어지는데 모두 450명의 작가, 1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더불어 30세 이하의 작가로 참여를 제한했던 기존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31세부터 40세까지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히든 아티스트 100'이라는 기획전도 열려 눈길을 끈다.

아시아프는 그동안 젊은 미술인과 대중이 교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미술계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창 창작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들이 화랑이나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프는 이들이 작가로 생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해왔던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작가들은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반응을 얻는지를 지켜볼 수 있고 방문객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고 하겠다.


18일 오후 방문한 문화역 서울284에는 아시아프를 찾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붐비는 모습이었다. 매표소 앞에는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방문객의 줄이 늘어섰고 작품들 앞에는 자리를 잡고 감상하는 사람으로 북적여 한산한 구역이 드물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욱이 중앙로비에서 실내 버스킹 프로젝트 '오픈마이크' 행사까지 마련돼 가뜩이나 붐비는 전시장이 더욱 좁아보였다.

전시와 어울리지 않는 기획 및 주변환경

a 2015 아시아프 2015 아시아프 오픈마이크 행사에서 열린 위블리의 공연

2015 아시아프 2015 아시아프 오픈마이크 행사에서 열린 위블리의 공연 ⓒ 2015 아시아프


열띤 관심을 받았지만 이번 아시아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컸다. 애초 전시장 목적으로 지어지지 않아 복잡한 동선 등 미술전시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은 논외로 치더라도 전시와 어울리지 않는 기획공연을 진행하고 외부 소음을 차단하지 못하는 등 부족한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후 2시가 되자 중앙로비에선 갓 중학생이나 되었을까 싶은 3인조 여자아이돌 위블리의 공연이 펼쳐졌다. 몸에 꼭 끼는 의상을 착용하고 노골적인 춤동작을 소화하는 이들의 공연이 아시아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이후 펼쳐진 공연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버스킹 무대와 다르지 않았는데 방문객에게 다양한 자극을 준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려웠고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작품의 감상에 지장을 받게 될 정도여서 아쉬움이 있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전시에 참가한 작가의 작품 설명이나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 이외에도 전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울역사 광장에서 진행된 종교인의 전도 활동을 들 수 있겠다. 확성 마이크를 사용해 쩌렁쩌렁 광장을 울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전시장 앞을 오가는 행인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전시장 내부까지 새어 들어와 분위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실제로 전도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인 이러한 활동이 전시장 앞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데 심한 불쾌감을 느꼈음은 물론이다. 추가적으로 국내작가 이외에 아시아 젊은 작가의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부족한 점으로 들 수 있겠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시아프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아마도 한국의 젊은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유화, 스케치, 사진, 조형,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 천차만별의 표현방식의 작품이 마련되었는데 젊은이 특유의 열정과 도전의식이 방문객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듯 보였다. 물론 표현과 사고의 깊이에서 기성 유명 작가의 작품과 비교해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들 중 몇이 한국 미술의 미래를 짊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전시였다.

한국 청년작가의 오늘을 만나다


a 2015 아시아프 방규태의 작품 '만원버스'와 '아웅다웅'

2015 아시아프 방규태의 작품 '만원버스'와 '아웅다웅' ⓒ 2015 아시아프


멀티미디어 작품이 전시된 전시실에선 황경태의 '터키 슛 Turkey Shoot'이라는 작품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1990년대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영상은 'PLAY GAME'이라는 타이틀을 화면 중앙에 띄우며 시작된다. 이후 영상은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무방비에 가까운 상대를 쏘아죽이는 장면들을 연이어 보여준다. 당시의 무전 등 미군이 나눈 대화가 그대로 들려오는 속에서 게임하듯 공습하고 저격하며 폭파하는 비현실적 잔혹함이 그대로 비춰진다. 화면 아래엔 오락처럼 점수가 올라가고 목숨포인트는 줄어들 줄 모른다.

실제 영상을 게임처럼 재구성한 이 작품은 이라크전 당시 화제가 된 자료화면을 그대로 편집한 것이다. 제목인 '터키 슛' 역시 종군한 미군 비행사가 쓰던 용어를 그대로 차용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참신한 발상과 구성으로 보기 어려울지 모르나 이를 의도가 선명히 표현되는 영상자료로 만들어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가운데는 김원식의 '자연역할' 3연작, 그림 중에서는 방규태의 버스 연작이 인상적이었다. '자연역할'이라는 독특한 제목이 붙은 3점의 사진에는 여의도 등지에서 찍은 조형물과 식물의 모습이 담겼다. 제목인 '자연역할'이 도심에서 자연물이 맡는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제목이 작품을 완성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방규태의 버스 연작은 '만원버스', '아웅다웅' 등의 제목을 단 작품들로 이뤄졌다. 서로 다른 선명한 색채로 만원버스의 풍경을 재치 있게 묘사한 부분이 재미있다. 형식은 기성 화가의 작품에서 고스란히 빌려왔지만 내용을 비틀어 새롭게 구성했다는 측면이 흥미롭다. 이 밖에도 안수룡의 '한남동', '아현동' 등의 아크릴 작품은 아크릴판을 겹쳐 서울의 복잡한 골목길을 색다르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19일로 1부의 막을 내리는 아시아프는 20일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뒤 21일부터 다시 문을 연다. 2015년 한국 젊은 작가들의 오늘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문화역 서울284에서 아시아프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성인은 6천 원, 유치원 이상의 학생은 4천 원, 20인 이상의 단체는 1천 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2015 아시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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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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